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겸 칼럼] 포도주 소비가 줄어든 까닭은?
프랑스 국민술 포도주 소비가 해가 거듭될수록 줄어들고 있다. 포도주 애호가에게 이는 프랑스 문명의 쇠퇴로 인식되고 있다. 포도주는 프랑스인에게 잔치나 행사 때 나오는 기념품이 아니다. 신분 과시용도 아니다. 모든 프랑스인이 식사할 때 그저 식탁에 놓고 마시는 먹을거리의 한 요소였다.
그런 습관이 사라지고 있다. 프랑스인들이 프랑스만의, 프랑스적인, 각별한 예외라고 자부했던 문화였다. 그런 자부심은 1980년에는 성인의 절반 이상이나 되는 51%가 매일 포도주를 마셨다는데 있었다. 그러나 2012년에는 17%로 줄었다. 2/3나 감소했다.
프랑스 문명과 문화는 대체 어디로 갔는가. 1인당 연간 포도주 음주량이 1965년 160리터이던 것이 2010년 57리터로 대폭 줄었다. 이 추세로 나간다면 곧 30리터 수준이 될 거라는 예측마저 있다. 노인은 마시고, 젊은이는 안 마신다. 여기에는 세대별 음주습관의 변화가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60, 70대는 식사 때마다 식탁 위의 와인과 함께 성장했다. 와인=애국심=문화유산이란 등식이 뇌리에 각인돼 있다. 와인을 탐닉한 것이다. 40, 50대는 인터넷 세대다. 와인에 덜 탐닉한다. 덜 마시는 게 더 좋다는 생각이다. 그 돈을 다른 데 쓰는 게 낫다는 입장이다. 20, 30대 중후반까지도 와인에 흥미 없었다. 그들은 와인에 무슨 문화가 있다고 그리 야단법석이냐고 고개를 갸우뚱한다. 다른 많은 제품과 같은 상품이라는 인식이다. 와인에 아까운 돈을 쓰다니 낭비라고 거침없이 말한다. 60, 70대 노인장들에게는 청천벽력이다.
가치관과 소비행태가 변했다. 이같은 경향은 와인 생산국 이탈리아나 스페인도 마찬가지다. 아시아 수출로 활로를 뚫고 있다. 한국과 일본과 중국이 호구다. 프랑스인들은 프랑스식 가치에 집착해 왔었다. 인생에는 좋은 그 무엇이 있다. 전통이라든가 그런 것들에 대한 이해와 전승이 중요하다고 봤다. 그런데 다 변하고 있다.
자유주의경제와 세계화가 초래한 물결이라며 거부감 느끼면서도 받아들이는 기미다. 다국적 기업과 지구 규모의 커뮤니케이션과 메디아가 프랑스의 문명과 문화를 뒤흔든다고 느낀다. 실리주의라는 새 가치관도 가세했다. 온 가족이 식탁에 둘러 앉아 포도주 곁들여 밥 먹던 때가 도대체 언제였나. 환담과 재미는 옛말이다. 다이어트와 칼로리를 걱정하며 영양학적으로 식사한다. 가능하면 빨리 식사를 끝낸다.
중세에 물은 불결했다. 병도 옮겼다. 포도주가 음료수였다. 1789년 프랑스 혁명은 포도주에서 귀족의 음료라는 이미지를 추방시켰다. 값 싼, 대신 질 낮은 포도주가 나왔다. 19세기 들어서서는 노동자가 증가하면서 포도주 소비도 늘었다. 이어 발발한 제1차 세계대전이 포도주가 대중주로 정착한 계기를 만들었다. 1914~1918년의 전쟁 기간 중 포도주는 군용품이 됐다. 싸고 질이 떨어지는 와인을 벌크 상태로 최전선 참호에까지 보급했다. 포도주를 입에 대보지도 않았던 곳에서 징집돼 온 병사들도 마셔대기 시작했다. 싸구려 와인이 일반화되고 소비 붐이 일었다.
1950년대에는 프랑스 도처에 아울렛, 카페, 바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작은 마을에도 5~6곳이나 영업을 했다. 이때가 포도주 최대 소비 시대였다. 1960년대 들어서자 우선 노동형태에 변화가 생겼다. 옥외에서 일하는 사람이 줄어들었다.
밖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포도주 마시고 기운 낸다 했다. 우리가 옛날에 막걸리 마시듯이 말이다. 점심때도 많이 마셨다. 취해도 무방했다. 사무실 노동자들은 달랐다. 사무실 안에서 일 했기 때문에 술 냄새 풍기거나 취해서는 안 되었다. 점심 때 음주는 해고를 자청하는 행위였다. 말 그대로 점심식사는 무미건조하기만 했다.
더군다나 포도주의 최대 적이 등장했다. 자동차다. 음주운전은 범죄였다. 시도 때도 없이 누가 포도주 마셔? 감옥 가려고.?설상가상 인구 구성도 변하였다. 구 식민지에서 이민 온 무슬림. 음주는 계율 위반. 죄 짓는 행위다. 자연스레 포도주에 대한 수요가 맥주와 칵테일과 주스와 생수로 옮겨 갔다.
저녁식사의 음료는 1980년만 해도 와인이 톱이었다. 2010년에는 ①수돗물 ②생수 ③와인 ④소프트드링크나 주스순으로 변했다. 아마도 얼마 안가서 포도주가 소프트드링크나 주스에게 추월당할 듯하다.
인터넷, 휴대폰 그리고 SNS가 없었거나 활용이 미약했던 시대의 사람 사귀기는 직접 대면이었다. 밥?같이 먹고 술 함께 마시기가 정석이었다. 2, 3차도 불사했다. 코가 삐뚤어지게 마셔대고 대취해야 통(通)한다 느꼈다. 마무리를 여성 접대부와 성관계하는 것으로 장식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요즘은 이 교우관계도 변하고 있다. 그렇게 만나지 않아도 핸드폰으로 언제 어디서나 가능한 시대다. 동서양이 술보다는 취미와 봉사의 공동행동(共動行動)에서 일치를 찾아가고 있다. 너도 나도 차를 모는 건 보통이다. 이러니 알코올이 들어간 드링크 자체가 경원시 된다. 와인 소비는 더 줄어들 게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