[안동일의 시진핑시대 해법 ⑧] 정협·전인대·당대회···중국 권력 피라미드 감상법

[아시아엔=안동일 칼럼니스트/동아시아 연구가] 매년 3월 초중순 열리는 양회(兩會)는 전국에서 선출된 5천여 당원들이 대거 베이징에 올라와 열흘 이상 축제를 벌인다. 자신들이 선출한 지도부 연설을 몇 차례 듣고 저녁이면 만찬을 즐긴다. 축제는 열사흘 간 계속된다.

전에는 양회 만찬에 세계 최고의 요리상이라 불릴 정도의 ‘만한전석’(滿漢全席)이 나왔다고 할 정도로 호사스러웠다. 하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시진핑 주석의 요구에 따라 검소하게 치러졌다.

양회는 정치협상회의(정협)와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를 함께 일컫는데 서구식으로 표현하면 의회의 상하 양원이라 해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

전인대는 표면적으로는 헌법개정, 국가주석 및 국무원 간부 선출, 국가 예산심의 등 막강한 권한을 가진 최고 권력기관으로 하원에 해당된다. 반면 정협의 경우, 정책 자문기구라고는 하지만 중화인민공화국 탄생을 선포했던 연원이 있고 행정부 감독권을 갖는다는 규약이 명시돼있어 정협은 상원에 해당한다고 말할 수 있다.

지난 3일 정협 개막을 필두로 5일 전인대가 막을 올려 15일까지 회의와 보고대회가 계속됐다. 개막식 및 폐막식을 포함해 두 기구의 주요 회의는 베이징 인민대회당을 주로 사용하며 경우에 따라 합동 보고대회를 열기도 한다. 그런데 이 두 회의야말로 중국 공산당원들의 최대 잔치다. 권력 피라미드 하층부를 차지하고 있는 공산당 지방 초급간부들이 정협과 전인대의 주축이기 때문이다. 정협위원은 2200여명, 전인대 대표는 2900여명이다. 도합 5천명이 넘는 인사들이 베이징 인민대회당을 가운데 두고 연일 몰려 다닌 셈이다.

전국서 직간선으로 선출 됐다는 전인대야 그렇다 치더라도 ‘정치협상’을 내세우면서 공산당 이외의 민주당파도 합세해 있다는 정협도 그럴 수 있을까 싶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물론 정협에 농공민주당, 민주건국회, 중국민주동맹 등 우리에게는 이름도 생소한 군소 정당과 무당파 대표들이 참여는 하고 있다. 심지어 국민당도 혁명위원회라 해서 참여한다. 하지만 그들의 숫자는 20~30명을 간신히 넘긴다. 각 정파의 위원장급 1~2명만 초청받는다는 얘기다. 기실(其實) 비공산당원 숫자는 전인대가 약간 더 많단다.

해마다 양회는 정부의 정치·경제·사회 각 분야와 개혁 현황을 점검하고 국가발전 방향을 제시한다고 요란하게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지만 실제는 정해진 보고를 듣고 추인하는 요식행위에 머물게 된다. 중요 정치 결정과 주요 계획은 공산당, 그 가운데서도 피라미드 상층부에서 이미 결정하고 수립했다고 보면 된다. 그러니 만나서 웃고 떠들고 먹고 마시는 축제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현지 언론들도 “양회에 신흥갑부, 유명 영화배우, 코미디언 등이 모습을 보였다”는 식의 가십성 기사와 사진을 더 크게 보도하고, 독자들도 그런 것에 더 관심을 두고 있다.

‘피라미드의 정점’ 정치국 상무위원
그런 의미에서 당국(黨國)인 중국에서는 공산당대회야 말로 이들 양회보다는 정치적 의미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중국공산당은 5년에 한 번 전국대표대회를 개최한다. 전국대표대회는 ‘당대회’라고도 불린다. 2012년 11월 중공 창당 후 18번째 전국대표대회가 개최됐고, 이를 ‘18차 당대회’라고 칭한다. 그런데 실은 당대회도 중요한 결정을 추인하는 요식행위를 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2천여명이 모여서 하루 이틀 만에 무슨 심도있는 회의를 해서 새로운 결정을 한단 말인가. 대신 당대회는 중앙위원을 선출하는 역할을 한다. 공산당의 중요한 결정을 하는 가구가 바로 중앙위원회다. ‘중전회’라고 부르는 회의를 통해 이런 결정을 한다. 지난 18차 당대회에서도 전국대표들은 205명의 중앙위원을 선출했다. 선출된 중앙위원들은 곧바로 중앙위원회를 구성해 1차 전체회의를 개최, 총서기와 상무위원, 정치국위원 등 공산당 지도부를 구성했다. 시 주석 체제가 이 회의에서 출범했다는 얘기다. 이를 18기 중앙위원회 1차 전체회의(18기 1중전회)라고 한다.

