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수의 경제토크] 부동산개발의 종착지 ‘카지노 경제’

한동안 ‘카지노 경제’란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승자독식의 비정한 머니 게임을 말한다. 금융계 사람들이 너무 돈 장난을 많이 치고 있는 것을 꼬집는 말이다. 그런데 이 카지노라는 것이 정말로 신기한 면이 있다.

부동산업을 좀 크게 하신 분은 꼭 호텔을 갖고 싶어 한다. 그리고 호텔을 손에 쥔 분은 호텔 체인을 갖고 싶어 하고, 결국 라스베가스의 카지노 호텔을 갖고 싶어 한다. 호텔경영 전공한 사람들은 라스베가스 카지노 호텔에 취직하는 것을 최고의 엘리트 코스로 여긴다. 유명한 부자들도 궁극적으로 카지노에 투자를 하게 되는 것을 자주 본다. 도널드 트럼프, 하워드 휴즈, 커크 커코리언…. 전부 다른 곳에서 큰 돈을 벌어 카지노 호텔에 투자했다. 어떻게 보면 카지노라는 것이 부동산 투자의 종착지인지도 모르겠다.

언젠가부터 샌즈(Sands)라는 라스베가스 카지노 그룹이 언론에 자주 등장했다. 롯데월드 수십배 규모의 카지노를 라스베가스에 갖고 있을 뿐 아니라 최근에는 마카오와 싱가포르에 카지노를 지었다. 그런데 요즘 금융이 끊기면서 곤경에 처한 듯싶다. 애들슨(Adelson)이란 유명한 부자인데, 수개월 동안 수백억 달러(수백억 원이 아니라)를 날렸다고 한다. 커토리언(Kirkorian)은 카지노 주식을 잡히고 그걸로 포드 주식을 왕창 샀다가 고스란히 날리고, 연전에는 토론토 출신 캐나다 부동산재벌 라이흐만 브라더스가 비슷한 경로로 망했다. 그것 참 인생 공수래 공수거라고 밖에 할 말이 없다.

부동산 개발 하시는 분들은 언제나 자기의 지금 규모보다 수십배 큰 다음 프로젝트를 추진하지 않으면 성에 차질 않는 듯하다. 그렇게 해서 고속으로 성장하고 엄청난 돈을 모으긴 하지만, 아뿔싸 불경기가 한번 오면 정말 모두 다 날린다. 보통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아슬아슬한 위험을 즐기시는 경지에 있는 것 아닌가 싶기까지 하다.

수백억 달러를 갖고 계신 분이 여전히 ‘안전빵 비즈니스’만 하신다면 그것도 우스운 얘기일지 모른다. 이래저래 한 번 살고 갈 인생, 수백억 달러나 벌었으면 큰 리스크를 걸고 큰 사업을 해보다가 날리게 되면 날리더라도 생활비가 아쉬운 것도 아니고…. 뭐 이해하자면 이해가 안 되는 것도 아니다. 단지 우리 같은 보통사람이 옆에서 듣고 있자면 간담이 서늘해진다는 것이다.

일본의 유명한 부동산개발업자들과 저녁을 먹은 적이 있는데, 일본에서도 모든 성공한 부동산개발업자들이 결국은 그렇게 더 크게, 더 크게 일을 벌이다가 모두 망했다고 한다. 그렇게 말한 본인도 몇 년 뒤에 망해서 요즘은 시골에서 무슨 농촌봉사개발협회라는 유령단체의 부회장직을 맡아 심심하게 노후를 보내고 계신다고 들었다. 은마아파트로 날리던 정태수 회장도 중앙아시아를 떠돌고 있다고 보도된 것을 본 적이 있다. 왜 결국 그렇게 될까. 그 이유를 한번 생각해보자.

첫째, 부동산 프로젝트라는 것이 결국 수익률을 올리기 위해서는 언제나 회사 전체의 명운을 걸만큼 돈을 많이 꿔서 추진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수익률이 오르지 않는다. 즉 ‘부동산재벌=Highly leveraged portfolio 가진 사람’이기 때문에 이 분들은 사실 벌리는 돈도 돈이려니와 언제나 빚 걱정을 해야 하는 처지에 있다.

