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설의 자연 속으로] 주말레저농원…’생활의 혁명’
가족과 함께하는 주말레저농원 이야기…②<생활에 미치는 파급효과>
주말레저농원을 마련할 자금이 부족하거나 없는 사람은 우선 예비후보지 답사를 계속하는 한편, 경험자에게 체험 교훈을 배워 나간다. 후보지를 정하기 위해 돌아다니는 자체를 생산적 목적의 레저여행으로 삼아 산행하며 걸으며 농촌을 살펴나간다.
기본설계를 구상하고 마스터플랜을 완성해 나가는 과정 속에 아웃도어레저가 녹아든다. 필요한 장비와 자료들을 형편이 닿는 대로 사 모은다. 안 가던 생활용품시장을 자주 찾게 되고 농산물을 살피며 마음에 드는 식품자료를 골라 손수 보란 듯이 요리를 해 가족을 즐겁게 한다. 이 얼마나 가슴 벅찬 일인가!
주말 레저농원을 마련한 사람이나 준비하는 사람은?생활패턴이 전과는 판이하게 달라지게 된다. 도서관이나 책방에 들러 ‘농업성전’을 펼쳐들고 유기농을 배우고 ‘전원마을’ 관련 잡지를 살피며, 가족의 주말 전원생활을 레저문화로 연관지어?구상한다. 이어 가족관련 서적을 찾게 되고 ‘결혼과 가족’ ‘교육은 치유다’ ‘결혼 경제학’ ‘자녀 교육’ 등의 책을 챙기게 된다.
아내에게는 ‘사랑의 의미’를 담은 책을 손에 쥐어준다. 틈만 나면 부유(浮遊)하던 여가생활이 일정한 목적의 구심점을 갖게 되면 이렇게 바뀐다. 새로운 베이스캠프의 꿈이 잠을 설치게 한다. 이것만으로도 새로운 세계의 판타지가 활짝 열린 것이다.
직장과 활동영역이 도시에 있기 때문에 늘 그곳에 묶여 살았다. 그러나 ‘주말레저농원 운영 3~5개년 계획’이 확정되면 사정은 달라진다. 바로 집 탈출. 필요한 것을?조사하기 위해 레저장비를 살피고, 안 가던 농기구상회도 들리고, 고물상을 찾아가 필요한 자재를 골라보고, 꽃과 농산물 종자상회에 들러 쉽게 돌아설 수없는 흥미진진한 한 때를 보내며 자신도 놀랄 것이다.
시장기가 돌면 가지 않던 시장 한 모퉁이 노천 좌판에 앉아 2000원짜리 국수를 먹으며, 사람들로 뒤덮인 시장바닥에 끼어 혼자서 행복하다.
놀라운 생활혁명이 일어난다. 외식이 줄어들고 도시형취미가 자연과 연관된 취미로 바뀌고 신변잡기가 의미 있는 문화로 변한다. 길들여졌던 상업문화를 혐오하게 되고 TV를 멀리하고 가족을 떼어놓고 혼자만 재미를 보던 것을 부끄럽게 여긴다. 또 술 문화가 바로잡히고 중요하지 않은 약속을 안 하고 일신상의 쾌락을 기피한다.
국내여행이나 해외여행을 오토캠핑으로 해내고 손에는 늘 지도와 나침반이 들려있다. 민박이나 펜션은 쳐다보지도 않고 집안 살림을 온 가족이 같이 돕고 가족 구성원이 독립적 생산자로 자립해 나가며 남을 도와주는 등 여간해선 바뀌지 않던 습관이 놀랍게 변해 간다.
더 놀라운 변화는 책을 가까이 하게 되고, 생각을 글로 남기며, 자연의 변화를 살피는 취미에 심취해 야생화를 사진에 담아가며 풀벌레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잔소리 없는 자연의 힘으로 이루어지는 치유이다. 발길이 자신도 모르게 산으로 들로 향한다. 손에는 전에 없던 시집이 들려진다. 숲이 깊어 그곳을 걷는 것만으로도 초록이 된다. 마냥 정겹다. 계곡 물소리에 마음을 주고 오솔길이 돌아서지 말라고 한다. 산촌마을의 낮선 집을 찾아가 노인들과 담소하며 이야기를 들어준다.
그런 가운데 생생한 농사일을 배우면서 세월을 낚는다. 작은 선물을 마음 담아 챙겨간다. 풍경과 그분들을 사진에 담아?농촌 젊은이를 통해 메일을 띄운다. 도시와 농촌간의 문화소통은 행동하는 살롱문화로 이어져 주말레저농원에 수혈된다. 틈나는 대로 작으나마 농촌 일을 돕고 길 막히지 않는 밤 시간에 돌아온다. 농촌을 알면 훌쩍 자란다.
일에 매몰되어 쫓기다보면 자신을 바로 보지 못하고 되는대로 살게 마련이다. 이렇게 노력하지 않고 일반대중의 자각 없는 유흥문화에 휩싸이면 무엇이 잘못되어 가는지도 모른 채 점점 헤어날 수 없게 된다. 도인(道人)이 되자는 게 아니고 인생의 하부구조를 벗어나 의연(毅然)하게 넓고 합리적인 인성을 몸에 지녀 마음껏 자연에서 놀자는 뜻이다.
이제 작심하고 자연과 생태계와 아웃도어 취향문화와 작은 농사일에 주력하며 꿈의 지도를 그려간다. 땀 흘려 일하며 노동으로 자신을 낮춰 세상을 허허롭게 지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