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선윤의 일본이야기] 일본어를 잘~ 하려면

“일본어를 잘~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많이 듣는 질문인데, 언제 들어도 당혹스럽다. 답이 궁하니 “나에게 맛난 것을 얼마나 많이 사 먹이냐에 비례한다”는 말로 얼버무린다. 사실 나는 일본어를 체계적으로 배운 사람이 아니다. 어려서 일본에 갔고, 그 속에서 살다보니 자연스럽게 일본어를 하게 되었다는 재미없는 말을 할 수밖에 없다.

굳이 말한다면, 5학년 여름방학 때 일본 소학교 1학년에서 5학년 고쿠구(國語) 교과서에 나오는 한자를 하나하나 정리하면서 외우고 적어본 적이 있다. 5학년 4월에 일본에 갔으니, 일본에서 생활한 지 4~5개월이 된 후의 일이다. 기특하게도 일본어를 공부하는 데는 한자가 가장 기본이 된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았던 모양이다. 누가 그렇게 하라고 한 것은 아니었다. 성격상 뭔가 막히는 일이 있으면 출발점으로 돌아가서 시작하는 습관이 있는데, 일본어 역시 1학년 것부터 공부하면 어찌 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일본어만이 아니라 수학도 영어도 항상 그렇게 접근했다.

좁은 집이라 내 방이라고는 특별히 없었다. 거실 한구석에 마련된 책상에서 긴 여름방학을 그렇게 보냈는데. 엉덩이에 종기가 나서 고생을 했던 기억이 있다.

이런 여름을 경험하고 얼마나 많은 시간이 지났을까. 그림이 예뻐서 산 만화책 <베르사이유의 장미>에 적힌 글들이 어느 날부터 자연스럽게 읽혔고, 애니메이션 <캔디캔디>의 대사가 언제부터인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러니 어떻게 체계적으로 공부를 해야 하는지 알 턱이 없다. 어느 날 갑자기 눈이 뜨이고 귀가 열리면서 일본어가 내 것이 되었다.

대학에서 강의를 시작하면서 그제야 일본어 기초문법을 공부했다. ‘동사활용’이니 ‘음편’이라는 용어도 그때 처음 알았다. 좋은 강의를 위해서 강남에 있는 어학원 새벽반에 등록을 하고, 소문난 인터넷 강의도 찾아서 시청했다. 어떻게 공부를 해야 하는가가 아니라 내가 알고 있는 ‘일본어’를 어떻게 잘 가르쳐야 하는가를 위해서 공부했다.

우리집 사람들

“그 집 아이들은 일본어를 잘 하겠지?” 역시 자주 듣는 질문인데, 답은 “NO”다. 큰 아이를 데리고 노력을 안 해본 건 아니다. 집에서 일본말을 쓰고 밖에서 우리말을 쓰면 2개 국어가 가능하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웬걸, 아이가 유독 말이 늦었던 탓에 우리말이라도 잘 해주면 고마웠다. 둘째는 아예 시도도 안했다.

고등학생이 된 아들은 제2외국어로 일본어를 선택했지만, 불행히도 시험 때마다 영어랑 짝을 이루어서 교과서도 한번 제대로 보지 못하고 시험을 치르는 것 같다. “이놈아 일본어에 대한, 아니 적어도 엄마에 대한 예의가 있지 어찌 이런 점수를…”라면, 싱긋 웃을 뿐이다.

남편 역시 일본어를 못한다. 결혼하고 마누라가 예뻐 보일 당시는 어학원에 다니면서 공부를 하는가 했는데 오래가지 못했다. 사회생활을 하는데 일본어보다는 토익공부가 필요했다. 그래서 ‘미키’라는 이름도 예쁜 선생님 밑에서 영어공부를 시작했다. 학창시절 한 번도 학원이라는 곳에 가본 적이 없는 이 남자는 학원 선생님의 미모, 스킬, 친절함에 홀딱 반했고 그녀가 나누어주는 풍부한 자료에 감탄했다.

토익시험을 앞두고 미키 선생님이 “여러분들 중에 일본어를 공부해보신 분이 계신가요?”라는 질문을 하자, 자신의 존재를 알릴 좋은 기회라 생각하고 두손을 번쩍 들고 “저요, 저요!!”라고 외친 모양인데, “이 분들은 이번 시험 점수가 많이 오를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라고 했단다.

