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속 스승…한없이 자신을 낮추는 분”
![내 마음의 스승](http://kor.theasian.asia/wp-content/uploads/DSC_08371-620x357.jpg)
스승의 날 맞아 AJA?내 마음의 스승 만들기’ 행사, 각계각층 스승 모셔
“언론은 엉터리다. 나 같은 사람이 존경을 받는다고 한다. 장군 소리를 들을 때마다 진땀이 난다. 죽기 전에 가짜를 면하고 싶다.”
올해 79세 육사 15기 민병돈 예비역 중장의 얘기다. 전역 후 각계에서의 자리 요청도 모두 마다하고 연금으로만 생활해 온 강직한 군인이다. 민 장군은 아시아기자협회(AJA)와 아시아엔(The AsiaN)이 스승의 날을 맞아 지난 13일 서울 프레스센터 외신기자클럽에서 마련한 ‘내 마음의 스승 만들기’라는 주제의 행사에서 사회의 스승으로 모셔진 자신을 낮추고 또 낮췄다.
![DSC_0767](http://kor.theasian.asia/wp-content/uploads/DSC_07671-620x442.jpg)
민 장군은 “내게는 살아 있는 스승이 두 분 계신다. 나는 기껏 그분들께 연하장을 보내고 1년에 한두 번 뵙고 식사하는 게 전부지만, 스승의 흉내조차 내지 못한다. 진짜 스승, 장군이 되는 것은 힘들다. 유사품이라도 되고 죽는 게 생애 최고 바람이다. 그래도 요즘은 가짜인 걸 알아서 진땀이라도 흘리는데 예전에는 뻔뻔했다. 나를 스승으로 불러주는 것은 나에게 사람 되라고 하는 거라고 생각하겠다”고 했다.
민 장군의 겸손 발언에 다른 스승들의 첨언이 이어졌다.
![DSC_0772](http://kor.theasian.asia/wp-content/uploads/DSC_07721-620x442.jpg)
정성진 한국기자협회 고문은 “너무 겸손한 민 장군은 예의가 아니다”라며 “후진들 올곧게 지도편달 해 달라. 후생가외(後生可畏), 청출어람(靑出於藍) 아닌가. 제자가 스승보다 나아야 스승이 뿌듯한 것이다. 사람이 가장 많은 빚을 지고 있는 것은 자기 자신이다. 자기 자신에게 무슨 빚을 졌는지조차 잊어버린다. 자기기만, 허위의식, 편견, 선입견 등이 그 빚이다. 스승을 능가하는 자기수양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DSC_0777](http://kor.theasian.asia/wp-content/uploads/DSC_0777-620x412.jpg)
67세의 나이에도 청바지 차림에 여전히 맥가이버 목소리를 내는 배한성 성우도 “민 장군이 가짜면 나는 생짜다”라며, ‘내 마음의 스승’ 이야기를 이어갔다.
“50년 전 중학생 시절, 영화배우를 하고 싶어서 당시 허장강, 김희갑 등 유명 배우들의 대사를 따라하곤 했다. 그렇게 흉내 내는 학생 자체도 없던 시절, 스승의 격려가 있었기에 지금까지 성우생활을 할 수 있었다. 김우중 전 회장이 세계 경영을 할 때 좋은 스승을 모시고 다녔다고 하는데, 이 세상에서 가장 가치 있는 일이 스승의 역할인 것 같다.”
![DSC_0778](http://kor.theasian.asia/wp-content/uploads/DSC_07781-620x412.jpg)
아시아기자협회 이사로 행사 때마다 빠진 적이 없는 정대철 한양대 명예교수도 “45년째 학생 앞에 자리하고 있지만 역할을 제대로 했는지는 모르겠다”며 내 마음의 스승 이야기를 꺼내 놓았다.
정 교수는 “자기 인생에 대해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정치인밖에 없지 않을까? 나는 아직도 부족하다. 학생에게 지식이 아니라 자세와 품격을 강조하는데, 그래도 학생들이 따라줘서 보람이 있다. 아시아엔 이상기 대표가 이 세상에 큰 낚시를 던지는 것 같다. (오늘 이 자리에 오신 스승들처럼) 언제 어디서나 낚으면 대어를 낚는다”며 덕담을 했다.
![DSC_0754](http://kor.theasian.asia/wp-content/uploads/DSC_07541-620x442.jpg)
이번 행사를 후원한 이형균 아시아기자협회 이사(KBS 시청자위원장)는 스승의 날에 맞춰 재미있는 이야기로 분위기를 살리기도 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교육감 이름은? ‘하나라도 더 알라’, 사우디 아라비아에서 가장 무식한 사람은? ‘모 하나도 몰라’….”
대학에서 언론을 가르치는 이 이사는 “학생들이 시험을 보면 답안지에 교수 이름도 잘못 쓰는 경우가 많더라. 학생들에게 첫 시간과 마지막 강의에서 강조하는 게 있다. 전공과목 3분 교수를 은사로 꼭 모셔라. 사회에 나오더라도 그 분들을 다시 찾아서 인생의 멘토로 삼아라. 은사나 스승이 없는 학생은 불쌍한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DSC_0784](http://kor.theasian.asia/wp-content/uploads/DSC_07841-620x442.jpg)
이기우 인천재능대 총장은 “선생은 많은데 스승이 없다는 이형균 이사의 말에 공감이 간다. 교육은 학생에게 마음의 불을 질러주는 역할인 것 같다. 스스로 깨닫게 하는 과정에서 재미를 느끼게 해줘야 한다. 지치면 지는 거고, 미치면 이긴다. 오늘이 살아 있는 날 중 가장 젊은 날이라서 행복한 것 아닌가”라고 했다.
