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일의 시진핑시대 해법⑪] 중국경제 ‘먹구름’, 베이다이허 회의서 해결책 나올까?
[아시아엔=안동일 <아시아엔> 동북아 전문기자] 시진핑 주석은 요즈음 그 어느 때 보다 길고 무더운 여름을 보내고 있음이 틀림없다. 바로 경제문제 때문이다. 세계 2번째 경제대국으로 등극한 중국의 경제전망이 예상보다 심각한 수준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례없는 주가 폭락, 경기지표 악화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 바로 그것이다.
급기야 지난주 8월11일부터 사흘 연속 ‘위안화 평가절하’라는 극약처방이 등장했다. 연일 중국발 악재가 세계 전역에 적지 않은 파문을 던지고 있는 상황에서 기습적인 위안화 평가절하까지 이어지면서 세계 증시와 원자재 시장이 큰 혼란을 겪고 있다.
이처럼 중국경제 불안론과 혼란이 확산되고 있지만 표면적으로 시진핑 주석은 “중국경제가 총체적으로 잘 돌아가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시 주석은 지난달 말, 베이징 중난하이(中南海)에서 민주당파와 중국 공상연합회 등 당외 인사들과 좌담회를 갖고 “중국경제는 일부 문제가 남아 있긴 하지만 경제운행은 총체적으로 좋다”고 말했다고 <인민일보>가 최근 보도했다.
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지난달 있었던 행사를 한참이나 지난 시점에 보도한 것은 최근 증시가 요동치면서 중국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당 지도부는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음을 강조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공산당은 8월 초 시 주석 주재의 중앙정치국회의를 열어 현재 경제 형세와 공작업무를 분석 연구했다고 <인민일보>가 전했다. 이날 나온 성명을 통해 중국 지도부는 “2015년 상반기 중국경제는 기대에 부응했지만 전통적인 성장동력이 약해지면서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찾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고 진단했다. 일단 기대에는 부응했다는 긍정평가를 내리고 있다.
만기친람하고 있기 때문에 이제는 경제 문제도 시 주석이 책임을 져야 하는 모양새다. 시 주석은 지난 5월 저장(浙江)성에서 화동(華東)지역 7개 성·시 지도자, 6월엔 구이저우(貴州)성에서 서남 7개 성 책임자와 좌담회를 가졌다. 그리고 7월 지린(吉林)성 시찰 때는 동북 4성의 주요 지도자와 대화했다. 3개월 동안 18개 성·시 고위 관리들과도 회의를 가졌다. 이 모든 모임을 관통하는 주제는 내년부터 시작되는 중국의 국민경제 및 사회발전 제13차 5개년 규획(13.5 규획, 2016~2020년) 짜기였다.
중국은 오는 10월 제18기 중앙위원회 제5차 전체회의(5중전회)를 개최해 13.5 규획을 심의한다. 이 13.5 규획이 갖는 의미는 막중하다. 시 주석에게 주어진 역사적 임무인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이 되는 2021년까지 중국 인민 전체가 의식주를 해결하고 문화생활도 즐기는 ‘전면적인 소강(小康)사회’를 건설할 수 있느냐 여부가 이 계획의 성패에 달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명칭도 계획에서 강도가 한급 높은 ‘규획’으로 변경했다.
과거 이같은 5개년 계획을 짜기 위한 준비작업 성격의 지방시찰은 총리 몫이었다. 그러나 이젠 주석이 직접 챙기고 있어 다른 모양새다. 집단지도체제인 중국에서 경제는 총리가 책임지던 것이 관례다. 그래서 시진핑 정권 출범 초기엔 리커창(李克强) 총리의 경제학을 뜻하는 리커노믹스(Likonomics)란 말이 나왔다. 그러나 얼마 뒤 이 말은 자취를 감췄다. 그 자리를 대신한 건 시진핑의 ‘신창타이’(新常態, New Normal)다. 중국경제가 고도성장기를 지나 중속(中速) 발전의 새 시대를 맞았다는 것이 그 골자다.
최근 발생한 중국증시 대폭락 사건을 보면 신창타이의 앞날과 관련한 시 주석과 현 지도부의 많은 고민들을 엿볼 수 있다. 그동안 쌓여온 거품이 터진 것이라는 분석이 기반을 이루는 가운데 레버리지(차입투자)에 대한 어설픈 규제 때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지니며 널리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정부의 인위적인 시장 간섭과 시장에 퍼진 투자자들의 불신이라는 것이다.
특히 신용거래는 지난 한해 동안 약 5배나 급증해 그 규모가 1조9000억 위안으로 늘면서 거품 장세의 배경으로 지목됐다. 이는 최근 한달 새 1/3이나 급감했다.
때문에 당국은 섣불리 시장에 개입해서도 안 되고 가만히 앉아서 보고 있을 수만도 없는 진퇴유곡 상황에 빠져 일단 해법으로 위안화 평가절하라는 우회 처방을 내놓기는 했다.
최근 긴박하게 돌아가는 경제상황 때문에 시 주석을 비롯한 중국 수뇌부가 얼마나 바빴고 여유가 없었는지 매년 7월말 혹은 8월초면 빠짐없이 가졌던 베이다허 휴가 소식도 올 여름엔 8월 보름이 넘어 지나 하반기에 접어 들도록 들리지 않는다. 일부 중화권 언론이 지난 8월3일 시진핑 주석이 베이다허로 휴가차 떠난 것 같다는 추측성 기사를 타전했지만 추후 보도가 전혀 없는 것으로 보아 추측에 불과했던 모양이다.
베이다이허 휴가는 기실 공산당 주요정책을 결정하는 회의다. 그래서 ‘베이다이허 회의’라는 말이 더 널리 퍼져 있다. 베이다이허 회의는 중국공산당 최고 지도부와 원로들이 매년 여름 베이징에서 동남쪽으로 300km 떨어진 베이다이허(北戴河)에서 피서를 겸해 여는 비공개회의다. 이 회의는 중국에서 가장 베일에 싸여 있는 회의로 회의 결과도 제대로 공개되지 않는, 중국 특유의 밀실정치 상징으로 여겨진다. 그래서 베이다이허는 여름 홍장으로 불린다.
덩샤오핑 개혁개방 체제가 들어선 이후 한해도 걸러본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아무리 베일에 가려 있다 해도 매년 개최됐다는 소식과 대략적인 결정 내용은 알려지곤 한다. 때문에 조만간 올해 회의도 열릴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번 회의에 참여하는 중국 지도부의 고민은 어느 때보다 깊을 것으로 추측해 볼 수 있다. 당초에도 3-15규획 등 경제문제가 주된 의제로 알려져 있었다.
과연 중국경제는 침체기로 접어 들었는가? 회생 가능성은 없는 것인가? 위안화 평가절하라는 처방은 과연 얼마나 효과가 있을 것인가?
그런 점에서 이런 질문들에 대한 당 지도부, 현 집권층의 답변과 대처방안이 나오게 될 올해 베이다이허 회의가 여느 때보다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그 주인공은 역시 시진핑 주석이다.
현재 중국경제 상황이 어느 때보다도 성장과 개혁이라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기 때문에 우리 역시 그의 행보와 발언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