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겸 칼럼] 정보를 알아야 올바르게 결정한다
정보의 쓰임새
정보는 정보로서?존재하고 있는 상태만으로는 의미가 없다. 정보를 수집하여 그 상태 그대로 파는 정보회사에 있어서는 정보의 수집 자체가 목적이 된다. 이는 예외 현상이다. 그런 정보를 갖고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는 의미가 없다. 군사적 의사결정·경제상의 의사결정·정치외교면의 의사결정을 하기 위하여 그 정보를 사용하는 데 의의가 있다. 군사문제를 예로 들어 보자,
군대는 모두 지휘관의 명령에 기하여 행동한다. 이 명령에는 지휘관의 의지가 명시되어 있지 아니하면 안 된다. 지휘관은 어떻게 의사결정을 하는가? 지휘관은 상황판단에 의하여 의사결정을 한다. 상황판단의 정확성은 정보의 확실성을 정보를 토대로 하여야 한다. 이 정보는 부대의 행동을 결정하는 지휘관이 의사결정 – 정확히 말하면 의지(意志)의 결정(決定)이다 – 을 하기 위해 필요한 상황판단의 자료가 된다.
정보의 종류
정보에는 ① 대상(對象)에 관한 정보, ② 자신(自身)에 관한 정보, ③ 지역(地域)에 관한 정보, ④ 분위기(雰圍氣)에 관한 정보가 있다. 대상에 관한 정보는 상대방 내지 타깃에 관하여 잘 알아야 적절한 수단과 방법을 선택할 수 있음은 말 할 나위가 없다. 다음으로 자신에 관한 정보는 중요성을 소홀히 하거나 무시하기 십상이다. 전쟁을 포함하여 모든 세상사는 대립·갈등의 양상으로 나타난다. 또는 겉으로 불거지지는 않았지만 대립과 갈등이 잠재·잠복된 양태로 존재하기도 한다.
상황마다 각기 상대방 내지 타깃이 되는 ‘대상’과 이에 대치하여 이를 다루는 우리 측이라는 ‘자신’이 있다. 그러므로 대상에 관한 정보 못지않게 자신의 장단점이나 강약에 대한 정보가 소상하게 수집·분석·파악되어 손안에 쥐어져 있어야 유효하게 대비·대처·대응이 가능해진다. 나 자신-우리에 관하여는 내가 다 잘 알고 있다는 과신이나 자만은 금물이다. 의외로 내가 모르는 나-우리가 많이 있다.
지역에 관한 정보는 바둑이나 장기에도 바둑판이나 장기판이 있다. 인간 세상에는 인간과 인간이 만나는 접점을 중심으로 한 판(場⇒地域)이 있다.?인구와 면적, 지형이나 지물, 동식물의 분포와 식생, 기상조건, 교통망과 통신망 등에 관한 정보들이 지역에 관한 정보다. 이때 요도(要圖)는 정보활동에 있어서 필수품이다. 요도는 지역에 관한 정보가 정리된 기본요도 외에 관련 정보가 다 망라된 부록이 있으면 활용가치가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홀히 한다. 상황대처 시 허점으로 불거져 큰 낭패를 초래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분위기에 관한 정보는 관계된 사람들의 감정과 정서에 관한 정보다. 논리와 이성만으로 세상이 돌아가지는 않는다.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우호 또는 적대 감정은 사안의 진행과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기분정보라 해도 좋을 그런 정보다. 사태 해결의 실마리와 열쇠를 찾게 되기도 한다.
전략정보와 전술정보
대상·자신·지역에 관한 정보가 횡축(橫軸)의 정보다. 종축(縱軸)에는 그 정보가 전략적 정보인가 아니면 전술적 정보인가 하는 구분이 있다. 전략 정보는 임무를 수행하는데 필요한 기본이 되고 기초가 되는 사항들이다.?군사면의 경우 인적자원의 동원능력, 무기를 비롯한 군수품의 생산능력, 적국 선박의 활동상황 등 전쟁을 수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정보이다.
