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겸 칼럼] 왜 10대 소년들이 ‘이슬람 전사’가 되나?
테러리스트 인생의 그늘 두세 명으로 족하다
유럽 각국에 무슬림 과격조직은 엄연히 존재한다. 영국만 해도 2백여 단체에 2천여명이 활동한다. 지난 1월7일 파리를 뒤흔든 세 명의 테러리스트는 오늘날의 ‘표준행동 세포’다.
나이는 18살부터 30대 전반, 구 식민지에서 온 이민 2~3세대로 중하 계층 출신으로 부모는 이민 온 까닭에 거주국 말이 서툴다. 대학 중퇴 또는 졸업의 학력에 신앙엔 별로 흥미 없이 성장하지만 한번 믿게 되면 독실해진다. 이들은 평범한 성향에 전과도 없다. 형제간 우애가 돈독해 ‘형제 테러리스트’도 종종 있다.
국내 자생 지하디스트(Jihadist)다. 둘 또는 셋이 연대한다. 예전의 알카에다처럼 조직이 움직이지 않는다. 아일랜드공화국군(IRA, Irish Republican Army)과 같은 부대가 아니다. 무기는 브뤼셀 암시장에서 구입한다. 알바니아와 북아프리카에서 흘러 들어온다. 체코제 반자동 기관단총은 5000유로면 산다. 폭탄은 공개자료를 보고 만든다. 원료는 화공약품상에서 구입한다.
자폭은 이점이 많다. 폭탄 몸에 두르고 이동한다. 미리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 사전탐지 우려도 없다. 수동이니까 복잡한 원격장치가 필요 없다. 시간과 장소 선정이 자유롭다. 본인을 포함 1건 당 평균 13명을 살상한다. 非자폭은 한 명만 죽인다. 현장에서 즉사하니까 추적될 염려도 없다.
대면접촉으로 통신기기 사용은 감소하고 도청기회도 줄일 수 있다. 비용은 자비로 충당하므로 자금흐름 파악을 통한 검거가 불가능하다. 소수가 행동하므로 적은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거둔다. 52명이 죽고 7백명이 다친 2005년 7월7일 런던 테러는 8000파운드(1600만원)로 성공했다.
내 아버지 어머니 삶의 터전
프랑스 무슬림은 아프리카 출신이 주류를 이룬다. 알제리나 모로코가 대표 격. 영국은 파키스탄, 방글라데시와 인도에서 왔다. 옛 식민지 사람이다. 이민 1세대. 말리에는 오늘날에도 프랑스 공정대가 투입될 정도다. 반정부군 격퇴를 도와주러 간다. 긴밀한 관계를 여전히 유지한다.
제 살던 곳 떠나온 이들이 사는 양상은 거의 같다. 민족이나 인종이나 신앙의 차이가 라이프스타일에 쿤 차이를 가져오지 않는다. 피부색 다르고 믿는 게 다르고 말 다른 국가에서 당신이 산다면? 내 동포 많이 사는 코리아타운에 가게 된다. 인간심리 유사하다.
유럽 무슬림 인구는 절반이 1세대. 나머지 절반은 2세대 또는 3세대다. 1세대는 어떻게 살아왔는가. 공장노동자였다. 집세 싼 지역을 찾았다. 출퇴근 편리한 곳으로 모여 들었다. 수만리 떨어진 타향살이. 이민족 이교도 속에서 외롭게 살겠는가. 내 고향 사람들과 정 나누며 의지하며 살겠는가. 자연스럽게 자기들의 동네가 형성된다. 빈민지대 슬럼이다.
신앙공동체 없는 종교 없다. 교회나 성당이나 절이 그런 공동체다. 무슬림도 모스크를 중심으로 이슬람공동체를 형성한다. ‘움마’umma(h)다. 그들은 움마에의 귀속의식이 강하다. 독일 최대 이민그룹은 터키인이다. 3백만명 대부분이 무슬림으로 모여서 산다. 자수성가하고 돈 번이 왜 없겠는가. 떠나지 못한다.
거기에 형제자매, 친지와 친구가 산다. 허용된 음식 할랄(Halal) 가게도 있다. 2세대나 3세대도 탈출하지 못한다. 움마에 모든 게 다 있다. 거길 어떻게 떠나가겠는가. 바깥 세계로 나가기 어려우니 단절된다. 자발적 격리인 셈이다.
벗어날 뾰족한 수 없다
프랑스 무슬림 2세대나 3세대는 프랑스에서 태어나 여기서 자라고 배웠다. 그렇다면 프랑스인인가?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말리 출신 이민자인가? 영국에서 출생하고 성장하고 학교 다닌 나는 영국인인가, 어머니처럼 파카스탄 사람인가?
백인 영국인과 똑같이 살아본다. 이슬람식 이름 모함메드(Mohammed)를 버리고 영국식 이름 마이크(Mike)를 고른다. 영국인 친구를 따라 다니며 이슬람에서 금지된 술도 마시고 댄스파티에도 간다. 이성친구도 사귀며 프리섹스도 해본다. 결과는? “너는 괜히 싫은 무슬림이야! 그래 봐야 모하메드! 야! 넌 파키(Paki)(파카스탄 사람을 경멸하여 부르는 호칭)야!” 소리만 들려온다.
