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겸 칼럼] 소문의 사회학⑦ 기업의 헛소문 피해

개인만 소문의 표적이 되는가. 기업도 그 주인공이 되어 곤욕을 적지 않게 치른다. 힘 좀 쓴다는 대기업이라고 예의가 아니다. 물론 널리 알려진 식음료회사도 당한다. 외식업체도 시달린다. 뿐만 아니라 특급 호텔이나 유명 부티크도 예외가 아니다. 잘 나가는 업체일수록 구설수에 더 오른다. 유명세다. 미국의 다국적 햄버거 체인이 1971년에 일본에 진출했다. 2년 후였다. 이제 좀 자리 잡나 보다 할 즈음이었다. 괴상한 소문이 나돌았다.

햄버거와 고양이와 지렁이

“누군가가 그 햄버거 가게의 뒤에 가보았다. 고양이 시체가 있었다. 햄버거에 고양이 고기 넣는다더니 정말인가 보다.?점원에게 이야기를 했다. 그랬더니 점장이 나와서 소문 내지 말라며 4만엔을 건네주기에 받았다더라. 어느 학생이 이 얘기 듣고 그 햄버거 가게에 갔다. “야옹!”고양이 소리를 냈다. 1만엔을 받았다더라”는 내용이었다.?15년 후인 1988년에는 햄버거의 재료가 고양이에서 지렁이로 바뀐 채 나돌았다.

햄버거의 본고장 미국은 어떤가? 비일비재하다. 지렁이를 재료로 한다는 소문의 진원지는 미국이다. 조그만 햄버거 가게를 중심으로 나돌기 시작했다. 1978년에는 세계 최대의 다국적 햄버거 체인이 그 주인공으로 등극! 미국 대륙에 퍼져나갔다. 급기야 그 해 11월 기자회견을 하기에 이르렀다. “100% 미국정부 검사를 마친 소고기를 사용함”을 밝혔다. 이어서 전국 홍보 캠페인에 들어갔다.

먹고 마시는 업종에 많다

개별 상품으로는 식품과 음료가 단연 많다. 그 중에서도 햄버거! 애용하는 이가 많아서다. 쥐, 고양이, 개의 고기 또는 지렁이가 들어간 햄버거, 고양이나 개의 사료를 쓴 햄버거다. 이물질도 있다. 그런 고기를 쓰고 있으니까 나온 게 아니냐는 간접증거로 언급된다. 고양이의 눈, 쥐의 털, 사람의 손가락, 바퀴벌레, 톱밥, 판지 쪼가리가 들어있는 햄버거다.

별의 별 게 다 들어간 먹거리

잉어를 사용한 생선 튀김, 쥐나 손가락이 들어있는 핫 도그, 손가락이 들어있는 소시지가 있다. 개나 고양이의 사료 또는 생고무가 들어있는 피자, 쥐 고기를 사용한 치킨, 지렁이가 들어있는 오트밀도 있다. 발암물질이나 불임물질도 들어있다. 쥐 또는 음식물 찌꺼기가 들어있는 통조림, 성욕을 자극하는 캔디 또는 폭발하는 캔디, 거미 알이 들어있는 검도 나돈다.

음료의 경우에는 암을 유발하는 물질이 들어있다, 쥐가 들어있다, 맛이 갔다 등이다. 식음료에 국한되는 게 아니다. 불임을 유발하는 남성 팬티, 고양이 냄새 나는 향수도 나온다. 자동차는 예외? 그럴 리 있나. 트렁크나 후드 안에 시멘트가 가득 찬 자동차, 죽은 사람이 앉아 있는 자동차가 있다.

개별 회사도 당한다

마리화나 밭을 갖고 있는 담배회사, 총기소지 규제를 지지하는 회사로 비난당한다. 마녀 또는 원리주의자가 지배하는 회사, 악마를 숭배하는 회사, 신흥 나치스 또는 PLO에 자금을 지원하는 회사라고 매도한다. 심지어는 화장실 욕조에 악어가 있다는 소문으로 시달린 유명한 호텔도 있다.

상업전설(商業傳說)의 종류

기업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소문은 유언비어(流言蜚語), 가십, 도시전설(都市傳說) 가운데 도시전설의 한 유형이다. 소문 연구가들은 이를 상업전설(商業傳說 Mercantile Legends)라 부르고 있다. 상업전설은 다시 (1) 정직하지 못한 기업이라는 소문, (2) 부주의한 기업이라는 소문, (3) 사악한 기업이라는 소문으로 나누어진다. 부정직한 기업이라는 소문의 예; 햄버거를 소고기 대신 지렁이나 말 또는 쥐의 고기를 싸서 만든다. 부주의한 기업이라는 소문의 예; 손가락이나 바퀴벌레, 쥐, 거미 알이 나왔다. 사악한 기업이라는 소문의 예; 특정한 정치집단 또는 종교집단에 자금을 지원한다. 악마를 숭배한다. 마리화나 경작지를 소유하고 있다 등이다.

어떤 기업이 소문의 주인공이 되나

그러면 왜 상업전설은 특정한 기업이나 상품을 대상으로 생겨나는가? 네 가지 요인이 있다. 1. 기업 규모와 독점의 정도, 2. 독점 정도가 지역성, 3. 상품의 신구성(新舊性), 4. 개별기업의 업계 군림도(君臨度)다. 언뜻 보더라도 규모가 큰 회사와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기업이 타깃이 된다. 새 상품이 사업전설의 표적이 된다. 규모 크고 독점력 있으면 표적되고 시장점유율이 높은 기업은 예상의 범위를 훨씬 넘는 많은 종류의 소문에 시달리게 된다. 실증연구 결과다.

“음료 속에 쥐가 들어 있었다더라”는 소문의 경우를 보자. 시장점유율 톱인 A 업체와 그 밑에 있으면서도 상위 그룹을 형성하고 있는 B 및 C 업체도 대상이 되었다. 소문을 조사한 결과 음료시장 점유율 24%인 A 업체의 소문 점유율은 96%나 되었다. 나머지 4%의 소문 점유율을 B 및 C 두 업체가 나누어 가졌을 뿐이었다. 결국 소비자들은 쥐가 들어 있었던 음료는 A 업체의 음료였다는 인식을 하고 있었던 셈이다.

지역독점에 따른 높은 인지도도 소문 불러

“양탄자 속에 숨어 있던 독사에게 물렸다더라”는 소문이 특정한 지역에 유행한 적이 있었다. 그 지역 주민들에게 잘 알려져 자주 찾아가는 쇼핑몰이 그 양탄자 소문의 주인공이었다. 전국에 걸친 독점력은 없어도 어느 한 지역에서 독점의 지위를 향유하면 역시 헛소문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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