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겸 칼럼] C.S.I.에 대한 오해
케이블 텔레비전을 켜면 영락없이 미국 드라마가 방영된다. 얼마 전만 해도 전파에 국경이 있었다. 가치관이 달라서였다. 문화가 다르기 때문이었다. 지금은 그게 아니다. 지구촌 전체가 고스란히 안방으로 들어와 앉았다. 세계화 덕분이다. 손에 쥔 IT기기의 공적이다. 언제 어디서나 다른 나라를 접한다. 거리에서도 피부색이 낯설지 않다.
라이프 스타일도 비슷해져 가고 있다. 우리나 그들이나 같음을 실감한다. 놀이만이 아니다. 일에서도 그렇다. 범죄수사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같다고 인식한다. 실제 보고 듣고 한 체험이 아니다. 영상매체를 통한 간접경험이다. 여기에 잘못 받아들이는 함정이 도사린다. 영화나 연속극은 픽션이다. 논픽션이 아니다.
범죄나 수사의 극화는 사실(fact)을 토대로 허구(fiction)를 가미한다. 그런 점에서 미국 드라마 C.S.I(Crime Scene Investigation)는 과장이 좀 지나친 감이 있다. 범죄감식요원의 활약상을 그린 연속물이다. 두번 째로 이들은 사건 현장에 달려간다. 첫 번째는 순찰경찰관이다. 현장 가까이에 있어서다. 세 번째가 실제 수사를 하는 형사들이다.
우리도 감식(forensic)을 과학수사로 이름을 바꿨다. 미국식 범죄현장수사(C.S.I)다. 지문과 혈액을 채취해서 유전자(DNA)분석을 한다. 유류물을 수집하고 사진을 찍는다. 시체부검도 한다. 아다시피 범죄현장은 증거의 보고이다. 이를 모아서 분석하고 범인상을 추출해 내는 일이 과학수사요원의 임무다. 이화학이나 생물학 또는 의학 지식을 이용한다. 유전자분석도 한 방법이다.
여기서 그친다. 그 다음부터는 수사관의 몫이다. 드라마에서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범죄현장 감식팀이 수사를 하고 범인을 체포한다. 북치고 장구치는 형국이다. 사실이 아니다. 실제 범인을 잡기 위해 발로 머리로 뛰는 역할을 하지는 않는다. 어디까지나 형사가 범인을 잡도록 지원하는 일을 한다. 드라마에서처럼 범인을 찾아 나서고 권총을 들이대지 않는다.
물론 긍정적 효과는 있다. 온갖 지식과 기술을 동원하여 범죄가 해결되도록 한다. 잡히고 만다는 생각을 범죄예비군이 갖게 만든다. 음지의 그들이 있기에 해결률도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