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설의 자연 속으로] 막바지 더위를 이기는 법

거미줄


놀라운 자연의 신비 속으로?

아침, 저녁으로는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붑니다. 그래도 한낮 더위는 여전합니다. 잠시나마 무더운 날씨를 잊고 지내는 방법은 무엇일까 생각했습니다.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으나 계곡 물에 발을 담그고 신비로운 자연을 생각하며 우주와 자연 그리고 자신을 돌아보는 피서는 어떨까요.

거미가 하늘을 난다?

거미는 망을 치고 은밀하게 기다렸다가 먹이가 걸려들면 날쌔게 낚아채는 벌레이지 곤충은 아닙니다. 따라서 날개가 없습니다. 날개가 없기 때문에 새처럼 날지는 못 하지만 잠시나마 공중을 날 수 있다니 믿기 어려운 일이지요.

거미의 알은 어미 거미의 푹신하고 단단한 줄로 만들어져 둥지에서 부화되며 몇 백 개의 새끼 거미가 둥지에서 뛰쳐나옵니다. 그러나 그 새끼에게는 어미가 먹이를 주지 않습니다. 새끼거미는 태어나면서부터 제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가야 합니다. 그래서 태어난 형제끼리 먹이사슬의 경쟁이 생기지 않도록 먼 곳으로 스스로 떠나야 합니다. 그 본능이 공중을 날게 한 것입니다.

새끼거미들은 우선 높은 곳으로 기어오릅니다. 그리고 궁둥이를 하늘을 향해 뻗고 가는 은실을 술술 뽑아냅니다. 그러면 그 줄은 바람을 타고 날아가기 시작하는데, 새끼거미는 그 거미줄 끝에 매달려 멀리 날아갑니다. 민들레씨가 낙하산 모양의 작은 털에 매달려 날아가 멀리 종자를 번식시키는 것과 같습니다.

날아간 곳에서 거미의 생활은 시작되지만 바람을 이용하는 방식은 그 후에도 계속됩니다. 예를 들면 거미집을 만들 때 지붕이나 나무에 올라가 길게 실을 뽑아 바람에 날려 실이 어딘가에 붙으면 그 실을 기초로 하여 망을 짜서 넓혀나가는 방식입니다.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새끼거미가 둥지에서 태어나 날아가 제 집을 마련하는 시기는 대략 6월 경입니다. 이때쯤 그 놀라운 광경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소는 풀만 먹는데 왜 클까

사람은 빵이나 밥, 고기, 생선, 계란, 우유, 야채, 해초 등 수 백 가지를 먹는데도 몸집이 소에 비해 월등하게 작은데 소나, 말, 코끼리 등 초식 동물은 왜 거대한 몸집을 갖고 있는지 무척 궁금합니다.

그 비밀은 체내에 사는 미생물 때문입니다. 초식동물의 위나 장 안에는 음식물을 분해하는 수십 종의 미생물이, 1㎠당 100만개나 있어 섭취한 식물에서 효율적으로 대량의 단백질을 섭취합니다.

인간에게는 그런 유용한 미생물이 체내에 없으므로 동물성 음식에서 단백질을 취할 수밖에 없습니다. 소는 위와 장이 식물을 섭취하는데 적합하도록 만들어져, 4개의 위로 되새김을 하며 음식물을 충분히 씹어 소화합니다. 그리고 자기 몸길이의 20배나 되는 장에서 영양분을 충분히 흡수합니다. 즉 사람과 소는 몸의 구조나 생리활동 시스템이 완전히 달라 본태적으로 차이가 날 수 밖에 없습니다.

낙엽에서 배우는 인생?

가을이 깊어지면 낙엽이 한 잎 한 잎 떨어지다 겨울이 다가오면 우수수 다 떨어집니다. 가을이 지나면 나무는 발가벗은 알몸으로 겨울을 이겨내야 합니다. 겨울 산에 들어 나무를 대하면 스스로 부끄러워집니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사람의 생각일 뿐 나무는 그 반대입니다.

겨울이 다가올수록 기온이 낮아져 뿌리에서 수분공급이 안되어 잎의 생리활동이 중지됩니다. 드디어 무거웠던 잎이 다 떨어지고 두터운 나무껍질의 옷을 입고 홀가분하게 겨울을 나는 것입니다. 그런데 낙엽에는 중요한 역할이 따로 또 있습니다.

인간으로부터 아메바까지 모든 동물에는 먹은 음식을 배설하여야 하는 생리기관이 있습니다. 그러나 식물에는 배설기관이 없기 때문에 일단 식물 몸에 들어간 것과 식물체내 자체에서 발생된 것 중 버릴 수 있는 것은 일산화탄소, 수증기등 기체뿐입니다. 그 외의 불필요한 모든 것들은 나뭇잎의 세포 안에 저장해 1년에 한번 낙엽철에 모아서 버립니다.

낙엽은 바로 나무의 배설물입니다. 또한 매년 쌓이는 낙엽이 자신에 필요한 비료로 유용하게 쓰입니다. 즉 영양분의 자급자족이지요. 사람은 낙엽에 얽힌 감상적 사연이 많지만 나무는 1년간의 쌓인 때를 씻어내는 시원하고 홀가분한 목욕인지도 모릅니다.

산소마스크 없이 히말라야?넘는 새

히말라야 등반팀은 가끔 7000m의 ‘마나스르’ 주봉을 넘나드는 황새 종의 새를 본다고 합니다. 새들은 아침에 티베트를 떠나 그날로 히말라야 산맥을 넘어 네팔 쪽으로 날아온다고 합니다. 해발 7000m나 되는 상공의 기온은 영하 35~40도입니다.

산소농도가 아주 희박한 극지를 어떻게 날아 횡단하는지 불가사의한 일이며 인간은 흉내 낼 수도 없는 일입니다. 이런 능력은 평지에 서식하는 참새에게도 있다니 놀랍습니다. 추위에 대해 보온력이 뛰어난 털과 추위에 견딜 수 있는 피부의 조직기능일 것이지만 산소 부족은 무엇으로 해결 하는지 궁금합니다.

새의 폐에는 기낭(氣囊)이라고 하는 주머니가 몇 개 있어 그곳에 산소를 저장합니다. 새가 숨을 들이키면 공기는 폐를 통해 기낭으로 들어가고, 숨을 내뱉을 때는 기낭의 공기가 폐를 거쳐, 몸 밖으로 나갑니다. 그래서 새는 한 번의 호흡으로 두 번이나 산소를 폐로부터 혈액 안으로 흡수하게 됩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기낭은 혈관처럼 온몸에 뻗어 있고, 뼈 사이 구멍 구석구석을 차지해 공기를 저장합니다. 그래서 새는 더욱 가벼워지고 열을 방출하는 역할을 합니다.

유감주술

유감주술(類感呪術)이란 겉모양이 비슷하면 내용까지도 같다고 미루어 생각하는 것을 말합니다. 비슷한 것끼리 추측해 꿰어 맞추는 무당이나, 점술 같은 샤머니즘적 주술을 말합니다.

음식이 몸에 좋다고 누군가가 말하면 거의가 유감주술식으로 아전인수하여 믿습니다. 자연은 제 스스로 그러하고 인간의 해석에 의해 조작되지 않습니다. 있는 그대로 존재할 뿐입니다.

잠시 자연을 여행하며 더운 여름을 식혔는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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