“무슨 근거로 그런 심한 말을 하냐”고 따지고 싶은데, 이 일이 있은 후 남편은 일본어에 대한 매력을 완전 잃어버렸고 아이들에게도 요구하지 않았다. 토익점수가 원하는 만큼 나오지 않는 것은 순전히 일본어를 공부한 탓이라고 골을 낸다. 일본어를 잘 하면서 그러면 이해나 가지만, 그렇지도 않으면서 괜한 심통이다. 그래도 그 덕분에 일본 친구랑 남편 흉을 볼 때는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는다.

그래도 한자는 중요하다

학생들에게 일본어를 가르친 지 10년이 훨씬 넘었지만, 미안하게도 일본어를 잘 할 수 있는 비법을 가지고 있지 않다. 많이 보고 많이 듣고 시간과 정성을 투자한 만큼 잘 하게 될 것이라고 누구나가 할 수 있는 말만 한다. 그런데 정말 그렇다. 공부에는 왕도가 없다고 하지 않던가.

강조하고 싶은 게 있다면 역시 ‘한자’ 다. 초등학교 5학년 당시 일본어를 처음 공부하면서 선택한 그 공부방법이 틀린 게 아니었다. 일본어를 공부함에 있어서 한자는 특별한 것이 아니다. 일본어 그 자체라고 감히 말하겠다. 일본 소학교에서는 우리가 받아쓰기를 하는 시간에 한자 읽기?쓰기 시험을 본다.

일본의 의무교육(소학교 6년과 중학교 3년)에서 배우는 한자를 ‘상용한자(常用漢字)’라고 하는데 1945자이다. 이중 소학교에서 익혀야 할 한자의 수는 1006자로 ‘교육한자’ 혹은 ‘학습한자’라고 한다. 문부과학성 문화심의회 국어분과회에 따르면, 상용한자란 법령, 공문서, 신문, 잡지, 방송 등 일반사회에서 사용하는 현대일본어 한자의 기준이다. 이른바 일본어를 일상에서 쓰고 표현할 때 필요한 한자를 선택한 것이 상용한자이다. 그러니 이 정도만 안다면 일반 사회생활에 지장이 없다.

일본어하면 무진장 많은 한자를 떠올리면서 지레 겁을 먹는데, 알고 보면 대단한 것도 아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국가공인한자급수 시험을 치르는 학생들이 많다. 시험시행단체에 따라 배정된 한자의 수는 다르지만 대개 4급이면 1000자, 3급이면 1800자, 2급이면 2000자가 넘는다. 초등학생 중에도 4급 내지 3급 시험에 도전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 그러니 일본의 상용한자 정도는 조금만 노력하면 얼마든지 익힐 수 있는 정도의 수이다.

시험을 위한 공부는 시험 다음날 머릿속에서 지울 수도 있지만, 일본어를 공부하면서 익혀야 하는 한자는 일상 속에서 반복해서 사용하고 또 사용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관건이다.

