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선윤의 일본이야기] 일본은 지금, OO 신드롬③

재팬 신드롬

동양의 작은 섬나라 일본은 20세기 초 청일전쟁, 러일전쟁을 시작으로 유럽열강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2차대전 패망 이후에도 경제성장을 동반한 일본의 질주는 멈추지 않았고, 선진국 대열에서 세계를 리더했다.

79년 하버드대 명예 교수 에즈라 보겔은 <일등국가 일본(Japan as Number One)>을 출간했는데, 단단한 경제력과 결속력 있는 사회를 가진 일본이야말로 세계에서 가장 다이내믹한 공업국이라고 묘사했다. 일본식 종신고용과 가족형 기업경영은 부가가치를 극대화하는 새로운 경영기법이라고 주목을 했고, 세계는 일본이 새로운 산업혁명의 주역이 될 것이라고 의심치 않았다.

오랜 경기침체와 잇따른 악재로 일본에 대한 시선은 달라졌다. 영국의 경제잡지 <이코노미스트> 도쿄 지국장인 헨리 트릭스는 지금 일본이 안고 있는 문제를 ‘재팬 신드롬’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재팬 신드롬의 핵심은 ‘저출산 고령화와 인구감소’에 따른 일본의 마이너스적 각종 현상이다. 이에 대한 대책을 모색하지 않는 한 일본은 머지않아 침몰해버릴 것이라는 경고의 메시지를 담았다. ‘일등국가 일본’을 운운하고 32년이 지난 지금, 일본은 더 이상 희망의 대명사가 아니라 ‘침몰’의 대명사가 되었다. 1990년 버블붕괴 이후 일본은 쇠퇴국가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유사 이래 특별한 외적 원인 이른바 전쟁, 식량부족, 역병 등의 원인 없이 한 나라의 인구가 이토록 급격하게 감소한 것은 일본이 처음이다. 저출산 고령화와 인구감소가 두드러진 일본사회는 장차 국가 존립까지 위협을 받는 상황으로 발전할 수 있다.

저출산 고령화와 인구감소는 경제를 성장시키는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는 노동인구를 감소시킨다. 노동인구란 만 15~65세로 소비, 저축, 자식을 가지거나 혹은 가지지 않는 노동 가능한 사람을 말한다. 이른바 ‘경제의 엔진룸’이라고 할 수 있는데, 경제성장은 노동인구 증가분과 관계가 있으므로 그 감소는 직접적 생산량에 영향을 미치고 경제악화의 원인이 된다. 또한 노동인구의 감소는 소비를 줄어들게 해서 경제정체로 이어진다. 일본 노인들이 연금 등으로 아무리 돈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소비의 주축이 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소비가 줄어들면 기업은 리스크를 안고 투자할 의욕을 상실하게 되고, 기업이 투자를 억제하면 자연히 실업이 늘어난다. 실업이 늘어나면 젊은이들은 장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가정을 꾸릴 엄두를 내지 못한다. 이에 출산율은 더욱 떨어지고 악순환이 반복된다. 한편 소득이 많지 않아서 기업이나 개인으로부터 소득세를 받지 못하는 국가의 재정도 어려워진다.

사실 일본의 노동인구 감소는 심각하다. 1955년 약 8700만 명까지 증가한 노동인구는 1990년대 중반부터 감소하기 시작했는데, 2050년에는 약 5000만 명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은 현재 105조 엔의 사회보장비를 8100만 명의 노동인구가 맡고 있는데, 2025년에는 141조 엔을 7000만 명이 떠안아야 된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일본은 탈출구를 찾기 위해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NHK는 보도국 ‘내일의 일본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재팬 신드롬’에 대한 처방 및 극복을 위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내일의 일본’은 일본의 장기적 과제, 지구 규모의 문제를 궁극적으로 취재하기 위한 목적으로 각 보도국에서 제일선 기자를 선발하고 전국 방송국과 해외지국의 지원을 받으면서 수많은 대형 프로그램을 제작해온 곳이다. 해외의 연구자와 미디어는 재팬 신드롬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 일본 각지에서는 어떤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가, 이에 대한 해결책은 있는가 등을 주제로 보다 나은 일본의 미래를 생각하는 내용을 보도했다.

저출산 고령화와 인구감소는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다. OECD는 2050년 한국이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노인 인구 비중이 높은 나라가 될 것으로 발표했다.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00년에는 7.2%에 불과했지만 2050년에는 38.2%로 급증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재팬 신드롬을 통해서 일본이 세계에 미칠 최대의 교훈은 ‘고령화에 따른 경제성장의 저해’다. 근본적 대책을 마련해서 축소되어가는 노동력을 활성화시키지 않는 한 일본경제는 탈출구를 찾지 못할 것이다.

지금의 일본은 급속한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노동인구감소, 글로벌화에 따른 국제경쟁 격화, 경제와 사회 정체에 따른 젊은이들의 폐쇄성, 경기침체의 장기화, 동일본 대지진과 원전사고 등 잇따른 악재로 사람들의 가치관이 흔들리고 있다. 지금의 일본을 한마디로 OO신드롬이라고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