전술 정보는 현장에서 상황을 처리함에 있어서 현실적으로 실제적으로 필요한 실천적 정보이다.전쟁터에서의 병력, 부대의 위치, 장비 등 전투를 수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정보이다. 전술 정보= ?일반?+?목표?+?지역?+?기술? 정보라고 할 수 있다.
나아가 전술적 정보에는 적군이나 아군에 관한 일반정보, 공격이나 사격의 목표에 관한 목표정보, 지형 등에 관한 지역정보, 적군 무기의 성능 등에 관한 기술정보로 세분된다. 현장에서의 상황을 처리하는 판(場)에서의 정보활동도 일반정보, 목표정보, 지역정보, 기술정보로 무장되어야 한다. 집단대중행동을 대상으로 이를 살펴본다.
일반정보는 주도세력과 배후세력, 목적의 계층성, 궁극적 의도와 표면적 언명, 세력규모, 재정상태, 결합력 또는 단결력과 갈등 또는 분열양태 등은 일반정보이다. 목표정보는 어느 곳이 또는 어느 사람이 취약한가, 누구를 설득·공략해야 하는가, 누구에게 압력을 가하거나 경고해야 효과가 있는가, 누구와 누구를 타협·협상케 하여야 해결 되는가 등은 목표정보이다.
지역정보는 지형지세로 보아 밀리거나 뚫릴 우려가 있는 곳은 어디인가, 대중심리상 격앙되기 쉬운 시점(timing)은 어느 때인가, 사회 심리적 요인이 작용하여 정해진 코스를 잘 가다가 이탈하려고 하는 지점(place)는 어디인가 등은 지역정보이다.
기술정보는 각목이나 쇠파이프 또는 돌이나 화염병을 준비·소지하고 있는가, 피켓이나 깃발의 재료는 흉기로 변할 우려가 있지는 않은가, 플래카드나 깃발의 크기는 어느 정도인가, 플라스틱이나 폴리우레탄 생수병 또는 음료수 용기 등은 흉기로도 사용될 여지가 있지는 않은가 등은 기술정보이다.
정보활동의 4단계
정보활동은 통상 4단계로 나누어진다. 제1단계는 정보를 수집하는 노력을 ‘무엇에’, ‘어느 정도’ 지향케 하느냐를 결정하는 단계이다.
제1단계 EER→OIR→정보수집계획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서 투입 가능한 자원 – 인력·시간·자금·시설·장비 등 – 은 유한하다. 그저 막연하게 우연에 맡겨 정보를 수집할 여유는 결코 없다. 상황판단을 위하여 꼭 필요한 정보인 ‘정보 주요소(Essential Element of Information, EEI)’를 결정하여야 한다. 이어 우선도에 따라 필요한 ‘기타 정보요구(Other Intelligence Requirement, OIR)’를 작성한다. EEI와 OIR이 마련되면 바로 그에 따라 정보수집에 들어가는 건 아니다.
‘정보수집계획’을 작성해야 한다. 이는 정보의 유저(user)인 조직책임자나 지휘관의 니즈(needs)를 명확히 하고 정보수집의 임무·역할을 부여하는 과정이다. 이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상대방인 정보대상의 기도(企圖)가 과연 무엇인가를 추측해 내도록 요구함에 있다. 상대방인 대상이 그 행동을 하고자 하는 의도가 무엇인가? 왜 그렇게 나오는가? 그 가능행동과 목표 내지 목적을 알기 위한 정보의 수집요구는 필수사항이다. 정보활동의 성패를 좌우하는 관건의 하나이다.
제2단계 정보의 수집?
제2단계는 정보를 수집하는 단계이다. 정보라고는 하지만 이 단계에서의 정보는 개개의 단편 정보이다. ‘정보자료’라고 부르는 정보활동에 의해 수집한 내용물이다. 이 단계에서 첫째로 중요한 점은 먼저 선입관을 버려라! 이다. 내 눈과 내 생각으로만 판단하지 말라는 경고다.
