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설의 자연 속으로] 홋카이도를 즐기는 몇 가지 방법
훗카이도 여행 9월~10월 최적기
어수선한 여름휴가가 지나면 곧 9~10월의 가을이 닥칠 것이다. ‘홋카이도’ 여행은 9월 말에서 10월 중순 정도가 최적이다.
훗카이도는 일본 본토에서 최북단으로 떨어져있는 섬이어서 고대로부터 ‘홋카이도’의 원주민은 지금의 일본인 과는 다른 북방의 ‘아이누’ 족이다.
북국의 ‘에스키모 족’과 닮아서 ‘몽고리아’ 족처럼 얼굴이 넓적하고 키는 좀 왜소한 편이다. 언어와 생활도 ‘아이누 족’ 만의 원시종교를 지켜왔기 때문에 그 흔적이 남아있다. 주식은 바다생선과 산야의 동물을 포획해서 먹었다. 미국의 ‘인디언’ 종족들이 거의 사라졌듯이 ‘아이누’ 족도 일본인과 혈통이 섞이고 문화가 동화 되면서 거의 보기가 어렵게 됐지만 전통의 흔적은 그대로 남아 있다.
일본의 본토는 섬나라여서 옛부터 자기네들만의 고유한 언어와 생활습성 등을 지키는 문화특질이 완고하다. 외국의 문화물결을 배척하고 쇄국정책을 철저하게 지켜오다 지금부터 200년 전후에 ‘포르투갈’ ‘네덜란드’등의 선박에 의한 외침으로 ‘규슈(九州)’의 서쪽 끝에 있는 ‘나가사기’에 인공 섬을 만들어 무역거래를 그곳에서만 한정했다. 요새로 말하자면 ‘보호 무역특구’이다.
그런데 ’훗카이도’는 일본 본토에서 접근하기 어려운 추운 북쪽의 한도(寒島)였기 때문에 외국에 용이하게 개방되어 일찍이 ‘유럽’ ‘미국’ 등의 상인들이 섬 남단의 ‘하코다데’ 항구로 이주를 해왔다. 그런 연유로 서양풍의 유럽 중세의 고풍스런 건물들이 시가지 곳곳에 세워져 고즈넉하고 안정된 도시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무인 판매하는 우유 반드시 맛 봐야?
목장을 겸한 농사 마을의 시골길을 걷다보면 농민들이 과일, 채소, 우유 등을 좌판에 내다 놓고 무인 판매를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특이한 것은 팩에 들은 우유가 그 어디에서 먹어 본 우유보다 진하고 고소한 맛에 그 좌판에 대고 절하고 싶게 한다. 물품에 가격만 매겨져 있기 때문에 돈을 주전자에 넣고 물건만 골라 가면 된다. 우리의 개념으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일본인들은 신혼여행지로 해외로 많이 나가지만 자연을 사랑하고 생태환경을 아끼는 일부 젊은이들 중에는 ‘훗카이도’ 목장을 신혼여행지로 삼는 절제하는 풍습이 있다. 서툴지만 농사일을 돕고 젖소우유를 짜면서 분뇨를 청소하는 궂은 봉사를 결혼 출발의 희망과 꿈의 다짐으로 삼는다. 이런 풍습을 보면서 인간의 땀 흘려 일하는 원형의 삶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새삼 자각하며 이웃들에게 소박한 삶의 풍요로움을 일깨워 준다.
‘홋카이도’는 사계절에 걸쳐 서로 다른 자연의 특징적 아름다움이 있지만, 가을의 단풍과 고산의 야생화 물결은 가히 한편의 시(詩)다. ‘홋카이도’의 단풍은 일교차가 크고 가을이 짧기 때문에 가을빛 쏘인 붉은 잎의 아름다움은 한국이나 캐나다 것보다 훨씬 예쁘다.
‘홋카이도’는 온천이 많은 곳으로 유명하며 각기 독특한 분위기를 갖고 손님을 유혹한다. 노천온천은 흔하지만 호숫가 모래밭에서 자연스럽게 솟아오르는 노천온천은 또 다른 풍미를 자랑한다. 옛날에는 남녀 공동의 혼탕 온천장이 있었지만 지금은 사라졌다.
‘홋카이도’에는 서로 특징이 다른 호수들이 많다. 활화산을 끼고 있는 호수도 있다. ‘도야 고(洞爺湖)’ ‘아간 고(阿寒湖)’ ‘굿샤로 고(屈斜路湖)’ ‘마슈 고(麻周湖)’등을 드라이브로 둘러보며 허락된 캠핑사이트에서 하룻밤 여백의 시간을 가져보기 바란다.
‘류고 야마(硫黃山)’는 해발336m의 활화산으로 밤낮없이 계속 유황연기를 뿜어내며 온통 유황냄새가 진동한다.? 광활한 자작나무 숲과 세월에 못 견뎌 삭아가는 외로운 고목나무들이 황량한 들판에 서서 인간에게 끝없이 말을 걸어오는 것 같다. 노을에 물들어가는 버려진 황야에서 모닥불에 둘러앉아 밤을 지새워 이슬에 젖어가며 마지막 불씨를 같이했던 진한 커피 한잔이 그립다.
눈이 모자라 보이지 않는 광활한 흐르지 않는 강~ ‘구시로(釧路)’ 국립공원의 갈대와 억새 물결의 무한감은 보는 이의 가슴을 친다.
자전거 여행의 천국
‘홋카이도’는 또한?자전거 여행의 천국이다. 요소요소 마다 뷰포인트(View point)와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벤치가 마련돼 있고 코스가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져 있다. 오르내리는 기복이 심하다고 생각되다가도 조금 달리다보면 마냥 심심한 루트로 이어지다 어느새 쭉쭉 뻗은 자작나무 숲을 달리게 되고 호수를 만나 지친 자전거를 졸게 내버려 둔다.
숙박비와 식당음식 값이 무척 비싸기 때문에 렌터카를 빌려 오토캠핑으로 여행경비를 최대한 절약해야 한다. 길 위의 생활은 무척 힘들고 고생은 되겠지만 모험과 낭만의 재미는 그 고생의 몇 배 이상 가는 문화체험을 얻게 될 것이다.
자전거는 차량을 렌트할 때 같이 임대해 차에 싣고 다니든가 목적지에서 렌트하는 방법이 있지만 비용이 더 든다.
최소한 자동차를 렌트해 마음 가는 대로 자유롭게 여행을 해야 한다. 그러나 내가 권유하는 것은 이렇게 편하고 나약하게 경치만 스치는 드라이브여행이 아니라, 더 높은 단계의 ‘오토캠핑’에 의해 움직이는 집을 끌고 다니면서 숙식을 목적지의 야지에서 해결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여행 중에 또 여행을 하는 형세가 된다. 텐트여행이 호텔보다 한수 위라는 것을 알게 된다. 호텔에 맞춰 여행의 동선을 짜는 것이 아니라 여행의 동선 안으로 숙소를 끌고 다니는 것이다.
우리는 너무나 문명과 문화라는 편리한 것에 기대 마음의 내적 생활과 영혼은 돌보지 않는 것 같다. 유목민 같은 야생의 여행을 하고나면 아마도 체중이 5kg정도는 빠져야 고난을 겪은 증표가 될 것이다. 그게 바로 길 위의 노숙자를 자청한 극한 상황에서 마주치는 무상의 가치에 흡족해하는 서바이벌 캠핑여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