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설의 자연 속으로] 샘골 레저농원서 만난 고3 수험생①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흙과 뒹굴며 노는 Camp nabe 사람들이 지난 주말 샘골 레저농원에서 캠핑하며 농사일을 했습니다. 우리들은 일하며, 야영하며, 농사일하며 산에 가는 사람들입니다.

이틀 전 트랙터로 미리 밭을 갈아 놓았으나, 워낙 돌밭이어서 고생고생하며 다시 쟁기로 밭을 고르며 씨앗을 심었습니다. 콩, 찰옥수수, 상추, 쑥갓을 파종하고 고추, 브로콜리, 오이 모종을 했습니다. 더덕은 2년 전에 심어놓았고, 이번에는 더덕씨앗을 실험삼아 그늘진 산 숲속에 파종했습니다.

그리고 곤드레 밭과 야생화 밭을 오가며 잡초를 뽑았습니다. 이틀 동안에 일을 끝내야하기 때문에 모두 비지땀을 연실 흘리며 잠시도 쉬지 못했습니다. 모두 초죽음이 되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비가 오래간만에 제법 많이 왔습니다. 파종 한 후의 비여서 잘 되었다고 여겼으나 샘골은 해발 600m의 고랭지여서 비온 후의 갑작스런 기온저하로 농작물냉해가 걱정됩니다.

성적은 중하위권…동물 기르기와 가정일은 프로급

나는 샘골에서 일부러 ‘기선’ 학생과 한 팀이 되어 이틀 동안을 일하며 가까이 지냈습니다.

기선(고3)과는 세 번째 만남입니다. 첫 만남은 지난해 4월20일 김 실장(기선 이모) 집에서였고, 두 번째는 4월27일 폭산 등산 때입니다. 고3이면 대학입시 준비로 학교와 학원을 시계추처럼 꼼짝 달싹 못하고 오가는 신세여야 하는데···.

기선이와 친구가 돼 주거니 받거니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기선의 취미는?” “동물 기르는 일입니다”

나는 김 실장 집에서 기선이가 토종닭을 기르는 것을 보았고, 병아리를 플라스틱 통에 넣어 전구로 난방을 하며 키우는 진기한 장면도 봤습니다. 집에서 기르는 토종닭 계란을 받아 부화를 시키는 것도 모두 기선이가 하고 있다는 말을 이미 김 실장으로부터 들었습니다.

기선이는 아버지와 사이가 좋지 않아 이모인 김 실장 집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그 후 나는 그 토종닭계란을 세 번이나 여러 알 얻어먹었습니다. 초란이여서 알이 작고 단백했습니다.

“등산은?” “네 아버지 따라 한두 번 해봤습니다”. “재미는? 그저 그랬습니다.” 폭산을 걸으면서 나는 기선이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아버지 직업은?” “고등학교 선생님입니다.” “어디학교에서 무엇을 가르치시는 선생님인가?” “네, 제가 다니는 학교의 국어선생님입니다.” “아버지는 등산을 자주하시는가?” “가끔 하시는데 건강 때문에 하신다고 합니다.” “오늘 아버지 따라 등산가지 왜 폭산에 왔지?” “산악회 등산인데 한번 따라가 보니 너무들 빨리 걷고, 아버지가 무서워서 가기 싫습니다.”

기선이가 이렇게 시원스레 대답한 것은 아니고 내가 한 조목 한 조목씩 편하게 물어가며 얻어들은 이야기입니다.

기선이와의 첫 만남은 김 실장 댁에서 기선이가 불고기 바비큐를 담당할 때입니다. 기선이가 고3학생이어서 나는 그의 동작 일거수에 대해 자세히 관찰했습니다.

기선이의 솜씨가 처음부터 끝까지 프로 요리사다운 모습이어서, 많이 해본 솜씨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요즘 세상에도 집안행사를 저렇게 열심히 돕는 학생이 있다는 게 참으로 신기하게만 보였습니다.

