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겸 칼럼] 화장실과 경호경찰 행복지수
G20 정상회의 등 국빈급이 대거 참석하는 국제행사가 열리면 경비 경찰관들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노출 또는 잠복근무 그 자체야 본업이고 장시간 서 있는 것은 보통이다. 무엇보다 용변보기가 어렵다.
“네 기구에 작은 삽을 더하여 밖에 나가 대변 볼 때 그것으로 땅을 팔 것이요.” 구약성서 신명기 구절이다. 인류는 맨땅에다 그걸 해결해 왔다는 증좌다.
1596년 수세식 변소 처음 발명. 위생관념 희박해 사장되고 말았다. 1775년 알렉산더 커밍스가 특허를 냈다. 물 내리면 수밀(水密)이 형성되는 기술이었다. 고약한 냄새가 물밑에 갇혀 배출됐다.
바다 위 밀실 배에서 먼저 도입했다. 열차도 뒤따랐다. 기차에 설치되지 않았을 때는 도중에 생리해결용 역(驛)을 마련해 15분 가량 정차했다. 그래도 종이에 싸서 투척한다. 일본에서는 쌀 한 되 5전 시절에 벌금 10원을 매겼다.
최초의 도기(陶器) 양변기는 1885년 출현. 파손과 부식과 분해로부터 안전하다. 수천 수만 년 후라도 생활상 해독에 쓰일 정도다. 고고학과 문화인류학 연구에 귀중한 물품이다.
변기제조의 핵심은 악취제거. 이게 보장되자 집 안으로 입실했다. 요즘 시트온열과 자동세척이 인기다. 비데다. 편리함과 쾌적함이 속속 추가되고 있다. 그야말로 진화의 연속이다.
화장실이 바늘이라면 실은 화장지. 6세기 중국 관리이자 학자인 안지추(顔之推)는 “현인의 이름이 쓰여 있는 종이를 뒷물용으로 사용하느냐!”고 일갈했다. 책 뜯어 쓰는 걸 비판했다.
그래서인가. 14세기 중국황실. 연간 70만 장의 향기 나는 종이를 소비했다는 기록이 있다. 우리도 신문과 책자 찢어 썼었다. 지푸라기나 이파리도 동원했다. 어느 나라나 오십보백보였다.
1857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뉴욕에서 화장지가 시판됐다. 두루마리는 1890년 미 스코트사가 출하했다.
최근 퇴비변소가 주목받는다. 배설물과 음식물 쓰레기를 모아 처리한다. 비료와 연료로 사용한다. 옛날 거름의 부활이다. 수질오염 감소에도 주효한 친환경시스템이다. 26억명의 노천변소 이용자에게 희소식이다.
대규모 국제행사 때 호텔 운전기사 대기실에서 기거하는 경호경비 근무자들은 세면은커녕 대소변 처리가 곤란하다. 경비경호 경찰관들 제대로 대접해야 의욕이 생긴다. 이들의 행복은 국민 행복지수와?곧바로 연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