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일의 시진핑시대 해법 ⑤] 부인 펑리위안·딸 시밍쩌는 최고 우군···형제자매는 아킬레스건?
[시 주석의 가족문제 (상)] 최근 집권 2년을 맞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그는 국내외적으로 거칠 것 없이 순항하는 있는 것처럼 보인다. 과연 그럴까? 시진핑호의 앞길에 암초가 하나 버티고 있다고들 한다. 바로 ‘친인척 부정부패’ 문제다. <아시아엔>은 3회에 걸쳐 시진핑 주석의 가족과 그들을 둘러싼 이런저런 의혹과 구설수를 살펴본다. 편집자
[아시아엔=안동일 동아시아 연구가]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처럼 “요즘 중국뉴스는 모두 시진핑으로 통하는 것” 같다.
시 주석의 고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에 대한 평이다. “그는 시야가 넓고 문제를 대할 때 핵심을 깊이 찌르지만 재능과 식견을 전혀 자랑하지 않는 인물이다. 그가 남에게 주는 인상은 매우 장중하다.”
리콴유 전 총리의 부음에도 중국 언론들은 시 주석과 고인의 인연을 부각했다. 시 주석이 애도를 표했다는 뉴스를 전하면서 인민일보 등 중국의 주요 언론은 고인이 시 주석을 높이 평가했다는 얘기에 방점을 찍고 있다.
아시아판 다보스포럼이라는 보아오포럼 개막 소식을 전하면서도 “시 주석이 개막 기조연설에서 아시아의 개혁과 혁신을 강조했다”고 헤드라인을 뽑았다. 최근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대한 시 주석의 구상이 구체화될 전망이라는 예상도 빼놓지 않고 있다.
시 주석의 상승세는 과연 언제, 어디까지 이어질 것인가. 치솟는 권위에 구름 위를 걷고 있을 시진핑 주석. 하지만 장맛비에 바지를 걷고 손수 우산을 쓰는 서민 행보로 땅위에 발을 굳게 딛고 있는 모습을 보이기에 인기가 더 올라가는 시 황제.
인터넷 발달로 과거처럼 언론을 통제할 수 없는 요즈음 권력자들이 크게 신경 쓰는 문제가 바로 가정과 친인척 문제다. 중국도 예외는 아니다.
‘수신제가 치국평천하’, ‘가화만사성’이라 했다. 이런 점에서 시 주석의 ‘수신’과 ‘가화’는 절반의 성공이다.
퍼스트레이디 2년 성적표 ‘최우수’
표면적으로 시 주석은 최근 들어 ‘가정운’이며 드러나는 부부금슬도 승승장구다. 부잣집에 소까지 들어간 형국이다. 국민가수인 부인 펑리위안 여사에 대한 중국 국민들의 인기는 남편 못지않게 계속 하늘을 찌르고 있다. 퍼스트레이디로서의 2년간 성적표가 최우수로 나타나고 있다는 말이다.
너무 튀지 않으면서 적당한 강도로 주석을 보좌하고 주석의 트로피 역할을 잘하고 있다는 평이다. 인민일보가 발행하는 시사잡지 <환구인물>(環球人物)은 올해 초 펑 여사를 ‘2014년도 인물’로 선정했다. 잡지는 펑 여사를 선정한 이유로 그가 퍼스트레이디로서 소프트파워 외교를 선보여 자국의 위상과 문화를 드높였으며 여성과 아동들의 교육조건 개선을 위해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고 했다. 잡지는 “펑 여사가 변화시킨 것은 각 가정과 방문지의 운명”이라면서 “그의 활동에 힘입어 지도자의 가정이 더 이상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가족이자 반려자로 거듭났다”고 칭송했다. 잡지는 “한해를 돌아보면 큰일도 많았고 사람의 그림자도 끊이지 않았지만 누가 우리의 기억에 남을만한 인물인지에 대한 우리의 답안은 펑리위안”이라고 평했다.
서구 잣대로 보면 펑 여사는 중국 최초의 퍼스트레이디다. 지난해 시 주석과 함께 13개국을 방문했는데 아는 중국 초유의 일이다. 이런 펑 여사는 대놓고 남편을 한국의 인기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남주인공 도민준에 비교할 정도로 남편에 빠져 있다고 자랑한다.
