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겸 칼럼] 캅, 코퍼, 존, 오마와상···경찰 호칭이 뜻하는 것은?
일본에서 근무할 때다. 한국인 원정 소매치기단이 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 그쪽 경찰관들과 자주 만나 협의했다. 그들은 데카가 자주 부상을 당한다고 말했다. 데카라니….
메이지(明治)시대에 소매를 네모나게 지은 옷을 사복경찰이 입었다. 카쿠소데(角袖)다. 이 말을 거꾸로 해서 줄인 데카라는 은어를 만들었다. 형사를 지칭했다.
영미는 캅(cop)과 코퍼(copper)를 많이 쓴다. cop는 순찰 도는 경찰관 constable on patrol의 줄임말이다. copper는 초창기 제복단추를 구리로 만든데서 나왔다는 설이 유력하다.
존(John)이라는 이름도 통용된다. 성은 나라마다 다르다. 미국은 John Law고 오스트레일리아는 John Dunn이며 뉴질랜드는 John Hop이다. 프랑스 경찰 gendarme가 모태다.
경찰관은 세간의 표적이다. 돌멩이 몽둥이 총알 폭탄의 세례에 익숙하다. 뿐만 아니라 미사일의 공격도 받는다. 물론 무기가 아니라 별명이다. 스페인에서는 집시들이 작명했다. 19세기부터 황소(bull)라 했다. 제복경찰은 멍에 쓴 황소였고 철도경찰은 잿빛 황소였다. 이리저리 유랑하는 이들에게 경찰은 달갑지 않아서였다.
요즘은 쓰이지 않지만 옛날에는 유행어가 의외로 많았다. 푸른 병에 청파리가 있고 사냥개도 리스트에 올라 있다. 군중을 팔로 밀어서 팔뚝 또는 팔꿈치라 했다. 손가락으로 오라 가라 하니까 손가락도 추가됐다.
옛날에는 고무장화를 신었다. 그래서 고무신(gumshoe)을 줄여 검스(goms)라고도 했다. 그런데 개구리라 부르다니 웬 말씀? 용의자에게 덤벼드는 자세를 빗댄 표현이었다.
점잖기로는 보비(bobby)나 필러(peeler)다. 근대경찰의 효시 영국경찰의 닉네임이다. 1829년 런던경시청 창설자 로버트 필의 이름을 땄다. 보비는 로버트의 애칭이고 필러는 필의 사람들이란 뜻이다.
일본 국민들은 순찰기능에 맞춰 오마와(巡)상이라 한다.
우리도 멋진 이름 가져보자. 짭새나 몽둥이로 와전되기 쉬운 민중의 지팡이는 별로다.
무엇이 좋을까 경찰이 새롭게 변하려 한다. 변화를 격려하고 재촉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단 미국에서 경찰을 경멸하는 돼지(pig)와 같은 표현은 피하자. 쉽고 산뜻한 이름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