중국공산당의 회의는 중전회 레벨에 이르러서야 그나마 토론이 가능한 수준으로 이루어진다고 보면 된다. 이듬해인 2013년 2월 열린 18기 2중전회에서는 주요 국가지도자들의 인사안을 만들어냈고 지난해 11월 열린 18기 3중전회에서는 중국이 추진해 나갈 기본방침들을 결정했다. 1기의 중앙위원회당 보통 7중전회까지 이어진다.

중국 공산당 의사결정 및 권력 피라미드 구조의 상층부가 바로 정치국이다. 정식명칭은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이 정치국의 위원(정치국원이라고도 줄여 말한다)은 중앙위원 중에서 선임된다. 이번 18기의 정치국원 숫자는 25명이다. 이 가운데 또 몇 명이 다시 계단을 올라 최상층부를 구성하는데 이 조직이 바로 중앙위원회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다. 이 조직의 위원들이 상무위원이다. 간혹 상임위원이라고 표기하는 매체도 있다.
현재 18기의 상무위원은 알려진 대로 7인이다. 시진핑 주석을 필두로 리커창 총리, 장더장 전인대 상무위원장, 위정성 정협주석, 류윈산 중앙당교 교장, 왕치산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 장가오리 국무원 상무 부총리 등이다. 중국 정치체제를 집단 지도체제라고 하는 까닭은 이들 정치국 상무위원들이 권력을 분점해 서로 견제하면서 한 사람의 독주를 막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지난 후진타오 시기 <인민일보>는 “총서기도 상무위원 9인 가운데 1명일 뿐”이라는 도발적인 사설을 게재하기도 했다.

그동안 중국에는 덩샤오핑 이후 독주하는 실력자가 없었다. 장쩌민 전 주석이 그 시대에 ‘핵심’이기는 했지만 아래로는 덩샤오핑이 차기 후계자로 지명한 후진타오가 이미 대기하고 있었다. 옆으로는 리펑 총리와 차오스 전인대 상무위원장 같은 인물들의 견제를 받아 장쩌민 전 주석이 전횡할 수 없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또 장쩌민 전 주석을 ‘상왕’으로 모셔야 했던 후진타오 전 주석은 실권은 쩡칭훙 전 부주석만 못했고 명성은 원자바오 전 총리에 뒤졌으며 ‘칼자루’는 저우융캉 전 정법위 서기의 손에 있어 전혀 ‘핵심’으로 부를 수 없었다는 것이 세간의 평가다.

그런데 시 주석의 취임이후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시 주석은 취임 1년 안에 군권을 완전히 장악했으며 국가안전위원회를 창설해 칼자루를 쥐었을 뿐 아니라 개혁을 주도할 ‘중앙전면심화개혁영도소조’의 조장을 맡아 경제권력도 장악하는 등 거의 모든 권력을 잡아 명실상부한 ‘단독핵심’으로 부상한 것이다. 8000만 당원 가운데 고르고 고른 인재들, 그 인재들의 총화인 상무위원회를 완전히 장악해 그 안에서 지금은 시 주석을 견제하고 거스를 인물이 없다는 얘기가 많다.

시진핑 주석, 상무위 평정?
이번 18기의 상무위원 면면을 보면 지난 16, 17기에 비해 숫자도 줄어든데다 약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개성 강한 인기 인물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초 후 전주석이 후계자로 내세웠다는 리커창 총리가 시 주석의 독주를 저지할 수 있는 대항마로 여겨졌지만 실상은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시 주석은 최근 열린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면서 경제 담당인 리커창 총리가 받을 스포트라이트를 천연덕스럽게 자신의 몫으로 가져갔다. 또 신장 자치구에 대해서도 중요한 전략적 조치를 당연한 듯이 직접 지시하면서 신장 문제를 담당하는 위정성 상무위원을 머쓱하게 했다.

왕치산 기율처 서기와는 ‘시왕동맹’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 애초부터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고 김일성대학을 나왔다해서 우리가 주목하는 장더장 위원과 길림성 출신 장가오리 위원은 본래 자기주장이 강한 이가 아니다. 장쩌민 심복으로 불리는 류윈산 당교 교장 정도가 성향에서 시 주석에 제동을 걸 만한데 그는 최근 상하이방의 급격한 몰락에 숨죽이고 있는 모양새다.

시 황제라는 말이 그냥 나온 말이 아니다. 이번 양회에서도 시 주석은 인기와 권위를 한껏 과시했다. 홍콩의 유력지 <명보>는 시 주석의 최근 행보와 관련해 “사실상 중국의 지도체제가 20여년의 집단지도체제를 경험한 뒤 핵심 지도자가 이끄는 ‘영수핵심제’(領袖核心制)로 회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우리로서는 조심스레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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