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겸 칼럼] 국가위기에 대통령이 공중에 떠있던 나라는?

[김중겸=전 인터폴 부총재] 2001년 9월11일 오전, ‘9.11 사태’ 당시 부시 대통령은 플로리다주에 있었다. 초등학교 2학년 학생들과의 만남을 위해서였다. 주제는 ‘글 읽기’.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세계무역센터 사건을 보고 받았다. 행사를 서둘러 끝냈다.

어디로 가야 하는가? 펜타곤이 공격받았다고 했다. 공격 대상에 화이트 하우스도 포함됐다? 대통령을 살해해서 미국을 공황에 빠지게 한다? 확실한 판단자료가 없다. 워싱턴은 안전지대가 아니다.

그렇다면 워싱턴 D.C.로의 귀환은 불가. ‘에어포스 원’은 아메리카 남부 하늘에 체공했다. 항공유는 공중급유 받으면 된다. 최대한 떠 있었다.

하지만 엔진오일은 교환하지 않으면 파열한다. 버틸 때까지 버텼다. 과열 직전에야 남부 방공사령부에 착륙해 전시 비밀벙커에 들어갔다.

답답하기 그지없었다. 상황을 CNN 뉴스로 알아야 한다니? 원인과 현상에 대해 보고하는 첩보기관장과 장관과 보좌진이 없었다. 숱한 궁금증 속에 속시원한 대답은 하나도 없었다.

들리는 소리는 뜬금없는 소문과 가당치도 않는 가정뿐이었다. 방송과 신문이 정보를 전해왔다.

9.11 테러 당시 CNN은 아침 프로로 임산부 옷 패션을 소개하고 있었다. 재정 담당 부사장이 사무실 창문을 통해 여객기가 돌진하는 광경을 목격했다. 부사장은 제작진에게 급히 연락했다. 카메라 앵글이 테러현장으로 향했다. 부사장의 목격담도 전화 인터뷰로 내보냈다.

NBC는 아침 대담 프로를 진행 중이었다. 두 번째 여객기가 두 번째 건물을 직격하는 장면부터 생방송으로 내보냈다.

세계무역센터의 거대한 두 타워가 화염에 휩싸였다. 사람들은 산 채로 타 죽거나 숨 막혀 죽기보다 투신을 택했다. 방송계는 전 요원을 동원했다. 실시간 중계를 했다. 신문사는 전 취재역량 투입했다. 온라인으로 시시각각 보도했다. 현장에서 죽음을 무릅쓰고 보도했다.

워싱턴의 정보기관은 어땠나?

중앙정보부(CIA) 부장은 워싱턴의 5성 호텔에서 아침 식사 중이었다. 그를 출세케 만들어준 대부인 전직 미 의회 정보위원회 위원장을 모신 자리였다. CNN 뉴스로 사건을 알게 된 상황실 책임자가 전화로 보고했다. 여객기 4대가 다 충돌, 추락한 후 오전 9시30분이 지나 사무실에 도착했다.

국가보안국(NSA) 국장은 오전 7시 본부가 있는 암호도시(Crypto city)로 출근해 오전 8시 간부회의를 시작, 8시48분 회의 도중 행정보좌관이 와서 보고했다. 세계무역센터에 불이 났다. CNN이 긴급보도 중이라 했다.

뉴스에 의하면 무역센터에 비행기가 충돌했다. 경비행기의 조종 잘못 같다고 했다. 국장은 간부회의 참석자에게 소형 개인 비행기가 사고를 쳐서 큰 불이 났다고 전했다.

이어 국가보안작전센터(NSOC)=>발음 나는 대로 부르는 속칭 n-sock 냄새나는 양말 가동을 지시.

CIA, NSA와 DIA는 물론 모든 정부첩보기관은 시설을 폐쇄했다. 요원은 대피했다. 상황실만 운영했다.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했는가?

아니다. 모두 도망갔다. 정보는 누가 수집하고 누가 분석, 보고하였으며 누가 국민에게 알렸는가? 위기관리는 무엇에 의존했는가? CNN의 브레이킹 뉴스에 의존했다! 9.11 그때 현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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