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선윤의 일본이야기] 북한 움직임에 민감한 일본

아사코의 페이스북

아사코는 오늘 점심 오리엔탈 스파게티를 아주 우아하게 먹었다. 어제 밤에는 죽순덮밥을 직접 만들어서 먹었고, 어제 점심은 멀리 나고야까지 가서 라면을 먹었다. 우리 신랑, 우리 아이들은 점심에 무엇을 먹었는지 모르나 아사코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고 있다. 페이스북에 사진까지 더해서 올리니 접시에 오른 먹거리의 색까지도 선명하다. ‘노처녀 심심한가 보네. 댓글에 글 올리는 괜찮은 남자들도 많은데… 어디 좋은 사람은 없나’하면서 그녀의 일상을 훔쳐본다.

아사코는 고등학교 동창이다. 수학을 참 잘 하는 친구였다. 시험 전에는 항상 그녀의 노트를 빌려다 베껴쓰곤 했었다. 컴퓨터 관련 대학에 진학한 그녀는 일본의 공무원이 되었다. 지금도 같은 일을 하고 있다. 학교를 졸업하고 20년이 훌쩍 넘었고, 만났다고 해도 어쩌다 한번 짧은 시간이었다. 나는 서울에서 그녀는 도쿄에서 다르게 살아왔다.

그게 최근 참 가깝게 느껴지는 것은 페이스북 때문이다. 나는 아사코의 친구들에게도 친구 신청을 했고, 한번도 본 적이 없는 그 친구들을 통해서 아사코의 생활 범주에 들어가 그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공유한다.

사실 옛 친구가, 그리고 어렸을 때 살았던 도쿄가 그리울 때가 있다. 물론 독신생활도 그립다. 내가 만약 아직도 일본에 있었다면 이들과 이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비슷하게 살고 있었을 테니 말이다.

미사일은?

페이스북에는 평범하게 살아가는 그들의 관심사가 가득하다. 주로 먹거리다. 그런데 최근 몇몇 간과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 올라오고 있다.


4월 12일 오전 8시

미사일은 과연 어떻게 될까요.
…, 그 나라가 만들었다고 하니.
제어가 안 되어서 내가 사는 곳에 떨어지면 어쩌나.
 

4월 12일 오전 8:23

지금 쏘려고 하는 미사일은 원래 소련제였다면서요?
 

4월 12일 오후 12:40

러시아가 아니라 소련….
그렇다면 그것을 조작하는 사람은 소련 수준일까요. (^_^;)
 

4월 12일 오후 12:54

구소련이 붕괴하는 혼잡한 틈에 입수한 것이라든가 뭔가 군사평론가가 하던데요.
조작은 물론 NK이겠지요(*_*)
 

 
씁쓸했다. 나는 아무런 글도 올리지 않았다.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는 한국친구들은 아무도 미사일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았다. 원래 태풍의 눈은 조용한 법이다. 2년 전 동일본대지진이 발생하고 차이나신드롬 운운할 때 일본은 조용했었다.

북한의 움직임에 민감한 일본

일본은 지금 북한의 움직임에 민감하다. 북한은 노동신문 등을 통해서 미군기지가 있는 아오모리 현 미사와시와 오키나와 현에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고 위협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평화헌법에 따라 북한의 미사일 기지를 선제공격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일본헌법은 현재 군대 보유와 전쟁을 금하고 있다. 이에 북한이 일본에 미사일을 실제로 발사하지 않아도 자위권 행사를 위해서 선제공격할 수 있는 미사일을 개발 배치해야한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또한 일본 항공당국은 북한의 미사일이 영공을 통과하다가 항공기와 충돌할 수도 있다고 오두방정이다. 그래서일까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오보가 연일 잇따르고 있다. 지난 10일에는 요코하마시가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려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11일에는 후쿠오카 항공교통관리센터가, 13일 새벽에는 일본 교통성 오사카 항공국이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오보를 송신하는 실수를 범했다.

16일 또 하나의 글이 눈길을 잡았다.


16일 오후 2시45분

만일 DMZ 저쪽으로 떨어졌다면, 큰일 날 뻔했습니다…
http://t.co/vQoaipx1nX
[철원연합뉴스]비무장지대 부근에서 미국 헬기 추락 탑승자 14명 전원탈출
 

16일 오후 3시19분

파이어 월!? ㅋㅋ
 

 
무슨 일인가하고 확인했더니 4월 16일 2시 34분 연합뉴스의 글이 있었다. 16일 오후 1시경 비무장지대 부근 강원도 철원군 사격장에서 훈련 중이던 미군 수송헬기 1대가 착륙과정에서 추락했다. 인명 피해는 없었고 전원 서울 용산 미군병원으로 이송되었다. 한국군당국은 자세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는 내용의 글을 일본어로 읽었다.

여하튼 일본의 한반도에 대한 우려와 위협의 수위는 날로 높아가고 있다. 이것이 일본 당국만이 아니라 페이스북에서 희희낙락 수다 떨기에 바쁜 노처녀들마저도 북한의 미사일 운운하면서 전쟁의 위협을 느끼고 선제공격에 대한 필요성, 더 나아가 평화헌법 개정을 이야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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