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겸 칼럼] ‘도둑잡이 장군’ 조나단 와일드가 마지막 간 곳은?

[아시아엔=김중겸 전 인터폴 부총재] 도둑으로 도둑을 잡는 제도가 있다? 이를 이용해 떼돈을 번 자도 있다. 조나단 와일드란 사람이다. 그의 눈에 벗어나면 어느 도둑이든 체포됐다. 밀고는 물론 심지어 엄한 사람을 도둑 만들기도 했다. 말 그래도 ‘도둑 만드는 사람’이다.

자칭, 타칭으로 영국과 아일랜드의 도둑잡이 장군(Thief Taker General of Great Britain and Ireland)이다. 장물은 반드시 와일드에게 가져가야 했다. 말 안 들으면 역시 교도소행을 각오해야 한다.

이렇게 손에 넣은 장물을 피해자 즉 주인에게 연락해서 “필요하시다면 찾아드리겠다”고 했다. 대신 수수료, 말하자면 수고비를 받았다. 도둑정보를 제공해 받은 현상금으로 배불리고. 장물 팔아 배 채웠다. 끝마무리는 어디서 했을까? 교수대였다.

미국에는 현상금 사냥꾼(Bounty Hunter)이 영업 중이다. 로마에서는 도난품 수색의식이 있었다. 피해자가 맨 몸으로 큰 접시를 들고 용의자의 집 마당을 돌아다녔다. 가축에게는 효과가 있었다. 빨가벗었어도 주인 냄새 맡고 뛰쳐나왔다.

훔친 물건(장물)을 주고받거나 팔고사거나 알선하거나 보관 또는 운반하는 따위는 장물죄로 처벌된다. 고물상과 전당포 영업 허가권은 대부분의 나라에서 경찰이 관장한다. 장물에서 범죄냄새를 맡는다. 중고품 유통에서 범죄경로를 탐정한다.

소매치기와 경찰은 공생관계?

<도박과 소매치기 세계>는 1925년 일본에서 출판됐다. 저자는 오사다 다케다케키(尾佐竹猛) 판사로 일본 헌정사 연구의 1인자로 고명한 법조인이었다.

그 책 속의 소매치기 이야기 하나를 소개한다. “내 친구인 어느 지방법원장이 모임에 참석 후 귀가 중이었다. 회중시계가 없어진 걸 알았다. 금시계였다. 귀중한 사연도 있는 시계였다. 지방경찰청 간부인 지인에게 꼭 찾았으면 좋겠다며 상의했다. 10엔 정도 비용이 들 거라는 얘기였다. 며칠 후 시즈오카경찰서 경정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가져다 드리겠다고 했다.”

당시 소매치기 두목은 장부를 기록하는 기장계(記帳係)를 운용했다. 부하 조직원은 언제, 어디서, 무엇을, 누구에게서, 어떻게 슬쩍했는지를 매일 보고했다. 기장계는 이를 토대로 훔친 물건의 상세를 기록했다. 경찰에서 물건 찾는다는 말이 들어오면 즉각 움직였다. 피해자 얘기와 장부를 대조해 찾았다. 바로 담당 형사에게 가져갔다. 주인에게 돌아갔다.

지역마다 소매치기 조직이 있었다. 관할구역도 확실하게 구분됐다. 도쿄에는 2개파가 있었다. 다른 도시도 대개 그런 상태였다. 조직마다 조직원을 장악했다. 경찰과 소매치기는 공생관계라는 말도 엄연히 존재했다.

장물 거래는 중고품 사는 사람이 있어 시장이 형성된다. 미국 통계로는 16~24세 남자의 31%가 이용한 경험이 있다. 브라질에서는 90초에 한 대꼴로 도난 차가 생긴다. 이런 차는 상파울루로 다 온다. 한 시간에 한 대를 분해한다. 양쪽으로 즐비하게 늘어선 부품가게로 공급된다. 중남미 최대시장이다.

구매자가 있는 한 장물은 나돈다. 장물이 팔리면 도둑도 번다. 순환관계이니 없어지겠는가? 이론상으로야 가능하다. 훔칠 표적 없애고, 훔칠 의욕 꺾고, 훔칠 자 동향 감시하면 된다. 그렇게 안 해 놓은 곳이 어디있나? 그런데도 없어지지 않는다. 훔치기 어렵게, 잡히기 쉽게, 훔치려고 했으나 별 소득 될 게 없게, 증거 확보해서 잡히고 나서 변명 여지없게 하면 그때 줄어든다. 물론 당분간일 뿐이다. 범죄 감소와 예방도 사회복지정책과 병행해야 효과 있다. 사흘 굶으면 안 훔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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