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왕이 외교부장 사드 관련 한국비판 “너무 나갔다”
[아시아엔=김국헌 전 국방부 정책기획관]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이 9일 사드 배치와 관련하여 미국에 대해서 “어떤 변명도 무력하다”는 표현을 써가면서 강하게 항의했다. 8일 중국 외교부는 한국에 대해서 ‘강렬한 불만’과 ‘단호한 반대’를 표명하였으나 9일 외교부장은 ‘한국의 친구들’라는 표현을 쓰면서 한국 국민에게 냉정한 판단을 주문하였다. 과격한 반응은 오히려 불리하며 냉정하게 한국 국민에 접근해보자는 시진핑 주석의 지침이 내려간 모양이다.
미국이 안보문제에 관해서 타국에 설명하는 것은 유례가 없다. 1983년 미국이 영연방 일원인 그라나다에 들어선 공산정권을 붕괴시키기 위해 침공을 개시했다. 그라나다 국가원수는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이다. 레이건 대통령은 대처 수상에게 사전 통고하지 않았다. 새벽 <BBC방송>에서 이를 처음으로 알게 된 대처는 레이건에 격렬하게 항의하였다. 레이건은 천연덕스럽게 사태가 너무 급박하게 돌아가서 사전 통보하지 못했다고 둘러댔으나 실은 군에서 제기한 보안문제 때문이었다. 한미가 이번에 공식 발표 하루 전에 중국과 러시아에 통보해준 것은 이례적인 서비스다. 중국과 러시아는 일본, 대만에 대해서도 이런 조치를 취했는가?
미국이 필요해서 주한미군에 사드를 배치하기로 하고 동맹국인 한국과 협의하여 결정한 일을 왜 다른 나라에 변명할 필요가 있다는 말인가? 냉전시대 미국이나 소련이나 상대에 변명해가면서 미사일을 배치하지는 않았다. 왕이 외교부장은 강대국의 이런 생리와 행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중국이 만주에 동풍미사일을 배치하면서 한국, 일본에 설명하였던가? 한국과 일본이 이를 기대하지 않는 것도 물론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이번 사드 배치에 대해 군사적 대응을 할 수도 있다고 나오는데, 여부는 그들의 자유이나 유·불리는 냉정하게 계산하여 결정해야 할 것이다.
중국이나 러시아가 미국을 상대로 한번 겨루어보자는 것인가? 국가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위협 감소를 모색하는 전략이 군비통제다. 오늘날 동북아 안보위협을 감소시키기 위한 가장 중요한 과제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을 감소시키는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이와 관련한 유엔 안보리 결정을 충실히 이행하는 것이 우선이다.
중국이 당장 할 수 있는 보복으로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은 한국 화장품에 매료된 요커를 제한하는 것일 것이다. 어느 정도는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시장경제의 편리성을 경험한 중국의 국민들을 상대로 이러한 공작이 얼마나 가능할 것인가? 충북 음성과 경북 칠곡 등지에서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시위가 시작됐다. 사드 배치에 반대한다던 더불어민주당이 “실익 있는 배치라면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으로 돌아섰다. 역시 집권 경험이 있는 야당이라 사드 배치를 국민투표에 묻자는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와는 결이 다르다.
국민의 이해와 동의를 구하는 데도 여야가 따로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