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설의 자연 속으로] 작금의 캠핑문화를 개탄하며

텐트를 따닥따닥 붙여 놓은 캠핑장은 마치 아파트 주차장을 캠핑장으로 급조한 것과 다름없다. 모두들 시장바닥 같은 먹거리 판을 벌이고 있었다. 사진은 충남 청양군 대치면 작천리 소재 ‘칠갑산오토캠핑장’

본질 잃은 캠핑문화··· 캠핑장인지 장비 자랑 경연장인지 구분 안 가

가을이 깊어간다. 단풍철이다. 모두 설레는 마음으로 가을빛을 찾아 나섰다. 나도 인적이 드문 산중턱 호젓한 단풍 길을 걸으며 깊어 가는 가을정취에 흠뻑 젖어들었다. 고요는 경관을 다스린다. 내가 버티고 사는 큰 힘은 자연이 주는 고요이다. 그 힘이 생동의 원천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등산객이 자꾸만 늘어나기 시작하더니 시장 바닥이 되어 버렸다. 어디라 할 것 없이 몇 사람만 모이면 옆 사람은 전혀 배려하지 않고 패거리가 되어 고함을 지르며 떠들어댄다. 아름답기 그지없던 단풍 숲은 소란의 도가니로 변했다. 노란색과 주황색으로 이별을 고하는 낙엽은 쓰레기로 보였다.

며칠 전에 전곡의 오토캠핑장을 공부삼아 찾았다. 텐트를 따닥따닥 붙여 놓은 캠핑장은 마치 아파트 주차장을 캠핑장으로 급조한 것처럼 보였다. 모두들 시장바닥 같은 먹거리 판을 벌이고 있었다. 꼼짝 않고 마시고 먹고 고성방가 하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그래야 잘 놀았다고 여기는 걸까? 명색이 오토캠핑을 하는 사람이라면 중산층 지식인들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먼 길을 떠나와서도 가을 경치는 본 체도 않고 난장판을 이룬다. 나무그늘에 앉아 책을 보는 사람은 단 한명도 찾아볼 수 가 없다.?캠핑장을 둘러보니 호화찬란한 캠핑장비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20명은 충분히 잘만한 큰 돔 텐트에 연달아 대형 타프텐트를 치고, 리빙과 주방시설을 늘어놓았다.

전 세계의 캠핑명품브랜드 전시장이다. 적게는 300만원에서 2500만원 하는 비싼 장비들이다. 여기가 캠핑장인가? 장비 자랑하는 경연장인가? 한심스럽다. 5인용 텐트는 초라해서 구석에 끼기도 민망하다.

요즘 등산하는 풍경을 알아 보기 위해 산악회안내 등산 버스에 올라탔다. 옛날같이 술잔을 돌려가며 차내에서 방방 춤을 추어대지 않는 것은 다행이었다. 여기저기서 큰 소리로 잡담하는 것이 거슬렸지만 꾹 참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교외를 벗어나자 뽕짝노래를 고막이 터지도록 크게 틀어놓았다. 창밖의 가을 들녘을 바라보던 나는 지옥으로 빠져들었다. 목적지에 도착하여 등산길에 오르는 모습은 마치 운동장 레이스 출발점에 선 것 같았다. 사람들은 경쟁적으로 걷기 시작했고, 나는 맨 뒤에 처져 버렸다. 생각하며 걷는 게 아니라 힘으로 밀어붙이는 폭력등산이다. 그러니 신문을 펴면 병원마다 관절염 치료 광고가 넘쳐난다.

케케묵은 노는 방식, 이젠 이대로는 안 된다. 품위 있는 레저 활동이 아쉽다.

삶은 다양한 문화와 만날 수 있는데 우리가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됐는지 한심스럽다. 아웃도어가 우리 인생에 끼치는 영향에 대하여 평생을 두고 탐색해온 나로서는 더 이상 할 말을 잃었다. 그 무겁고 많은 오토캠핑 장비를 설치하고 철수하는 데에 소모되는 시간과 일거리에 짓눌려 즐기는 자유는 전혀 없을 성 싶다.

무엇을 위한 캠핑인가? 전국 어딜가나 여가 문화를 들여다보면 과정이 목적의 존재성과 서로 뒤바뀐다. 나는 근심과 혼란에 찬 넋두리를 일상에서 차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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