내가 볼 때는 일견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되는 사안이나 언동, 사소한 일이라고 보여 지는 사항이라도 무시하여서는 안 된다. 일반의의 사고방식과 보통사람의 가치관으로 세심하게 보고 들어야 한다. 상대방인 대상이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는 상태, 이 상태도 하나의 중요한 정보 상황이며 훌륭한 정보자료가 됨을 잊어서는 안 된다. 둘째로는 꾸준히 지속해서 정보를 수집하는 ‘계속성’이다. 정보자료를 얻기 위한 루트 = ?자료원?을 개척하고 유지함에 있어서도 계속하여 접촉하는 노력을 기우릴 필요가 있다.
인간세상의 인간사는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는다. 반복될 가능성은 상존한다. 몇 년 후에 일이 터져서 오래 전 그때 그 일로 만나고 나서는 인사도 없이 지냈던 상대방을 만난다면? 정보 얻기가 무척 어렵다. 아니 불가능할 지도 모른다. 그래서 정보요원에게는 인간관계가 중요하다. 인간관계에 성실하고 변함없는 사람일수록 우수한 정보요원이 됨은 진실이다. 물론 돈이야 안 들겠는가. 시간도 들어간다.
제3단계 정보자료의 처리
제3단계는 수집한 정보자료를 처리하는 단계이다. 여기에서 ‘처리’라 함은 ‘기록’하고 → ‘분석-평가’하고 → ‘정보가치를 판정’하는 일련의 작업이다. 하나하나의 정보자료는 의미가 없는 듯이 보이기 마련이다. 그러나 시간 순으로 늘어놓는다든지, 요도위에 전개한다든지 또는 다른 정보자료와 대조한다든지 해보면 뭔가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상대방인 대상의 행동 모습이나 양태 또는 기도나 목표가 나타난다. 같은 정보자료가 각기 다른 자료원에게서 얻어졌다면 그 정보자료는 신빙성이 높음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프로세스를 거쳐 ‘정보자료’로부터 ‘정보가 유도’되어 나오게 된다.
제4단계 정보의 사용
제4단계는 정보를 사용하는 단계이다. 수립한 정보자료가 수집한 사람이 추출한 상태 그대로여서는 안 된다. 수집된 정보자료는 종합되어야 비로소 정보가 된다. 최후에는 유저에게 전파·도달되어 사용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정보는 의사결정에 도움이 되게 하는데 존재의미=생명이 있기 때문이다. 시간에 맞춘 정보가 정보다. 이 단계에서는 조직책임자의 의사결정 시기에 맞추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정보는 시간의 경과와 더불어 ‘열화·부패'(劣化?腐敗)되어 간다.
나중에는 ‘무의미’한 휴지조각이나 옛 이야기가 되고 만다. 아무리 정확하고 상세한 정보라 할지라도 의사결정의 시기에 도달·제공되지 않는 정보는 의미를 지니지 못한다. 정보활동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시간이 다른 그 무엇보다도 우선순위가 제일 높다. 정보요원의 정보활동은 정보의 최종 사용자가 의사결정을 함에 있어서 ‘주어진 시간’과 정보내용의 ‘정확도’와의 조화·밸런스를 어디에 두느냐는 선택에 부딪힌다. 이 과제를 해결하는 정보요원이 훌륭한 정보요원이다.
당신도 정보요원
우리는 각자가 일상에서 정보활동을 하는 정보요원이다. 정책결정의 현장에서, 범죄와 대결하면서, 영업과 판매의 일선에서 상대방을 만난다. 혼자서는 살 수 없다. 불가피한 인생의 현실이다. 환경과 조우하는 그때그때마다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한다. 의식하지 않고 정보를 분석한다. 무의식 상태에서 필요한 정보는 받아들이고 불필요한 정보는 버린다. 만나고, 교섭하고, 타협-협상하고, 결론을 이끌어 내고, 결과를 나누려면 정보가 필요하다. 우리의 일상생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