義務敎育 漢字
(文部科?省による『小?校?習指導要領』の付?『?年別漢字配?表』)
1年生(計80字)
一 右 雨 円 王 音 下 火 花 貝 ? ? 九 休 玉 金 空 月 犬 見 五 口 校 左 三 山 子 四 ? 字 耳 七 車 手 十 出 女 小 上 森 人 水 正 生 ? 夕 石 赤 千 川 先 早 草 足 村 大 男 竹 中 ? 町 天 田 土 二 日 入 年 白 八 百 文 木 本 名 目 立 力 林 六
2年生(計160字)
引 羽 雲 園 遠 何 科 夏 家 歌 ? 回 ? 海 ? 外 角 ? 活 間 丸 岩 顔 汽 記 ? 弓 牛 魚 京 ? ? 近 兄 形 計 元 言 原 ? 古 午 後 語 工 公 ? 交 光 考 行 高 ? 合 谷 ? ? 今 才 細 作 算 止 市 矢 姉 思 紙 寺 自 時 室 社 弱 首 秋 週 春 書 少 場 色 食 心 新 親 ? ? 西 ? 星 晴 切 雪 船 線 前 組 走 多 太 ? 台 地 池 知 茶 ? 長 鳥 朝 直 通 弟 店 点 電 刀 冬 ? 東 答 頭 同 道 ? ? 南 肉 馬 ? 買 ? 半 番 父 風 分 聞 米 ? 母 方 北 ? 妹 万 明 鳴 毛 門 夜 野 友 用 曜 ? 里 理 話
3年生(計200字)
? 安 暗 ? 委 意 育 員 院 ? 運 泳 ? 央 ? 屋 ? 化 荷 開 界 階 寒 感 漢 館 岸 起 期 客 究 急 級 宮 球 去 橋 業 曲 局 銀 ? 苦 具 君 係 ? 血 決 ? ? 庫 湖 向 幸 港 ? 根 祭 皿 仕 死 使 始 指 ? 詩 次 事 持 式 ? ? 者 主 守 取 酒 受 州 拾 終 習 集 住 重 宿 所 暑 助 昭 消 商 章 勝 ? 植 申 身 神 ? 深 進 世 整 昔 全 相 送 想 息 速 族 他 打 ? 待 代 第 題 炭 短 談 着 注 柱 丁 帳 調 追 定 庭 笛 ? ? 都 度 投 豆 島 湯 登 等 動 童 農 波 配 倍 箱 畑 ? 反 坂 板 皮 悲 美 鼻 筆 氷 表 秒 病 品 負 部 服 福 物 平 返 勉 放 味 命 面 問 役 ? 由 油 有 遊 予 羊 洋 葉 陽 ? 落 流 旅 ? ? ? 列 練 路 和
4年生(計200字)
愛 案 以 衣 位 ? 胃 印 英 ? ? 億 加 果 貨 課 芽 改 械 害 街 各 ? 完 官 管 ? ? 願 希 季 紀 喜 旗 器 機 議 求 泣 救 給 ? 漁 共 協 鏡 競 極 訓 軍 郡 ? 型 景 芸 欠 結 建 健 ? 固 功 好 候 航 康 告 差 菜 最 材 昨 札 刷 殺 察 ? 産 散 ? 士 氏 史 司 試 ? 治 ? 失 借 種 周 祝 順 初 松 笑 唱 ? 象 照 賞 臣 信 成 省 ? ? 席 積 折 節 ? ? ? 選 然 ? 倉 ? 束 側 ? 卒 孫 ? 隊 達 ? 置 仲 貯 兆 腸 低 底 停 的 典 ? 徒 努 ? 堂 ? 特 得 毒 熱 念 敗 梅 博 飯 飛 費 必 票 標 不 夫 付 府 副 粉 兵 別 ? ? 便 包 法 望 牧 末 ? 未 脈 民 無 約 勇 要 養 浴 利 陸 良 料 量 輪 類 令 冷 例 ? 連 老 ? ?
5年生(計185字)
? 移 因 永 ? 衛 易 益 液 演 ? 往 ? 恩 可 ? ? 河 過 賀 快 解 格 確 額 刊 幹 慣 眼 基 寄 規 技 義 逆 久 ? 居 許 境 均 禁 句 群 ? 潔 件 券 ? ? 限 現 減 故 個 護 ? 厚 耕 ? 構 興 講 混 査 再 災 妻 採 際 在 財 罪 ? 酸 ? 支 志 枝 師 資 飼 示 似 識 質 ? 謝 授 修 述 術 準 序 招 承 ? ? ? 常 情 織 職 制 性 政 勢 精 製 ? 責 績 接 設 舌 絶 ? 祖 素 ? 造 像 ? 則 測 ? 率 損 退 貸 態 ? ? 築 張 提 程 適 敵 統 銅 導 ? ? 任 燃 能 破 犯 判 版 比 肥 非 備 俵 評 貧 布 婦 富 武 復 複 ? 編 弁 保 墓 報 豊 防 貿 暴 務 夢 迷 綿 輸 余 預 容 略 留 領
6年生(計181字)
異 遺 域 宇 映 延 沿 我 灰 ? 革 閣 割 株 干 ? 看 簡 危 机 貴 揮 疑 吸 供 胸 ? 勤 筋 系 敬 警 劇 激 穴 絹 ? 憲 源 ? 己 呼 誤 后 孝 皇 紅 降 鋼 刻 穀 骨 困 砂 座 ? 裁 策 冊 ? 至 私 姿 視 詞 誌 磁 射 捨 尺 若 樹 ? 宗 就 衆 ? ? 縮 熟 純 ? 署 諸 除 ? 傷 障 城 蒸 針 仁 垂 推 寸 盛 聖 誠 宣 ? 泉 洗 染 善 奏 窓 創 ? 層 操 ? ? 存 尊 宅 ? 探 誕 段 暖 値 宙 忠 著 ? 頂 潮 賃 痛 展 討 ? 糖 ? 難 乳 認 納 ? 派 ? 背 肺 俳 班 晩 否 批 秘 腹 奮 ? 陛 閉 片 補 暮 ? 訪 亡 忘 棒 枚 幕 密 盟 模 ? 郵 優 幼 欲 翌 ? 卵 ? 裏 律 臨 朗 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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