작년 여름 한국 방문 때 펑 여사는 자신이 “시 주석을 처음 만났을 때 별 그대의 여주인공 천송이가 도민준을 만났을 때의 바로 그 기분이었다”고 말해 좌중을 웃게 했었다. 그 후에도 여러 자리에서 시 주석이 도민준보다 잘 생겼다고 뽐내고 있단다.
또 주변의 눈총 때문에 유학하던 하바드대학을 중퇴하고 귀국했던 것으로 알려졌던 외동딸 시밍쩌(習明澤·23)는 지난해 하바드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금은 아버지 이미지메이킹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에 서버를 둔 친 중국매체 <보쉰>(博訊)은 최근 보도에서 “시밍쩌가 하버드대에서 익힌 경험과 지식을 활용해 아버지를 보좌하고 있다”면서 “시 주석이 대중에게 친근하게 비치는 것은 ‘특별참모’인 시밍쩌가 ‘이미지컨설턴트’를 맡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그녀는 현재 ‘학습분사단’(學習粉絲團·시진핑을 배우는 팬클럽)이나 ‘학습소조’(學習小組·시진핑을 배우는 소모임) 등 우리식으로 치면 ‘시사모’ 인터넷 조직 수백만 가입자의 중심역할(시삽)을 하고 있다. 이 조직의 청년 네티즌들은 시 주석을 ‘시다다(習大大·시 삼촌)’ 펑리위안을 ‘펑마마(彭麻麻·펑 엄마)’로 부른다.
시밍쩌는 휴대전화로 아버지가 일하는 사진을 찍어 이들 싸이트에 연신 올리는데 시 주석의 지방시찰 사진이나 동정 등을 관영매체보다 빨리 전할 때도 있다. 시밍쩌는 항저우(杭州)의 저장대 외국어학원을 다니다가 2010년 9월 하버드대에 입학했다. 한 하버드대 교수는 최근 인터뷰에서 “시밍쩌가 지난해 하버드를 졸업하고 중국으로 돌아갔다”며 “시밍쩌는 유학기간에 특별대우도, 간섭도 받지 않았고 일반 학생처럼 지냈다”고 증언했다.
잠재된 아킬레스 건···’부패청산 불투명’ 벌써부터 비판 기사 등장
이처럼 시주석은 아내의 내조와 딸 덕분에 ‘이미지 업’이 계속 이뤄지고 있지만 눈을 돌려 시밍쩌의 고모 삼촌(시 주석의 누이와 형제) 등 친척쪽을 바라보면 온통 지뢰밭이다. 친인척 문제야말로 그의 발목을 잡게될 지도 모를 잠재된 아킬레스건이다.
연일 ‘용비시천가’를 읊고 있는 중국내 공식언론은 쉬쉬하고 있지만 해외 언론은 그렇지 않다. 시진핑 정권의 상승세에 곱지 않은 시선을 두고 있는 미국의 언론이며 구미쪽에 기반을 둔 이른바 반체제 중화언론들은 집요하게 이 문제를 들춰낸다.
최근만 하더라도 미국의 유력지 월스트리트저널이 “시 정권의 미래가 장밋빛만은 아니라”는 미국 내 유수대학 중국계 교수의 장문의 칼럼을 실었다.(3월4일자)
갈수록 강고해지는 시진핑 독재가 중국 체제의 스트레스를 한계점으로 내몰고 있다는 것이 이 기사의 골자다. 워싱턴대 국제관계학과 데이비드 섐보 교수는 ‘다가오는 중국의 균열’(The Coming Chinese Crackup)이라는 제하의 글에서 “중국 부자들은 조기유학, 원정출산, 해외 부동산투자 등으로 시스템이 무너지면 언제든 도망칠 준비를 하고 있다”면서 막대한 수의 억만장자들이 해외로 떠나게 되는 부자 이탈을 비롯해 △정치억압 강화 △모호한 ‘중국의 꿈’ △부패청산 성패 불투명 △경제성장 둔화 등 다섯 가지 취약점이 시진핑 중국의 균열 내지 붕괴를 예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부패청산 불투명’ 대목에서 시 주석 친인척의 재산문제를 다시금 꼬집었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