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멘토가 돼 주세요”···“기꺼이!”
‘스승의 날’ 프레스센터에서 맺어진 훈훈한 사제지간
한국의 ‘스승의 날’이었던 지난 15일. 이날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 18층 외신기자클럽에서는 뜻 깊은 행사가 열렸다. ‘내 마음의 스승 모시기’를 주제로 한국 각계의 스승들과 외국인 유학생 또는 유학생 출신 직장인들이 스승과 제자의 인연(因緣)을 맺는 행사였다.
정대철 한양대 명예교수(전 방송학회장)는 미국 출신의 리사 위터(국제평화스포츠연맹 SR팀 근무)씨와 멘토-멘티 관계가 됐다. 리사의 남편은 교육방송(EBS) 프로듀서로 일하고 있다.
네팔 출신의 사라 라이(주한유학생협의회 사무국 차장)씨는 한국영화 <워낭소리>의 민소윤 음악감독과의 멘토링을 약속했다.
우즈베키스탄 출신으로 유학생협의회 대표를 역임하다가 한국 (주)한화에서 일하고 있는 질소드(Dilshod Gulamov)씨는 한국의 저명한 성악가인 임웅균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와, 서울대 의과대학 박사과정인 네팔 출신 프라카스(Prakash)씨는 성우 배한성(서울예술대학교 교수)씨와 각각 멘토와 멘티 관계를 맺었다.
사회자가 “방송기자 출신으로 대학에서 강의를 해온 구본홍 CTS 사장을 멘토로 맞이하고 싶은 희망자가 있느냐”고 묻자 중앙대학교 간호학과 석사과정인 중국인 임호씨가 손을 번쩍 들어 멘티를 자청했다.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공부하는 러시아 출신 마리아씨는 이날 참석자 중 최고령자(85세)로 러시아의 시골별장을 뜻하는 다차(Dacha)와 비슷한 자연주의적 삶을 즐기는 박상설 카운슬러와, 중국에서 한국에 유학해 박사학위까지 취득한 아시아엔의 왕선 기자는 아주대학교 독고윤 교수(경영대학)와 각각 인생의 사제지간이 됐다.
리사 위터씨는 “미국에서는 5월 첫 주가 스승께 감사하는 주간이고,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면서 “축구를 좋아했던 학창시절 축구 선생님께서 스승의 날에 오히려 나한테 편지를 써주시면서?격려해주셨던 기억이 또렷하다”고 옛 은사를 추억했다.
사라 라이씨는 “네팔에는 사립학교와 공립학교가 있는데, 운 좋게 카트만두에서 여건이 나은 사립학교에 다녔다”면서 “지리학을 가르쳐 주셨던 교장 선생님의 모습이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있다”고 말했다.
질소드씨는 “평생 만났던 여러 선생님 중 유독 세 분이 생각난다”면서 “우즈베키스탄에서 다녔던 초등학교의 여자 선생님과 포기할 뻔 했던 서울대 진학을 끝까지 독려해 뜻을 이루게 해주신 경기공업고등학교 선생님, 아시아기자협회를 창립하신 이상기 선배님이 그 세 분의 선생님”이라고 말했다.
프라카스씨는 “인도와 네팔에서는 영적인 스승을 구루(GURU)라고 부르는데, 내 인생에 정말 많은 가르침 주셨던 나의 구루는 다름 아닌 나의 형님”이라고 말했다.
마리아씨는 “러시아에도 스승의 날이 있는데, 매년 10월 첫 번째 토요일이 스승의 날”이라며 “캔버스에 예쁜 그림을 그리고 선생님께 초콜릿을 선물한다. 선생님은 늘 초콜릿보다 그림 때문에 더 기뻐하셨다”고 회고했다. 마리아는 또 “과학 점수가 늘 C여서 속상했는데, 자신감을 심어주신 한 과학 선생님 때문에 이후 계속 A를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중국인 유학생 임호씨는 자신의 고향에서 스승께 바치는 감사의 노래를 한국어 가사로 번역해 불렀고, 역시 중국 출신인 왕선씨는 유학생활 내내 각별히 아껴주셨던 한국학중앙연구원 정영훈 지도교수께 이날 아침에 보냈던 편지를 낭독했다.
아시아는 물론 지구촌의 무릇 스승과 제자 관계는 대동소이한 것으로 평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