더구나 고3인데! 다른 집 같으면 손님을 집에 얼씬도 못하게 난리를 피우며 사는 이 나라가 아닌가? “기선아, 학교 공부는 어때?” “힘듭니다.” “그럼 어쩌지?” 난감해 하는 모습, 또 유도심문을 해댔습니다.

자기반 학생 수는 36명인데 선생님 수업을 제대로 이해하고 따라가는 학생은 4~5명 정도이고, 나머지 학생은 그냥 앉아있거나 졸고, 그중 20명 가량은 아예 허수아비라고 했습니다.

“그럼 기선이는?” 픽 웃으며, 중하위라고 했다가 그냥 앉아있다 졸다다 허수아비 됐다가, 하는 듯했습니다.

수원 연암대 축산학과 입학 목표

“샘골에 오니까 어때?” “너무나 좋습니다.” “이런 산골에 가본 적 있나?” “네, 몇 번 이모님 따라 여행을 했습니다.” “그럼 이번처럼 농사일도 해봤나?” 농촌에 가서는 안 해봤고 집에서는 제가 좋아서 작은 밭일을 해보았다고 합니다.

“산골에 와보니 왜 좋아?” “그냥 좋습니다.” 왜 좋은지 그 이유는 안 묻기로 했습니다. 그 지긋 지긋한 공부 안 해도 되고, 잔소리 듣지 않아 좋고, 마음대로 뒹굴며 새소리 물소리 들을 수 있어 좋겠지···.

“대학 진학과 장래 직업은?” 축산을 전문 직업으로 정했기 때문에 축산학과의 대학에 지원할 것이라고 단숨에 대답했습니다. “그럼 그 대학은?” “수원에 있는 연암대학교 축산학과입니다.”

“그런 대학이 있다는 정보는 어디서?” “네, 어머니와 이모님이 속해있는 야생화 동호인 모임이 있는데, 그 모임에 나오시는 할머니를 통해서입니다.” 그 대학은 LG그룹 재단에서 운영하고 등록금이 싸고 장학금 혜택 제도가 잘되어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정보는?” “네, 수원에 국립대학인 ‘한국 농대’가 있는데 그 대학은 ‘연암대학’보다 수준이 높습니다. 그 대학으로 진학하고 싶은데 연암대학 보다 입학경쟁이 높아서 망설이는 중입니다.”

서울대 농대를 ‘한국 농대’로 잘못 알고 있지 않은가? 했지만 그냥 두기로 했습니다.

그 말을 듣고 요즘 AI 조류 인플루엔자 소동으로 혹시 축산학과 지원자가 줄어들면 기선이가 원하는 ‘한국 농대’에 입학할 수 있기를 속으로 응원했습니다. “기선이가 축산을 택하게 된 동기와 때는?” “중학교 2학년 때부터이고, 그저 생명 있는 동물들이 귀엽고 신기하고 예쁘고 좋아서입니다. 그리고 공부가 재미없어서입니다.”

기선이는 본인이 좋아해서 다니는 태권도 학원 외의 딴 학원은 일체 안 다닌다고 했습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중학교까지 영어와 종합 반 과외학원에 3~4개월, 길게는 6개월만 다녔을 뿐이라고 했습니다. 한 달 용돈은 4만원이며, 그 돈으로 토기와 닭을 기르는데 필요한 물품 등을 사고 간식 비 와 사소한 잡비에 쓴다고 했습니다.

한편 김 실장을 통해서들은 이야기로는 기선이 때문에 그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허구한날 싸우다 이제는 거의 남남으로 지낸다는 말을 들었습니다.??<다음주에 이어집니다>

One Response to [박상설의 자연 속으로] 샘골 레저농원서 만난 고3 수험생①

  1. 이상현
    이상현 April 20, 2013 at 12:52 am

    기선이 얘기가 자꾸 흥미로와지는 건 왜일까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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