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겸 칼럼] 쪽방사람이 주인집 치와와를 훔친 이유···오, 미제라블!
서울 종로3가에서 보면 북쪽에 비원이 있다. 그 길 왼편 동네가 익선동이다. 60~70년대 기생관광시대에 요정이 번성했다. 일본인들이 고객이었다. 80년대 강남시대가 열리면서 퇴조했다.
지금은 한둘이 명맥을 잇고 있다. 한옥으로 이루어진 마을이다. 북촌이나 남산골보다 잘 보존되어 있다. 종사하던 여성들이 드나들던 미장원이나 한복집이 예전 모습 그대로 눈에 띈다.
오른 편으로 종묘가 있다. 돌담길을 끼고 돈의동 쪽방촌이 형성돼 있다. 일본인 관광객이 문전성시를 이루던 시절에는 소위 기생과 그 기둥서방이 옹기종기 모여 살았다.
팁이라는 봉사료가 벌이였고 남정네는 거기에 기생했다. 그래도 엄마 병원비며, 동생 학비를 댔다. 그런 세월이었다. 그래서인가 일대에는 점집이 아직도 많다. 희망을 점에서 엿보았다.
그때 그 사람들은 어디론지 다 흩어졌다. 인생역전이나 일확천금은 이루었는지 아마도 별반 달라지지 않은 삶을 그 이후에도 살았을 듯하다. 형편이 펴는 날은 거부되었을 터이다.
1평이나 2평의 거주지에 주민은 바뀌고 또 바뀌었다. 대저 사람 사는 곳은 사는 사람들의 거울이다. 속성이 그대로 나타난다. 고급스럽게 표현하면 문화다. 풍경이고 분위기다.
먹고 사는 태양이 반영된다. 이제 그곳은 날품파는 떠돌이들이 모여든다. 일 있어서 일당 받으면 하루 묵는다. 벌이 없으면 지하도로 간다. 거기에서 가슴 아픈 범죄가 발생했다.
50대 쪽방사람이 주인집 치와와를 훔쳤다. 죽인 뒤 털 태우려다가 불을 냈다. 소방차가 출동하는 바람에 들통났다. 절도로 불구속됐다. 배가 고파서 멍멍탕 해 먹으려 했다 한다.
치와와는 대략 키 18cm에 몸무게는 500g이다. 보신탕용 황구하고는 전혀 다르다. 애완견이다. 요리해 봐야 한 줌이나 될까 말까다. 그걸 잡아먹으려 할 정도의 굶주림이 현실이다.
인생에 오답이 없다 한다. 왜냐하면 이게 맞는 답이요 할 정답이 없기 때문이다. 경쟁과 이길 방책만 있다. 그래도 격차가 너무 크다. 있으면 더 부유해지고 없으면 더 궁핍해진다.
예순 넘으면 박사나 무학이나 같아진다. 실업자다. 일흔 되면 빈부가 차이 없다. 돈 쓰러 가기가 힘들어진다. 팔순 넘으면 방 아니면 산에서 잔다. 젊어 나누면 더 좋은 세상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