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설의 자연속으로] 25년째 벽돌집 짓는 가족
[한 농부의 인생 이야기②] 철인 ‘조태진’, 가족 모두가 집 짓는 인부
지독한 가난에 시달리면서도 3층짜리 농사꾼 집을 짓는 희대의 기인 ‘조태진’ 농군의 철학을 들여다본다.
세상에 이런 일이! 채소농사를 짓고 과수나무를 기르며 네 가족의 노역만으로 고생고생을 하면서 25년 동안 3층 벽돌집을 짓는 사람이 있다. 이 집은 15년 전 80%의 공사 진척을 이뤄 놓고도 자금이 부족해 언제 완공될지 아직도 막연할 따름이다.
농사를 지어 단돈 만원을 손에 쥔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도 농사소득만으로 집을 지으려니 생활비와 자녀교육비 때문에 이렇게 1/4세기가 훌쩍 흘러가 버렸다. 그 집이 바로 조태진 씨 집이다.
이 집은 100평에 이르는 3층 규모의 큰집이다. 호화주택을 지으려는 것이 아니라 두 자녀의 미래를 대비하는 첨단 유전자공학연구의 세미나실을 만드는데 목적이 있다.
조 철인은 아들이 11세이고 딸이 8세 초등학생 시절 자녀를 장차 권위 있는 유전자과학교수로 길러내 세계적인 석학들을 초빙하여 연구워크숍을 벌릴 것에 대비한다. 조 철인은 25년 전 건물기초공사를 착공하는 날 초석에 무릎을 꿇고 토지신에게 손을 떨며 술잔을 올렸다.
아, 그런 지 어연 25년이 흘렀고 아들은 36세, 딸은 33세 미혼의 꿈 많은 청춘이 되었다. 이런 원대한 꿈을 안고 시작한 것이 이 농촌에 우뚝 선 독일식 건축양식 3층 건물이다. 25년 후 두 아이가 교수가 될 지 안 될 지도 모를 까마득한 일인데 세미나장부터 짓다니 어처구니없는 일이기도하다.
어린 두 자매는 초등학교 때부터 장난감이나 인형과 놀기보다는 집짓는 공사판에 투입되어 벽돌을 나르고 철근결속작업을 하며 험하고 고된 일을 해냈다. 건물가설공사 서커스경주선수 같은 위험한 일도 거침없이 척척 해치웠다.
혹독한 공사판에서 가르친 인성교육
한국의 부모들이여! 자녀를 이렇게 혹사하며 기르는 부모가 또 있겠는가?
조 철인의 자녀는 초등학교 때부터 대학을 졸업하기까지 15년을 ‘인간답게 하는 장치’의 사관학교인 집짓는 공사판에서 혹독한 스파르타식 인성교육훈련을 받았다. 인성교육은 ‘소비의 시대’, ‘도시화의 시대’, ‘소외의 시대’, ‘자기 상실의 시대’ 등 문명의 소모품으로 치닫는 현대적 상황에서 지식교육의 한계를 넘어 ‘인간다운 정체성을 갖게 하는 교육’의 필요에서 나왔다.
조 철인은 자녀를 생계형 직업인으로 교육시키는 것이 아니라 철학의 ‘옷’을 벗은 제도권에서 눈치나 보는 비열한 인간의 벽을 넘어 허영과 욕망이 인간을 휘몰 수 없도록 하는 장치로 교육을 시켰다.
조 철인은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를 넘어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삶과 가르침의 목표로 삼는다. 자녀가 우리 사회 공동체와 우리나라를 넘어 인류를 사랑하는 진정한 석학자가 될 수 있도록 자신이 땀과 피투성이가 되어 미래를 던져준다.
조 철인은 집짓는 공사판 총감독을 맡아 목수일, 벽돌쌓기, 미장이일, 모든 것을 해내고 부인은 웬만한 건축기술자가 다 되어 주야를 무릅쓰고 건축기사로 고생하며 살림을 꾸려나갔다. 건축을 하는 동안 비닐하우스 움막에서 온가족이 모진 고생을 견뎌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