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설의 자연속으로] 마음 가는대로 숲으로 가자
마음이 우리에게 말할 때
나는 홍천샘골 심산유곡에서 세월 모르고 자라다, 깐돌에게 붙잡혀 불쌍한 사람들이 사는 아파트 베란다에 영어의 몸이 되었다. 그 많은 ‘산 더덕’ 중에서 이런 것을 운명이라고 하여야 하나, 인연이라고 하여야 하나?
좋고 싫고를 따질 수 없고 그래도 살아내야 하는 나는 ‘집 더덕’이 되었다. 가끔 깐돌이가 팬티바람으로 나타나 스프레이라는 것으로 인공비를 뿌려주는 기다림이란···.
‘자연의 생명줄’은 이런 것인가? 깐돌이에게 거슬리지 않으려고 그에게 푹 빠져 준다. 나는 깐돌이를 무척이나 기다리는데, 아침저녁 말고도 하루에도 몇번을 꼭 문안 와준다.
가끔 깐돌이가 집을 비우고 도망치는 날에는 마음의 눈 하나로 밤을 지새워 기다린다. 나와 같이했던 산골짝친구들이 무척 보고 싶다. 궁금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나는 갇혀있는 몸이 되었지만 깐돌이 노인이 좋아해서 자주 듣는 ‘외로운 양치기 소년’의 팬플루트 선율을 훔쳐들으며 세상의 다리가 되어 기쁨을 누린다.
삶은 대답 없는 질문
며칠 전에는 보름달이 베란다 창문을 밤새도록 비추어주어 달빛 타고 하늘을 헤맸다. 창문이 활짝 열린 달빛 속에 홀로 내 그림자와 자정까지 쉬었다. 그때 깐돌이가 책을 읽다 내 줄기와 잎을 보듬으며 이렇게 속삭일 것이다. “슬퍼하지 마라! 머지 않아 가을이 와서, 네가 꽃을 피울 때 여치와 귀뚜라미 친구를 같이해 주마. 아, 아! 벌써 꽃망울을 맺었구나···.”
삶은 해답 없는 질문이지만 곧 다가올 여치와 귀뚜라미 콘서트 벌어지는 가을밤에 가슴 미어져 알게 될 것이다.
“불가능을 꿈꾸는 것을 사랑한다”는 깐돌이의 말을 되새기며 그는 어디로 가는가? 가던 길 멈춰 서서 그가 숲을 어떻게 살아내는지 볼 것이다. 그렇다. 숲은 투쟁과 용기와 느슨한 삶을 가르친다.
아름다움과 삶에 대한 격려
내가 여기 인천 계양구 깐돌이 아파트에 붙들려 온 지 석 달이 지났다. 나는 인간의 것인가? 숲의 것인가? 불행을 담보로 풍요를 누린다. 나는 숲에서 봄을 떠나보내고 베란다에서 홀로 고개 숙여 초롱꽃 피어낼 날을 기다리며 긴긴 여름날을 보낸다.
연한 연두색 바탕에 짙은 홍자색 반점을 입고 수줍게 낮은 자리에서 하늘댈 것이다. 갇힌 몸으로 사람세상의 환상을 가까이서 다 보아버린 허망을 마음 가는대로 편지 한 구절을 보낸다.
세상이 조금 더 아름다워질 수 있는 길을 사람들이 아는지 무척 궁금하다. 숲에게 길을 물어 자연을 만난다면 그보다 더 큰 보람은 없을 것이다. 숲에서 놀자. 숲과 사람이 서로에게 손짓하는 더 아름다운 세상을 향하여!
인간에게 보내는 편지
인간들이 우리의 풍습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슬피 여긴다. 어찌 인간들은 감히 생명의 근원인 땅과 아름다운 숲의 푸름을 함부로 파헤치는가? 인간의 점유물이 아닌 햇빛에 반짝이는 냇물과 신선한 공기를 내뿜어 주는 기류를 인간이 함부로 좌지우지할 수 있는가? 우리 모두는 땅과 숲의 한 부분이고 땅과 숲은 우리의 한 부분이다.
생명을 가진 자연을 존중할 때만이 인간들은 행복해질 수 있다. 위대한 정령은 인간에게 이 세상을 함부로 개발하라고 준 것이 아니라 보살피고 아끼고 가꾸라고 맡긴 것이다.
영원히 다시금 창조할 수없는 한정된 생태자원을 함부로 훼손하여서는 안 된다. 산과 들과 대자연은 인간 그리고 생물들의 생존의 원천이다. 우리 모두의 어머니인 자연을 존중하고 사랑하며 다음에 올 여행자들을 위해 더 아름답게 보전하여야한다.
모든 자연의 생태계는 이 준엄한 기본을 한 치의 잘못도 없이 잘 지켜나가는데 유독 인간들만이 파괴에 앞장서고 있다. 자연이 하는 짓은 모두 옳다는 것을 인간들은 알아야한다.
막막한 선택의 기로에서 어떤 길을 걸어야 하나? 현대인들의 생활 모습은 너무 많은 것을 잃고 사는 것 같다. 자연과 더불어 호흡하며 여유로운 삶을 꾸려나가야 할 것이다. 정보화사회니 미래 고도화사회니 하며 현대사회가 진보로 치닫는 것을 문명으로 착각하고 있지만, 오히려 전체적인 면에서는 분명하게 퇴보하고 있다는 것을 자성하여야 할 것이다.
네 마음의 소리를 들어라. 이는 ‘고전물리학’에서 얻는 교훈이다. 지구 파괴자가 될 것인가? 지구의 파수꾼이 될 것인가? Entropy 법칙은 새로운 세계관이며 전 우주를 통틀어 최고의 상위철학인 형이상학적 법칙이다.
석탄 한 조각을 태우면 태우기 전과 후의 에너지 총량은 같지만 탄산가스와 아황산가스 등 기타 기체로 바뀌어 대기 중으로 흩어져 영원히 지구를 오염시킨다. 다시 석탄을 만들어 낼 수 없다. 물질뿐이 아니라 인간사회의 생활영역을 포함한 공감-감성을 위시해 모든 활동도 되돌릴수 없는 ‘불가역’의 굴레에 갇혀있다.
숲으로 가자!! 그곳엔 진정한 휴식과 안락과 평화가 있다. 모든 번뇌와 고뇌를 잊고 아늑한 숲에서 조용히 여백을 즐기자. 더 이상 욕심은 필요하지 않다. 새로운 삶의 방식이 시작되었다. 타인의 시선에 의해 좌지우지 않고 아름다운 숲으로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