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겸 칼럼] 소문의 사회학⑤ “가십도 정보전달 기능”

유언비어와 마찬가지로 가십도 정보전달의 기능을 수행한다. 가십을 소곤거리는 사람은 뉴스를 전한다. 가십 듣고 놀랐다. 당연히 다른 사람도 알고 싶어 할 거라 생각한다. 전달자는 사실이라고 생각하거나 또는 믿고 전한다. 뉴스를 전하는 저널리스트의 심정이 되기도 한다. 이와 같은 행동에 악의가 없다? 그 배후의 의식에는 기묘한 심리 메커니즘이 움직인다.

악의(惡意)의 메커니즘

Stirling, R. B는 가십의 동기로 여섯 가지를 발표했다. (Some psychological mechanism operative in gossip; 1956년 Social Forces 34호) 가십의 여섯 동기는 (1)선전(宣傳) (2)적의(敵意) (3)공격성 (4)투사(投射) (5)감정의 카타르시스 (6)원망(願望)이다.

상처 입히기가 주류

여기서 선전(宣傳)은 정치나 경제면에서의 특정한 목적이나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다. 연적(戀敵)을 제거하려는 수작도 포함된다.?적의(敵意)는 어떤 개인에 대한 적대감이나 적개심에서 빚어진다. 선전과 적의의 의도는 명확하다. 가십의 주인공인 타깃에게 상처 입히려는 행위다.

공격성(攻擊性), 투사(投射), 감정의 카타르시스, 원망(願望)은 정신분석학 개념이다. 이 경우 가십을 얘기하는 본인이 명확하게 적의를 갖는 건 아니다. ‘무의식 세계의 기제’(機制 ; 마음의 메커니즘)가 가십거리를 찾게 만든다.

공격성은 마음 속에 잠재한 갈등이나 불평 불만을 분출시킨다. 공격대상 인물을 가십의 주인공이나 조연으로 등장시킨다. 마음 속 갈등이나 불평 불만의 원인을 찾아내서 해결하려는 행동이 아니다. 공격의 창끝을 외부의 다른 사람에게로 돌린다. 이와 같은 연유로 가십의 주인공이나 조연이 되고 나면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다. 가십이 사라지기만을 기다려야 한다.

가십 속 주인공 되어 자기감정 드러내기도

투사(投射) 역시 자기 자신 속의 좋지 않은 감정을 가십의 타깃이 된 사람에게 뒤집어씌우는 메커니즘이다. 사람들은 누군가를 증오할 경우 어떤 심리상태가 되는가? 그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거나 인정하지 않는다. 역으로 상대방이 나를 증오하기 때문에 나도 그렇게 한다는 식으로 생각하려고 한다.

자신은 뒤로 숨는다

가십 주인공의 입을 통하여 그 사람이 괜히 나를 미워한다는 식으로 비판하거나 불만을 토로한다. 자기 자신의 증오감은 드러내지 않는다. 은폐해 버린다. 이때 가십 주인공의 증오감은 가십을 소곤거리는 사람의 가십 주인공에 대한 증오감이다.

감정의 카타르시스는 가십을 통하여 다른 사람을 험담하는 행위다. 마음 속에 쌓여 있는 감정을 발산시킨다. 나아가 다른 사람을 비판함으로써 자기 자신은 정의를 구현하는 재판관의 기분을 맛본다. 원망(願望)은 실은 가십을 지껄이는 사람이 하고 싶거나 원하는 욕구 또는 희망이다. 직접 얘기하지 못하고 주인공을 통하여 이를 표현한다.

악남악녀의 공격심리

가십 소곤거리는 심리의 배경에는 의식과 무의식의 마음상태가 개입된다. 그 중에서도 본인이 전혀 의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적대감이나 공격성이 표출되는 가십은 파괴력이 세다. 타깃이 된 가십의 주인공은 때 아닌 밤중에 홍두깨 격으로 회복 불가능한 상처를 입는다.

이롭지도 해롭지도 않은 가십이 더 많아

가십은 다른 사람에 대하여 이것저것을 재미있게 이야기하기도 한다. 화젯거리다. 악담이나 험담으로 일관하지는 않는다. 대학생들 사이의 가십을 조사했다. 포지티브한 내용 27%, 네거티브 25%, 중립적인 내용이 48%였다.

그러나 우리가 가십 내용에 대하여 갖는 선입견은? 악담이나 험담이다. 좋은 말은 대개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다. 나쁜 말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지 않는다. 가슴 속에 담아두는 인간습성 때문이다. 그래서 가십 하면 험담이나 중상모략을 연상한다.

가십에 사후약방문 없다

속 마음 각각, 뱉는 말 각각인 게 현실세계다. 그런 상황 아래서 사는 인생이다. 허벅지를 얼핏 지나치다가 봤다. 그런데 그 사람 대놓고 그것 보더라 하는 세상이다.

개인이건 기업이건 가십은 관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 관리한다는 말을 오해하지 말아야 한다. 진원지의 추적? 엉뚱한 사람 잡는다. 어렵다. 유통(流通)의 임의중단? 불가능하다. 대통령 욕하고 비방하는 모욕죄도 폐기되고 사문화되고 있다. 당신을 대상으로 가십 했다. 뭐 어쩔 건데?

굿 지난 뒤 날장구 쳐서야 어디 쓸모 있나. 처신과 언행이 올바르고 투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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