큰 회사는 큰 회사대로 엄청난 부채가 있고 작은 회사는 작은 회사대로 빚이 있어서 실제로 부동산투자는 ‘빚 꾸기와 갚기의 반복 연속’에 다름 아니다. 얼마 남았다고 자랑하지만, 그 벌었다는 돈은 다음 프로젝트에 전액 재투입되어야 하는 (그러지 않으면 회사가 넘어가니까) 그런 돈이다. 언제나 돈에 허덕이고, 언제나 돈을 더 꾸려고 노력하고 있다. 돈의 블랙홀 같다는 느낌이다. 그리고 자금조달 방식은 이상하게도 ‘equity financing’은 잘 하질 않고 꼭 ‘debt financing’을 한다. 아마도 자금조달을 위해 장부를 까발리면 너무도 취약하기 때문에 그런 것 아닌가 싶다.

둘째, 전세계 부동산재벌이라는 사람들이 사실은 알고 보면 거대한 폰지 게임, 버블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가끔 든다. 내가 일본 인베스트먼트 뱅킹 쪽에서 활발하게 움직일 때 일본의 나이 드신 부동산재벌들이 던져주신 말씀이 자기 회사는 결국 망하게 되어있다는 것이었다. 깜짝 놀랐다. 자본주의 역사가 일본이 한국보다는 적어도 70년 더 긴데, 그래서 자기들이 경험한 것을 꼭 참고하라고 개인적으로 신신당부했다. 한국 경제는 아직 부동산으로 망하는 것을 못 봤을지 모르지만, 거대한 부동산 재벌은 반드시 망하게 되어있다면서 그 메커니즘을 한탄과 푸념을 섞어 설명했다.

그 분들이 말하던 것처럼 당시 세계 최대 부호였던 스스미부터 시작해서 부동산 부호들이 그 이후 다 망하고, 감옥 갔다. MGM도 망하고, 한국의 거대 부동산 재벌들도 대부분 망했다. 부동산재벌이라는 것이 부채가 많을 수 밖에 없고 경기의 순환을 견뎌내기가 어렵기 때문에 결국은 몰락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요즘 중국의 젊은 기업인들을 만나면 비슷한 얘기를 해주곤 한다. (물론 내 말을 새겨 듣진 않는다. 상상컨대 예전에 그 나이 드신 일본 기업가가 젊었을 때 미국이나 유럽의 나이 든 기업가들이 슬그머니 개인적으로 한 수 가르쳐주신 것 아닌지 모르겠다. 교과서에서 가르쳐주지 않지만 나중에 돌이켜보면 지혜로운 말들이 있다.)

셋째, 컨트레리안(contrarian)을 얘기하지만, 부동산시장에는 잘 안 맞는 것 같다. 흔히 ‘역발상’이라 하는 컨트레리안 전략이 들어맞기에는 부동산 가격 변화의 속도가 너무 늦다. 오히려 분위기에 편승하는 편이 부동산투자에는 맞는 것 같다. 단 시장 분위기 편승으로 돈이 남는 것은 오를 때만 적용된다. 전반적인 상승기조에 들어가면 증권시장에서는 빠져 나와야 되지만, 부동산 시장은 그 때 뛰어 들어도 늦지 않는 것 같다. 변곡점까지 한참 더 가기 때문이다. 그러니 너무 머리 쓰고 컨트레리안까지 생각하는 사람은 부동산시장에서 성공하지 못 할 가능성이 높다.

사실 지금 얘기한 대목을 부동산신탁(REIT) 주식에 대한 투자로 연결시키면 재미난 차익거래 (dynamic arbitrage) 전략을 짤 수 있다. 컨트레리안 전략이 증권시장에는 맞아 떨어져도 부동산시장에는 안 맞기 때문에 REIT 주식과 부동산시장 사이에 아비트라지 기회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돈을 상당히 동원해서 그 곳에 집중포화를 퍼부으면 성공할 가능성이 있지 않겠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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