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설의 자연 속으로] 신비의 눈속에 서서
16일 새벽 2시.
꿈속까지 실어가고 싶은 상고대 눈길을 걸었다.
신비의 눈 속에서 영원히 지지 않을 고향에 섰다.
다시 한 번 아름다움의 마력과 늙음의 매력에 고개 숙인다.
나는 내 목적지가 집이 아니란 것을….
이별을 고하며 바보처럼 집으로 왔다.
바람이여, 상고대여! 그대 품속에서 이슬로 얼고 푼다.
순백의 꽃핀가지 나를 아는지 모르는지?
너도 나도 방랑의 길은 끝을 보리라.
나의 발길은 추워 떠는 앙상한 숲으로 다시 향할 것이다.
추위와 바람을 비웃으며 소복이 쌓인 눈에 있는 것으로 족하다.
고생에 몸 바쳐야 하는 삶을 내가 알기에 그렇게 간다.
내가 겪어온 삶보다 더 위협받는 삶은 마지막 산화의 꽃이라 여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