겉으로는 다 유럽인이다. 한
한꺼풀 벗기면 달라진다. 겉과 속이 다르다. 일상생활에 현존하는 차별이다. 매일 겪는 모멸감이다. 그렇다고 해서 배운 만큼 직장이 보장되지도 않는다. 이민사회의 빈곤은 어떤가? 평균수입 이하 세대가 어느 국가나 대략 60%로 실업률은 평균의 두배에 이른다.
젊은 층은 더 심하다. 제대로 된 직장은 드물고 취직해도 급여를 적게 준다. 착취. 가난, 실업과 차별 속에서 뭘 생각하겠는가. 뼈에 사무친 소외감이다. 기독교사회의 이슬람 억압을 깨닫는다. 반발하며 분노와 증오를 키운다.
어느 날 우연히 이슬람 과격사상과 조우한다. 이슬람 지도자 이맘(IMAM)의 주장에 넘어간다. 팸플릿이나 비디오 자살테러 선전선동에 매료된다. 군사훈련을 받기 위해 파키스탄에 간다. 예멘 알카에다 켐프에 들어간다. 평범하고 선량한 청년이 테러리스트로 변한다. 아메리카나 아시아의 전혀 뿌리 다른 청소년도 유사한 과정을 겪으며 변신한다.
무슬림 난민 몰리는 유럽
아프리카 항구를 떠난 보트가 시리아-아프가니스탄-이라크-소말리아-에리트레아-사하라 사막 이남을 지나 이탈리아와 스페인으로 향한다. 브로커들이 돈 받고 한다. 거기서 여기까지 얼마 내라. 여기부터 거기까지는 또 얼마다. 악질이다. 화물선에 수백명 태운다. 바다 한 가운데 방치해. 해류 따라 흘러간다. 전복 또는 좌초되면 인간화물 수송꾼들은 이미 줄행랑했다. 작년에만 그렇게 3천명이 익사했다.
육지로도 온다. 러시아에서는 체첸 사람이 내 집을 등진다. 발칸반도에서는 알바니아인이 도망쳐 온다. 시리아 피난민이 터키 거쳐 그리스로 온다.
2014년 10월까지 16만5천명이 정든 고향을 떠나왔다. 살던 곳에 그냥 있다가는 학살당하기 때문이다. 다른 정파와 종파가 죽인다. 탈레반에 총살당한다. 여성은 강간당한다. 성노예 되어 끌려 다닌다. 학대에 그치지 않는다. 죽음뿐이다. 아이들은 전투원으로 만든다.
대부분이 무슬림으로 최종 목적지 1순위는 독일이다. 미국을 제친 지 오래다. 두 번째는 프랑스, 다음은 스위스를 비롯하여 복지가 충실한 나라를 선호한다. 영어 할 줄 알면 영국을 선택한다.
이민자 동네에 새로 온 회교도가 가세한다. 이슬람 인구는 늘어만 간다. 프랑스는 전체 인구의 10% 6백만명. 독일 4백40만명에 4.9%. 영국 164만명으로 2.7%. 네덜란드는 99만명에 6%. 무슬림 10명 중 1명이 실업자 추세다. 테러리스트 후보군이다.
관용을 넘어 동등으로
이슬람 세계에는 기독교권으로부터 피해당했다는 의식이 깊다. 그러면서도 살기 위해 서구로 몰려든다. 와보면 살기 어렵다. 부모세대는 내 나라는 살기 더 힘들다는 알고 참는다. 내가 고생하면 애들 세상은 좀 나아지려니 한다. 아들딸은 그렇지 않다. 차별과 실업에 절망한다.
부모가 살다 온 고향이 그리 나쁘지 않다는 소리가 들려온다. 아들딸에게는 그렇지 않아도 가보고 싶은 부모님의 고국. 새로운 경험으로 다가오는 땅이다. 모르기 때문에 더 그렇다. 그곳에 가면 상처받고 살아온 가슴 치료될 거 같다. 이상이 실현되는 유토피아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떠난다. 자유의사에 의한 선택이다.
영국에서는 6백명이 그렇게 갔다. 유럽 전체로는 3천~5천명에 이른다. 중동과 서아시아에서 전투한다. 절반 정도는 이름을 안다고 한다. 그렇다고 무슨 도움 되나. 용의자 단 1명 잠복하고 미행해서 추적하려면 몇 명의 요원이 필요한가?
주말이나 휴가 또는 병가 때 대신 투입할 인력이 있어야 한다. 하루에 최소 5명이 있어야 한다. 용의자 6백명이면 3천명이 필요하다. 밥 먹으러 가지도 않고 화장실도 안 간 경우다. 영국 국내첩보기관 MI5 총인원이 3500명이니 턱 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정규직 비정규직 논의도 이와 같다. 같은 일터, 같은 일을 하는데 누구는 150원 받고 누구는 50원 받는다. 같은 국민 백인과 무슬림의 처우가 다르다. 동등해야 동화한다. 관용만으로는 미흡하다. 받아들였으면 공평한 대우가 실행돼야 한다. 차별과 멸시와 조롱보다는 상호존중이 화평한 세상 만드는 방법이다. 사람과 종교에 등급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