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겸 칼럼] 대한민국 ‘지도층 표준형’을 아십니까?
소유와 훔침
[아시아엔=김중겸 전 인터폴 부총재] 68세의 독신남성. 직업은 막일. 기초생활비를 받았다. 작년 봄 모시던 어머니가 작고했다. 서울 장안동 단독주택 1층에 전세로 살았다. 토지주택공사 전세지원금 5700만원에 자신의 3백만원을 보탰다. 가을이 되자 그 집이 팔렸다. 이사 가야 했다. 전날 집을 비우겠다 하고 목을 맸다. 2014년 10월29일 오전 10시 발견됐다. 탁자 위 봉투 속엔 “고맙습니다. 국밥이나 한 그릇 드시죠”라고 적혀있었다. 10만원과 함께.
전기요금, 수도요금. 장례비로 모두 166만원을 놓아뒀다. 어머니가 안 계시니 살 이유가 없어졌을까. 언제라도 하직할 준비를 하고 살았던 거다.
통영에서는 스물넷 미혼모가 투신했다. 경찰의 성매매 함정수사에 걸렸다. 연행되기 전 옷 입겠다며 사복경찰관을 내보냈다. 2014년 11월 25일 22시50분 모텔 6층 창에서 몸을 던졌다. 그녀는 어머니를 일찍 여위었다. 열일곱에 가출해 딸을 낳았다. 먼 타향에서 몸 팔며 일곱 살 딸을 키웠다. 하나뿐인 희망. 비루한 삶 딸에게 알려지느니 차라리 죽기를 택했다.
창피 모른다-뻔뻔한 소유
이렇게 세상 떠나는 서세(逝世)가 있던 해 작년 12월 초. 국민안전처 장관 후보자의 불법-편법-위법 행위가 논란이 됐다. 그만한 정도 인물들의 공통 자격요건에 딱 하나 빠졌다. 아들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들이 있었다면? 당연히 병역, 요리조리 피해가는 걸 마다 했겠는가.
그의 불법, 편법, 위법 내역은 이렇다.
서울로 위장전입 3건/부인 위장취업/아파트 실제 거주 않으면서도 소유 중/부인 시가 2억원 아파트를 3500만원에 구입한 걸로 계약서 작성/대학서 받은 급여 일부 신고 누락->장관 얘기 나오자 부랴부랴 납부/연말정산에 세 차례 이중 공제/국민건강보험료 부당 공제/딸에게 미니쿠퍼 사주고 증여세 미납. 교통 속도위반과 주정차 위반으로 23회 걸렸다. 과태료는 하나도 안냈다. 해군대장 출신으로 바다 전문가라고 한다.
석사학위 1년만에 땄다. 입학금과 등록금은 일부 면제받았다.
견디지 못할 고난-죄송한 빈곤
얼굴 얼핏 봐서는 사정 잘 모른다. 태평한 듯하다. 찬찬히 들여다보면 양파 껍질 벗겨지듯 한 겹에 한 걱정. 두 겹에 두 걱정이다. 그 중 가난은 탈피하기 어렵다. 무일푼이면 어떻게 먹고 살까? 대안은 구걸-도둑질-매춘-자살-살인 가운데 선택하게 된다. 없으니까 배고프니까 그짓 한다. 예방이 정부 의무다. 행정의 국민보호권이다.
그걸 안 하려면 행정기관 존재 필요 없다. 도대체 누가 배고프고 아픈가. 어려움 이고 지고 사는 국민을 파악할 책무가 정부에 있다. 처지와 상태에 따라 서비스가 제공돼야 한다.
가진 자는 뭐든 내탓 아니라 한다. 세무사나 대리인 실수라고 한다. 벼락부자는 돈 횡포 부린다. 놋쇠 낯짝이 된다. 버릇없고 야비하다. 죄송하다는 립서비스뿐 또 저지른다. 부자는 식복(食福)이 있다. 이런저런 복을 향유한다. 여복(女福)조차 누린다. 가난한 사람 자식 복은 옛말이다. 자식 많으면 먹고 살기 더 힘들다.
가난한 자는 괜히 죄송스럽고 고개 숙인다. 폐 안 끼치려 한다. 이들의 일상을 보장하고 보호하는 제도가 실효성 있어야 한다. 말뿐인 복지여서는 안 된다.
행정은 보살핌이다
사회복지기관이 경찰? 그렇다. 미국경찰의 임무였다. 1990년까지 노숙자에게 잠자리를 제공했다. 아침을 준 경찰서도 있다. 1880년대 필라델피아 경찰은 매년 10만명 이상을 재웠다. 미국경찰이 수행한 소셜서비스의 하나였다. 순찰차 슬로건 ‘보호와 봉사’(protect and service)에 숨결이 살아 있다.
조지아주 주도 애틀랜타 경찰엔 2014년 노숙자특별지원팀(the Homeless Outreach Proactive Enforcement unit) ‘희망’이 출범했다. 체포와 투옥이 목적 아니다. 거리실정을 제일 잘 파악하고 있는 행정기관은 단연 경찰이다. 거리와 골목을 순찰하면서 표정을 읽는다. 주민의 기쁨과 서글픔도 체감한다.
시내의 4만명 내지 6만명의 노숙자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 안면을 트고 지내며 속에 담은 얘기를 한다. 재활 상의도 한다. 현장 알고 현장에 즉응하는 경찰, 사회봉사 역할을 수행 중이다.
현대국가 모델에 따르면 노숙자 대책은 경찰 소관이 아니다. 근대경찰로부터 적극업무 즉 보건, 위생, 복지 등을 제거했기 때문이다. 다른 행정기관으로 이관됐다.
누굴 누가 보살펴야 하는가
대통령은 왜 빈곤을 근절시키지 못하는가. 그 역량을 좌우하는 요인은 무엇인가. 정치의 방해자 역할이 심대하다. 당파이익에 집착한다. 좋은 정책일수록 표류케 만든다.
경제학은 가난퇴치에 무식하다. 경영학은 경영공학자를 양성한다. 윤리 저버린 돈 버는 기계를 만들어낸다. 대통령의 정의, 즉 공정과 공평감각이 필요하다.
있는 자는 내 몫만 더 챙기려는 습성에 젖어 있다. 대통령 속 썩이는 그들을 멀리 하라. 이미 중산층이 무너져내린 시대, 하루하루 아슬아슬하게 살아가는 국민에게 초점을 맞추라. 한 푼이 아까워 맘대로 먹고 입지 못하는 시민에게 귀 기울여라. 역 대합실에서 TV보며 하는 말. “저런 집에서 사는 사람들은 얼마나 좋을까. 돈 어떻게 벌었길래 저렇게 사나” 한다.
마트에서 물건 사며 푸념하던 아줌마 하는 말. “돈 많은 사람들은 그 돈 다 어떻게 쓸까. 쓰고 또 써도 더 생긴다던데. 남은 돈 죽을 때 다 가져가나?”
위에 계신 분들, 이런 소리 안 들리는가. 나는 곧잘 듣는다. 신경 써 듣는 게 아니다. 그저 거기 서있는데 내 귀에 들어온다. 그냥 거기 지나가는데 내 귀에 꽂힌다. 이 소리 듣고 보살피면, 성공한 대통령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