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설의 자연 속으로] 걸음을 멈추면 생각도 멈춘다
세상은 상업주의 경쟁으로 늘 바쁘게 돌아가고, 편리함을 추구하는 문명발달에 둘려 싸여 걸을 기회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삶은 기초가 든든해야 흔들림이 없습니다. 그 기초는 걷기입니다.
다리를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뇌로 가는 에너지공급이 활발해져 피로가 가시고 마음이 상쾌해집니다. 그래 칭찬은 집에서 하고, 질책은 걸으면서 하라는 심리학 연구 보고서가 있습니다.
걷다 구름을 바라만 봐도 ‘아아~ 내가 너 같구나’라는 말이 저절로 나옵니다. 여기에서의 걷기 이야기는 무상의 가치에 흡족해 하며 들판이나 숲을 허허롭게 거니는 것을 이릅니다.
스트레스 쌓이고 마음이 답답할 때···. 걷다 보면 마음이 가벼워지고 좋은 아이디어가 번쩍 떠오릅니다.?무턱대고 걷는 것이 으뜸입니다.
루소는 <고백록>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걸을 때만 명상에 잠길 수 있다. 걸음을 멈추면 생각도 멈춘다. 나의 마음은 언제나 나의 다리와 함께 작동한다”
습관적으로 숲의 오솔길을 산책하며, 사색과 사유를 하는 철학자를 소요(逍遙, Peripatetics) 철학학파라고 합니다.
걸으면서 사유하는 소요학파
칸트가 매일 같이 산책했던 쾨니히스베르크의 필로소펜담(Philosophen-damm), 헤겔이 걸었다는 하이델베르크의 필로소펜베크(Philosophenweg)의 숲길이 바로 소요철학파의 고장입니다.
오래전에 이들 철학자가 사색하며 고뇌했던 그 유서 깊은 오솔길을 찾아갔습니다. 그곳은 독일의 라인 강변을 끼고 도는 고색창연한 하이델베르크 도시 건너편 산기슭에 있었습니다. 루소의 <고독한 산책자의 몽상>(1782), 쇼펜하우어의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1818)등의 작품을 떠올리며···. 나는 그때만큼 나 자신이 된 적이 없습니다.
어디선가 슈만의 피아노 ‘나비’ 곡이 들려올 것만 같은 꿈길이었습니다. 지난 주말에도 세상을 뒤로 하고 걸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나는 늘 산에 있습니다. 산에 있지 않을 때라도 내 마음은 산입니다. 살아있는 동안에는 걸을 것이고 걷다 죽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더 노약해지고 병들어 한걸음도 못 걸을 날을 끔찍하게 여깁니다. 그래 지금의 한발자국은 살아 스스로 움직이는 소중한 흔적입니다.
쉬엄쉬엄 느릿한 마음으로 걸을 때도 있지만 때로는 다부지게 걷습니다. 평지에선 게으름을 펴지만 가파른 언덕에선 야무지게 기어 올라야 합니다.
스스로 걸을 수 있는 지금에 감사하며, 길 없는 길을 만들어 걷고 또 걷습니다. 경사가 심한 오르막에서는 숨이 막힐 지경이지만 오르막과 내리막은 하나로 연결된 생의 파도임을 깨우치게 합니다.
마사이족 하루 평균 3만보 걸어?
아프리카 케냐의 ‘마사이족’은 하루 평균 3만 보를 걷는다고 합니다. 이에 비해 한국인은 잘해야 하루에 5000보를 걸으며, 직장인은 3000~4000보, 주부는 4500보쯤 걷습니다. 별로 걷지 않는 사람이나 노인은 1000보 정도에 머문다고 합니다.
마사이족은 맨발로 리듬을 타듯 빠르게 무게중심을 발뒤꿈치에 두고, 허리를 꼿꼿이 펴고 걷습니다. 무게 중심이 발뒤꿈치-발 바깥쪽-새끼발가락-엄지발가락 순으로 이동합니다.
MBT(Masai Barefoot Technology) 워킹신발은 마사이족의 걸음을 연구 분석하여 개발된 신발입니다. 이 신은 허리와 무릎 통증으로 고생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대단해, 20여 개국에 대량으로 보급되었습니다. 마사이족은 걸을 때 발바닥이 달걀이 구르듯 자연스럽고 리드미컬하게 걷기 때문에 척추와 관절에 부담을 주지 않습니다.
척추는 걷는 습관에 의해 모양이 형성되며, 현대인들은 S자로 굽어있는 사람이 많다고 합니다. 이에 비해 마사이족의 척추는 일자 형이며, 평균 수명은 80~90세나 됩니다.
걸음걸이는 보통 8세 이전에 완성 된다고 합니다. 한번 길들여진 걸음걸이의 습관은 고치기가 어렵습니다. 특히 기능과 실용성은 무시한 채, 모양에만 치우쳐 만든 여성들의 신발이 오늘날 여성들의 관절염병을 초래한 원인이 되었습니다.
걷는 훈련이 절실합니다. 팔을 힘차게 저으며 큰 보폭으로 성큼성큼 걷는 파워 워킹을 하십시오. 이렇게 자기 체력에 맞추어 매일 걸으면 200개의 뼈와 60개의 근육이 골고루 움직여 총체적 운동효과를 얻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