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겸 칼럼] 역사 배후 스파이 ‘심층해부’···美매케인 “국가안보도 모르는 인간쓰레기들, 몰아내라”

외국공관서 기업까지 각국 첩보전 ‘치열’?

[아시아엔=김중겸 전 인터폴 부총재] 지난 1월30일, 미 상원 군사위원회(Armed Services Committee). 헨리 키신저가 중동전략에 대한 질의에 답변하고 있었다. 방청객들은 “(베트남) 전쟁 범죄자를 응징하라!”고 아우성쳤다. 위원장 존 매케인은 “국가안보도 모르는 인간쓰레기들, 몰아내라”고 소리쳤다. 상원 군사위원회 위원 시절 리처드 닉슨은 이렇게 말했다. “만약 그 사안이 (국가안보에 관한) 비밀이라면 (질의하고 답변 들을 필요도 없이) 그 일은 적법하다.” 대통령 재임 시 닉슨은 어땠나? “안보에 관한 대통령의 모든 행위는 적법하다. 만약 대통령이 이를 행한다면 이는 불법행위가 아니다.” 미국인이 안보-국방과 첩보 및 방첩 활동에 대해 어떻게 보고 있는가를 알려주는 사례다. 나라를 이끌어 나가는 인사들만의 특별한 인식이 아니다. 서구인의 일반화된 관념이다. 굳이 묻고 잘했다 못했다 따지고 만천하에 공개해야 할 사항이 아니라고 본다.

CIA(중앙정보부)의 실수는 의회 임시 특별위원회가 조사한다. 몇 년 걸려 몇 권의 자료를 발표한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예산 늘려 줘라, 인력과 장비를 보강하라, 조금만 더 잘 하라. 그것뿐이다. 국가이익에 손해될 얘기는 단 한 마디도 없다. 스파이 업계는 베일에 가려진다. 스파이 활동이란 타국과 타인의 비밀을 캐내는 행위다. 그걸 발표하거나 폭로하면 그 첩자가 더 이상 비밀을 훔치지 못한다. 다른 곳에서도 기피인물로 등록된다. 사무실에 들어앉아 서류나 뒤적거려야 한다. 외근하던 사람이 내근한다면 뇌사상태가 되고 마침내 사표를 내고 만다. 간첩 한 명 기르려면 몇 년이 걸리는며 돈은 또 얼마나 드는가. 막대한 손실이기에 철저히 활용해야 하고, 밝혀져서도 안 된다. 간첩들은 주로 대사관에 파견돼 대사관이나 영사관 맨 꼭대기에서 도청한다. 이 곳은 암호문서 송수신실이기도 하다. 외부 거점은 최상층에 마련된다. 에스토니아의 수도 탈린. 구시가지 동쪽에 우뚝 선 고층 빌딩이 있다. 1972년 지은 비루 호텔(Hotel Viru)이다. 23층 건물로 엘리베이터는 22층까지만 올라간다. 23층 버튼 자체가 아예 없다. 23층은 KGB 에스토니아 본부다. 그 나라에선 최신식 호텔이다. 외국 정치가나 언론인은 거기에 투숙하는데 방마다 도청기가 설치돼 있다. 커피숍과 레스토랑에서도 엿보고 엿듣는다. 수집한 정보는 암호통신으로 모스크바로 보냈다. 미인계까지 동원해 현장의 모든 소리를 녹음한다. 왜일까? “너희 나라 그 군비증강계획 자료 가져와! 그렇지 않으면 폭로한다.” 이렇게 당한 자 한 둘이 아니다. 왜 이리 높은 곳에 스파이 거점이 있는가? 낮은 지대에 있으면 고층건물에 전파가 막힌다. 높고 확 트여야 전파가 잘 오간다. 베를린 미국 대사관 역시 언덕에 있다. 도청 전문팀은 맨 위에 있다. 2차대전 종전 직후부터 운영해왔다. 웬만한 독일인은 거기서 뭐 하는지 다 안다. 동서독 3부 요인과 정당 주요인사만 도청했는가. 그럴 리 없다. 외국공관과 국제기관도 대상이다. 미국 기업과 경쟁관계에 있는 기업도 포함된다. 독일 내 엿듣는 시설(聽音哨所)은 프랑크푸르트와 마임에도 있다. 유럽에만 19개소. 전 세계로는 약 80개소에 이른다. 엿들은 자료는 미국 본토로 송신한다. 미국 국가안전보장국(National Security Agency·NSA)에 다 모인다. 미국만 그러는가? 각국이 다 한다. 규모의 차이가 있을 따름이다. 미국이 원자폭탄, 러시아가 유탄포, 기타 국가가 소총 수준으로 차이가 현격하다.

첩보원 거절 메르켈, 보복성 도청 당하기도 NSA에서 용역일을 했던 직원이 업무내용을 폭로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는 2013년 10월엔 독일 수상 메르켈의 핸드폰도 도청했다고 했다. 개인 핸드폰이라 변명했으나, 공용은 엿듣지 않을까? 사생활을 엿듣는데 공무에 대해서는 엿듣지 않을 이유가 없다. 메르켈은 동독 출신이다. 젊었을 때 동독정보부가 그녀에게 제안했다. “조국과 인민을 위해 우리 Stasi(동독의 비밀경찰)와 함께 일하자!” 메르켈이 답했다. “No! 내 나라 위한 일, 그러나 내 동포 정탐하고 내탐(內探)하는 일은 옳지 않다.” 목숨 건 거절이었다. 그런데도 미국은 못 미더웠다. 동독 출신(메르켈)이 정당 당수가 되자 도청을 개시했다. 2002년이었다. 부랴부랴 NSA 국장이 해명했다. 그는 “영국 수상은 도청하지 않았다”고 했다. 특별해서 그랬다. 우리는 같은 앵글로색슨족이니 서로 스파이하지 말자고 제2차 세계대전 끝난 후 약속했다. 미국-영국-캐나다-오스트레일리아-뉴질랜드가 손잡았다. 파이브 아이즈(Five Eyes), 곧 5개국 첩보동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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