![DSC_0792](http://kor.theasian.asia/wp-content/uploads/DSC_07921-620x442.jpg)
안병준 전 한국기자협회장은 ‘즐거운 문상’이라는 제목의 시를 읊으며 ‘내 마음의 스승’에 대한 이야기를 대신했다.
“나를 슬프게 한다. 그러나 엄숙한 문상 뒤 남은 사람들끼리의 음복주 3잔과 추억담에 섞인 웃음소리, 미소로 일관하는 영정… 눈물샘 밸브 잠그고 우리는 오늘밤 문상이 즐거워 보인다. 음복주가 동나는 호상의 밤.”
![DSC_0793](http://kor.theasian.asia/wp-content/uploads/DSC_07931-620x442.jpg)
영월미디어기자박물관장을 맡고 있는 고명진 아시아기자협회 이사는 “영월로 내려간 지 3년이 됐다. 박물관을 둘러보고 나온 아이가 기자되겠다고 하더라. 내가 기자가 된 것은 고등학교 때 세 명의 선생님 덕분이었듯 아이들에게도 그 은혜를 갚아 나가려고 한다. 또 평창에 오는 외국 기자들이 영월을 들를 수 있도록 아시아기자협회 추모공원도 만들 계획”이라고 했다.
![DSC_0799](http://kor.theasian.asia/wp-content/uploads/DSC_07991-620x442.jpg)
아시아엔에 ‘자연속으로’라는 연재 칼럼을 쓰고 있는 박상설 캠프나비 호스트는 “생각이 아닌 행동이 습관을 바꾸고, 운명을 바꾼다. 나는 출근을 세계로 한다. 길을 잃어도 어차피 지구 위 아닌가”라며 28개월간 전 세계를 오토캠핑으로 다닌 86세 노장의 관록을 보여줬다.
그는 “엊그제 작은 강연 자리를 갔는데 칼럼을 통해 소개했던 ‘트로이메라이’와 ‘외로운 양치기’ 노래가 식사 도중 흘러나왔다. 눈 내리는 숲속에서 들었던 노래, 내가 이 세상을 떠날 때 들을 노래를 이렇게 찾아서 선곡해 주니 저절로 눈물이 흘렀다. 이것이 인문학이다. 내 걸음 끝에 내 생명이 있구나 하고 느꼈다”라고 얘기했다.
![DSC_0804](http://kor.theasian.asia/wp-content/uploads/DSC_08041-620x442.jpg)
이 자리에 참석한 알파고 시나씨 터키 지한통신사 한국특파원도 ‘스승’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언젠가 국내선을 탔는데 옆에 앉은 꼬마가 비행기를 처음 타봤다고 해서, ‘나는 큰 비행기에서 작은 비행기로 갈아탔다’고 말했다. 우리는 75억 인간과 생명체 등을 태운 지구라는 큰 비행기를 타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때는 그 아이를 놀리려고 한 말이었는데, 가장 큰 스승은 자연이라고 생각한다. 잘 관찰하면 깨달을 게 있다. 우리의 관찰력을 증가시키는 역할이 우리의 스승이다. 여기 이 자리에 계신 스승들은 자연과 우리를 맺어주는 분들이라고 생각한다.”
![DSC_0808](http://kor.theasian.asia/wp-content/uploads/DSC_08081-620x442.jpg)
이에 CJ제일제당에서 첫 여성 이사로 올랐던 김상임 전문코치는 “짧은 시간 스승님들을 대하며 많이 배웠다. 비우니 채웠다. 낮추니 높아졌다. 참 얕게 살았구나. 더 많이 배려하고 겸손해져야겠다”고 말했다.
![DSC_0811](http://kor.theasian.asia/wp-content/uploads/DSC_08111-620x412.jpg)
‘내 마음의 스승 만들기’에 동참한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스승이 많은데도 스승을 못 모셨다. 강단에 서면서 좋은 제자를 바라지만 스승임을 주저하게 되는데, 오늘 이후부터는 내 마음의 스승들, 그리고 아끼는 제자들을 찾아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편 칸 영화제에만 15번째 참석한 전 평론가는 “한국 영화는 아시아의 대세고, 한류는 그 연장선상에 있다. 영화가 그 역할을 했다”며 “아시아가 꿈꾸는 좋은 세상을 일구는데 힘을 쏟고 싶다”고 보탰다.
이밖에도 올해 4번째로 마련된 이번 행사에서는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와 남택희 전 경향신문 제작국장 등 사회 각계각층 스승들과 이혜민 주간동아 기자, 최재훈 경인일보 기자 등이 자리를 함께 한 가운데, 차재준 아시아엔 총괄이사가 사회를 보며 ‘추억의 영화 퀴즈’를 통해 스승들에게 1960년대의 추억을 되새기는 기회도 마련됐다.
자신을 낮추고 또 낮추며 더 큰 가르침을 보여주는 스승들이 있어서, 우리는 얼마나 또 낮은 사람들인지 돌아보게 되는 것이 아닐까. 내 마음 속 스승의 가르침을 지금부터 하나씩 행동으로 옮겨보는 것은 어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