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설의 자연 속으로] 87살 내게 정년은 없다. 오늘이 가장 젊은 날!

1987년6월20일 덕유산 정상의 일출을 배경으로 찍은 박상설 캠프나비 대표 사진

정년은 없다. 오늘이 제일 젊은 날

공부 중의 공부는 나의 발견이다. 나는 노년을 살고 있다. 사람은 나이를 먹어 늙어가는 것뿐 아니라 대우받고, 동정 받고, 주저앉아 있는 가운데 더욱 늙어간다. 정년퇴직의 올가미를 벗어나 죽음에 이르기까지 현역으로 뛰어야 한다. 젊은이의 공부는 30~40년 후의 바람직한 자기 모습을 만들어가는 작업이다.?젊을 때부터 노후준비를 위해 자연중심의 취향문화에 중독되는 길 외에는 방법 없다.

산행은 우리 생활을 간결한 삶의 방식으로 바꾸어준다. 실용성과 절약정신을 심어주며 검소한 인간으로 만든다. 1년에 한번밖에 쓰지 않는 물건을 쌓아둔다던가 외식이나 의복, 치장 등으로 낭비하는 일은 없게 된다. 그런 돈과 시간은 책과 산행, 여행에 유용하게 쓰인다.

사업상의 이유로 때로는 하룻밤에 몇 십만원을 술값으로 허비하던 사람이 산행을 통해 그 습관이 없어지기도 했다. 재미있고 유익한 산행을 두고 다른 오락거리에서 흥미를 느낄 수 없었던 것이다.

중고 양복 사 입고 결혼식 치러

나는 옷이나 구두, 레저용품과 생활용품을 중고품으로 구입해 쓴다. 60년 전 결혼 할 때도, 넝마중고시장에서 조금도 부끄럼 없이 당당하게 ‘권색 양복’(속칭, 세비로)을 사 입고 식을 치렀다. 남들은 신랑이니 당연히 새 정장을 입었으리라고 속았을 것이다. 이런 행동은 돈을 아끼는 마음 외에도 사치와 거품에 저항하는 유쾌하고도 마음이 가벼워지는 멋스런 반란이다. 이런 것이 인문학이 목표로 하는 기술이다.

남이 아닌 자신과의 경쟁에서 이기려면 절약으로 자신을 낮추는 겸손과 자연에 뒹구는 극기훈련이 효자이다. 산행은 고생을 사서 하는 움직이는 명상이며, 무력했던 사람도, 망설이던 사람도, 용기가 부족한 사람도 감성이 넘쳐 활기차게 생활하게 된다. 공허감, 상실감을 들판에서 실험한다. 우리의 인생은 단 한 번뿐이다.

내일보다 오늘이 젊다. 지금이 바로 기회다. 산처럼, 강물처럼, 망망한 바다처럼 제 스스로 그러하듯 우리 일상도 자연에 거슬리는 짓을 자제하여 궁극적으로 자연에 기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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