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외교부장, 주은래 총리한테 좀 배우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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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 ? ? ? ? ? ? ? ? ? ? ? ? ? ? ? ? 1950년 초 소련을 방문해 공항에서 영접을 받고 있는 주은래 중국 초대 총리

[아시아엔=김국헌 전 국방부 정책기획관] 한국과 중국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의 외교전에서 대결하고 있다. 결과는 한국의 완승이라고 본다. 한국이 잘해서라기보다 졸렬한 하수의 중국외교 때문이다.

중국은 우선 무대를 잘못 골랐다. ARF는 아세안에서 1972년 태국·필리핀·싱가포르·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브루네이 등 6개국이 구성한 아세안이 발전한 것이다. 현재는 한국·일본·중국·인도 등 아시아의 대부분인 27개국이 가입되어 있다. 하지만 뿌리는 어디까지나 아세안이다. 회의도 주로 아세안 국가에서 개최되어 왔다.

동북아의 한국·일본·중국은 1990년대에 가입하였다. 동북아와 동남아는 같은 동아시아라고 부르기 어려울 정도로 인종, 문화가 다르다. 동북아는 모두 한자로 소통할 수 있다. 동남아는 중국과 천년을 싸워온 베트남이나 100년 전까지 한자를 썼다. 호치민이 다산 정약용의 <목민심서>를 읽을 수 있던 것도 이 때문이다. 동남아시아는 중국보다는 인도 등의 서아시아에 가깝다. 근대역사도 동남아는 영국·프랑스 등의 식민지 지배를 받았다. 영국·프랑스·네덜란드 등의 식민통치도 악랄하였지만 창씨개명을 강행한 일본의 야만과는 유가 달랐다.

이번에 중국은 명분에 있어 완패했다. 왕이 외교부장은 “최근 한국의 행위는 쌍방의 호상 신뢰의 기초에 해를 끼쳤다”고 유감을 표했다. 그에 대해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국가 안위와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자위적 방어조치”라고 반박했다. 자위적 조치, 이는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명분이다. 윤 장관은 전초제근(剪草除根, 풀을 뽑아 없애려면 그 뿌리를 없애야 한다)이라는 고사성어로 문제의 근본은 북한 핵에 있음을 명확히 하였다. 왕이 외교부장이 “우리 사이의 식지 않은 관계를 수호하기 위해 한국이 어떤 실질적 행동을 취할 수 있는지 들어보려고 한다”, 또는 “우리가 동료이기 때문에 의사소통을 미리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조심스럽게 나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아세안 대부분은 중국과 같은 제국 경영을 해본 것이 아니라 서구 식민제국의 지배를 받아온 나라다. 이에 독립자주의 열망이 유난히 강하다. 중국의 “알아서 기어라”는 대국주의를 받아들이기 힘들다. 국제정치에서는 힘이 정의다. 그런데 힘은 명분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 국제정치에서 명분을 얻으려 하는 것이 외교전이다. 무력과 경제력은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다. 중국이 G2의 경제력과 해군력으로 남중국해의 패권국가로 등장하려는 데 대해 아세안 국가들은 경계가 높다. 라오스나 캄보디아 등 중국의 원조를 받는 나라 이외 중국이 ARF에서 전폭 지지를 받지 못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중국인은 아직 ‘보천지하 막비왕토’(普天地下 莫非王土) 즉 “모든 국토는 왕의 토지이고, 모든 국민은 왕의 신하”라는 생각이 강하다. 근세에 영국·일본 등에 의해 난자당했던 중국이 천년 이상 지난 ‘강한성당’(强漢盛唐)을 그리워하는가?

이런 다툼은 강자가 약자의 팔을 조용히 비틀면 모를까 수많은 제3자가 보는 앞에서 수선스럽게 벌이는 것이 아니다. 시진핑은 왜 이리 무리하게 중국몽(中國夢)을 추진하려는 것일까?

‘경애하는 총리’ 주은래는 1954년 제네바회의와 1955년 반둥회의에서 외교로 우뚝 섰다. ‘미남 스타’ 왕이는 생긴 것과 달리 두뇌는 주은래에 한참 먼 듯하다. 이 틈에 한국은 미국과의 동맹, 아세안과의 우호관계를 더욱 단단하게 틀어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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