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선윤의 일본이야기] 일본은 지금, OO 신드롬①

‘신드롬’이란 어떤 공통성이 있는 일련의 병적 증상이 동시에 발생했을 때, 이를?총괄적으로 나타내는 의학용어다.? 이것이 현대사회의 여러 경향을 대변하는 편리한 용어로 쓰이고 있다. 번역해서 ‘증후군’이라고도 하는데, 의학용어에서 비롯된 만큼 사회현상을 그냥 대변하기보다는 부정적 의미를 가지고 병적으로 해석한다. ?따라서 어떤 개인에게 이런 증세가 오랫동안 지속되어 사회생활에 장애가 있을 경우 치료가 요구되기도 한다.

간혹 신드롬을 콤플렉스와 구분하지 못하고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이른바 신데렐라 콤플렉스와 신데렐라 신드롬이 그렇다. 굳이 구분한다면, 남성에게 의존하려는 여성의 심리적 특성을 신데렐라 콤플렉스라고 하고 이런 현상이 만연한 사회적 현상을 신데렐라 신드롬이라고 할 수 있는데, 대개 같은 뜻으로 쓰이고 이해한다. 남성의 외모집착증을 가리키는 아도니스 신드롬을 아도니스 콤플렉스라는 것도 같은 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다.

현대사회에서 자주 접하는 ‘슈퍼우먼 신드롬’이니 ‘피터팬 신드롬’, ‘인터넷 신드롬’ 등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무엇을 뜻하는지 가히 짐작할 수 있다. 이 용어들이 가지는 상징적 의미, 특히 부정적 의미를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완벽하게 모든 일을 처리하려는 엘리트 지향 여성들의 스트레스, 어른들의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남성들의 심리적 불안, 인터넷 사용인구가 늘어나면서 인터넷을 하지 않으면 불안감을 나타내는 병적 현상들을 지칭하는 용어임을 알 수 있다.

이에 반해 여성의 나이가 남성보다 많은 커플이 결혼에 이르는 풍조를 가리키는 ‘드메 신드롬’이나, 미성숙한 소녀에 대한 중년남자의 정서적 동경 혹은 성적집착을 가지는 현상을 가리키는 ‘롤리타 신드롬’ 같은 용어는 약간의 배경지식을 필요로 한다. 드메 신드롬은, 19세기 초 프랑스 파리에 연상의 여인에게만 사랑을 고백하는 청년이 있었는데 그의 이름이 ‘드메’인지라 이런 용어가 만들어졌다. 롤리타 신드롬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소설 <롤리타>에서 유래된 신조어이다. 주인공은 어린 의붓딸에 대한 성적 집착 및 탐닉으로 파멸에 이른다. 세기말 현상의 하나라는 원조교제와 청소년 성매매 행위가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이 용어가 부각되었다.

한 가지 일에 몰두하지 못하고 옮겨 다니는 젊은이를 일컫는 ‘파랑새 신드롬’은, 치르치르와 미치르에서 비롯된 용어이다. 남매는 파랑새를 찾아 헤맸지만 결국 행복은 가까이에 있었다는 결론을 기억하는 나에게, 파랑새 신드롬의 파랑새는 단순히 현재의 사회현상을 비유하는 것만이 아니라 그 해답까지 지침해주는 것 같아서 흥미롭다.

하나의 단어는 다양한 의미를 담고 있으며, 동시에 어떤 특정한 의미를 상징하기도 한다. 그것에 착안해서 새로운 용어들이 만들어지는데, 그 하나가 현대사회를 조명하는 ‘○○○신드롬’이다.

차이나 신드롬

원전 사고 중 가장 무서운 것이 ‘멜트다운’인데, 냉각장치의 고장으로 원자로가 녹아내리는 것을 말한다.? 이때 발생하는 열은 상상을 초월하는 고온인지라 원자로는 물론이고 원자로가 서 있는 땅까지도 녹아내린다.

1971년 미국의 핵물리학자 랠프 랩이, 멜트다운이 발생하면 그 열이 지구의 반대편에 있는 중국까지 뚫고 나갈 것이라는 가설을 발표하면서 ‘차이나 신드롬’이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졌다. 사실 미국의 반대편은 중국이 아니고 지구를 뚫고 나간다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60년대 후반 원자력 발전소가 처음 등장하고 그 안전성에 대한 두려움은 끊임없이 제기되었고, 급기야 차이나 신드롬이라는 신조어가 탄생된 것이다. 즉 차이나 신드롬은 원자력 발전소의 끔찍한 사고 가능성을 경고하는 상징적인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1979년에 개봉된 미국 영화 <차이나 신드롬>은 핵발전소의 사고 가능성과 이것을 은폐하려는 내용을 담았는데, 하필이면 개봉 2주후 미국 스리마일 섬의 원자로에서 방사능이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로 인하여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공포는 미국만이 아니라 전세계를 경악케 했다.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 발생으로 비롯된 후쿠시마 제1 원전사고 당초, 세계 각국이 멜트다운 의혹을 제기했음에도 일본정부와 도쿄전력은 완고하게 부인했다. 그러나 얼마 후 대지진 발생 불과 16시간 만에 핵연료가 모조리 녹아내리는 멜트다운 현상이 발생했던 사실이 밝혀졌다. 후쿠시마 제1원전 1호기에 이어 2호기 3호기도 핵연료가 완전히 녹아내리는 멜트다운 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분석되자 대재앙에 대한 공포는 확대되었다. 세계 핵사고 역사상 유래가 없는 사태로, 체르노빌을 능가하는 핵 재앙이 현실화 될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까지 나왔다. 이후 일본에서는 차이나 신드롬이라는 반갑지 않은 용어가 종종 등장하고 있다.

사실 차이나 신드롬이라는 용어를 처음 들었을 때, 나는 전혀 다른 내용의 이미지를 그렸다. 저가의 중국산 제품이 시장을 장악하고, 큰손의 중국 관광객들이 우리나라를 찾는 이 시점에서 차이나 신드롬은 중국의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인한 다양한 현상들을 내포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차이나 신드롬’은 참으로 의외로운 내용을 담고, 중국과는 상관없이 일본을 조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