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선윤의 일본이야기] 판다가 귀엽다고?

아버님께서 노인대학을 다니기 시작하셨는데, ‘두루미반’이라신다. 순간 웃음을 참았는데 “옆집 김씨 영감은 거북이반이야”라는 말에 모두 낄낄낄 웃음보가 터졌다. “나는 판다반인데”라고 어린 손자가 한마디 더 하자, 이제는 배꼽을 잡는다.

<그림=박은정>

동일본 판다유치운동

몽실몽실한 귀여운 몸짓으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판다를 둘러싸고 일본에서는 재미난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다. ?2011년 12월22일 센다이시(仙台市) 부시장과 탤런트 곤도 마사히코(近藤?彦), 구로야나기 데츠코(?柳徹子)는 노다(野田佳彦) 수상의 저택을 찾아가서 중국의 판다 유치에 대한 협력을 요청했다. 이에 수상은 “꿈이 실현되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현재 양국 정부는 이 건에 관해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다.

곤도는 1980년대를 대표하는 일본의 아이돌 가수이다. 우리나라에서의 공식 활동은 없었으나, 그의 ‘긴기라긴니 사리게나쿠(ギンギラギンにさりげなく)’ 음반이 불법 복제되어 판매되면서 당시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따라 부르지 않는 이가 없을 정도로 유명했다. 홍콩을 비롯해서 중화권에서도 절대적 인기를 누렸다. 나도 당대를 산 까닭에 그에 대한 열풍을 잘 기억한다. 아시아 최초의 유니세프 친선대사이자 판다대사인 구로야나기는 <창가의 토토>의 작가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사람인지라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없을 것 같다.

곤도는 “팬들의 모금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판다를 떠올렸다. 동북지역에 판다가 오면 아이들이 기뻐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고, 부시장은 “마음에 상처를 가진 아이들이 많이 있는데 이들을 위로하고 희망의 빛이 되도록 반드시 판다를 유치하고 싶다”고 했다.

곤도가 소속한 쟈니즈 사무소에서는 동일본대지진 지원 프로젝트 ‘Marching J’의 일환으로 판다 2마리를 5년간 대여하는 비용 및 유지비를 전면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나섰다. 구로야나기는 판다유치를 희망한다는 피해지 아동 100명의 서명을 모았다. 이번 프로젝트는 일본 국내각계에서 지원을 받고 있으며, 중일판다우호사업국민위에서는 중일 지진재해고아 지원사업에도 힘을 더하고 싶다고 한다.

중국의 판다외교

중국의 판다외교는, 중일전쟁 시기인 1941년 장개석 총통이 중국을 지원하는 미국에 감사와 우정의 표시로 판다 한쌍을 보낸 것에서 시작된다. 이후 모택동은 우호국인 소련과 북한에 판다를 기증했고, 소련과 갈등을 빚으면서 영국, 서독 등 서방국가에 접근하기 위해서 판다를 이용했다.

1972년 일본과 수교를 시작하면서도 도쿄 우에노공원에 판다 한쌍을 선물했다. 판다는 중일 외교의 상징이 되었고, 판다 한 마리가 10명의 외교관보다 큰 역할을 한다는 말이 유행했다.

최근에는 지난 1월15일 프랑스 중부의 작은 마을 쌩떼냥의 보발동물원에 세 살배기 판다 한쌍을 보내서 환영받았다. ‘중국과 프랑스의 우호의 상징’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현재 중국 밖에 있는 판다는 8개국, 38마리에 불과하다.

판다는 돈으로 살 수 있는 동물이 아니다. 중국에 서식하는 판다의 개체수는 현재 1600마리에 불과하다. 1983년 워싱턴조약의 발효로 희귀동물을 다른 나라에 팔거나 기증할 수 없게 되자, 중국정부는 ‘연구목적’이라는 명목으로 돈을 받고 대여해주고 있다. 그 비용은 엄청나다. 통상 한쌍에 연간 1억엔 정도이다. 자연사임을 증명할 수 없으면 사망에 따른 보상금이 5천만 엔 정도이고, 새끼가 태어나면 연간 수천만 엔을 따로 지불해야 한다. 허나 대여료가 나라에 따라 다르게 측정되고 있다니 우스운 이야기다. 그 유지비도 만만치 않다. 대강 연 8000만 엔에 이른다.

판다 효과?

판다를 부흥의 심벌로 삼고자 한 것은, 일본인이 세계에서 판다를 가장 좋아하는 국민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지난 2000년 한신대지진 이후 중국이 위로의 뜻으로 판다 한쌍을 선물한 적이 있다. 수컷의 이름은 부흥을 바란다는 뜻에서 고코(興興)라 명명했다. 그해 고베시립 오지(王子)동물원을 찾은 사람은 전년도의 약 2배에 해당하는 200만 명이나 되었다.

간사이대학 대학원의 미야모토(宮本勝浩) 교수는 판다유치로 센다이시 근변에서 얻을 수 있는, 경제적 효과가 연간 35억~40억 엔에 이를 것이라고 산정했다. 판다를 맞이할 야기야마(八木山)동물원에는 현재 연 약 50만 명이 방문하는데, 유치가 실현되면 그 수가 80만 명 이상으로 추측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아이들과 피해자의 얼굴에 웃음이 돌아온다면 그 가치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2012년은 중일국교정상화 40주년을 맞이하는 해이다. 이는 판다가 일본에 처음 들어온 날로부터 4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일본은 이 해에 동일본대지진 피해지 아이들을 위해서 중국에 판다 대여를 요청하고 있으니, 이는 중일친선의 또 하나의 움직임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일본이라고 판다가 무조건 환영받은 것만은 아니다. 2008년 후진타오 주석이 일본을 방문하기 직전에 우에노공원의 판다가 죽자 후진타오는 다른 판다를 주겠다고 했지만, 임대료를 연 1억 엔 이상을 요구하자 반중 분위기가 고조되었고 이시하라(石原?太?) 도쿄도지사는 그럴 예산이 없다고 반응했다. 결국 3년이 지난 2011년 2월에야 임대료를 대폭 낮추어서 일이 성사되었다.

동북지역에 판다를 유치하겠다는 것에 대해서도 당연 차가운 반응이 존재한다. “그 돈을 다르게 기부할 수는 없는가?” “판다유치로 연간 1억 엔 이상의 이윤을 과연 얻을 수 있는가?” “쟈니즈 피해지원’이라는 명목 아래 모금된 돈이 중국으로 간다니 복잡한 심정이다” 등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나저나 판다를 직접 본 적이 있는가? 나는 판다를 보기 위해서 우에노동물원까지 일부러 간 적이 있다. 더운 여름날이라 그런지 냉방장치가 잘 된 시멘트 바닥의 우리 속에서 산만한 덩치의 판다는 꼼짝 않고 잠을 자고 있었다. 한참 바라봤는데, 그 덩치로 풀밭을 귀엽게 뒹구는 모습은 상상되지 않았다. 사진이나 영상만으로 가진 이미지가 완전히 부서졌다. 살짝 실망했다. 우에노동물원에서 여름에만 공개한다는 환갑이 넘은 거북 타로와 가메키치, 그리고 우아한 자태를 자랑하는 두루미가 훨씬 예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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