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유일 ‘인성교육진흥법’,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자화상

6월4일 국회에서 열린 정의화 국회의장 초청 전국 시·도 교육감 간담회에서 정 의장이 인성교육진흥법 시행에 따른 교육현장의 관심과 지원을 당부하고 있다.

6월4일 국회에서 열린 정의화 국회의장 초청 전국 시·도 교육감 간담회에서 정 의장이 인성교육진흥법 시행에 따른 교육현장의 관심과 지원을 당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아시아엔=박상설 <아시아엔> ‘자연과 삶’ 전문기자] 지난해 세월호 참사와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으로 논란이 되면서 금년 초 국회에서 ‘인성교육진흥법’을 제정해 7월2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학교와 가정교육 그리고 사회적 책임인 ‘인성교육’을 법률로 만들어 강제하는 것은 세계에 유례가 없는 일이다. 한국이 최초라고 한다.

부끄럽다. 모든 걸 다투어 경쟁하며 ‘인성’ 따위는 아랑곳 않는 신음하는 나라에서 인성교육을 법률에 의해 학교에서 과목을 따로 만들어 아이들에게 교육을 시킨다는 발상이다. 이건 또 웬 소리인가?

이게 우리의 현실이다. 탁상행정의 본보기다. 그 소멸의 날은 요원한가? 이 법 시행으로 ‘인성교육’도 사교육 시장으로 내닫고 있다. ‘인성지도사’ ‘인성자격증’ 등 인성전문 사교육학원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대학입시대비를 위한 ‘인성면접 대비요령’은 주 1회 8주 과정 수강료가 58만원 하는 곳도 생겨났다. 덩달아 초중고생을 위한 ‘인성’ 교육에 학부모들이 열을 올리며 ‘인성과외’에 매달린다.

개인의 ‘인성’을 어떻게 객관적으로 평가할 것이며 계량화하겠다는 것인지? 그리고 박쥐둥지 같은 교실교육을 통해 실제로 ‘인성’이 몸에 배게 된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학교는 이 법에 따라 학생에게 형식적으로라도 교육을 시켜야 하고 선생님들은 의무적으로 ‘인성지도 교육’을 매년 받아야 한다. ‘인성’은 그렇게 해서 형성되는 게 아니다.

우리나라 교육시스템을 엉망으로 만든 장본인 가운데 하나가 교육부인데, 하는 일이 그 모양이다. ‘인성교육’은 자연이 학교다. 그 중심에 자연학교 국립공원이 있다. 이제 ‘감성’ ‘인성’ ‘행복’은 국립공원에서 찾아야 한다.

세월호와 어린이집 사건의 논란 뒷전에 숨겨져 있는 ‘야외놀이 문화현장의 인성’이 어떤 의미로는 법을 제정하게 된 문제의 ‘인성’보다도 더 중요한 까닭이다. 그 이유는 어린이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놀이문화에서 오는 일상의 보편적 ‘인성’ 습성이 모든 다른 ‘인성’에 깊은 영향을 끼치는 근원이기 때문이다. 즉 “인성이 좋다, 나쁘다” 하는 기준은 ‘자연과 삶’의 일상생활에서 학습된 각인(刻印)이다.

인성교육은 교실에서나 혹은 말로써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삶의 현장에서 놀며 즐기며 일하며 몸에 배는 지문(指紋)과 같은 관습체험이다. 아흔살을 앞둔 필자는 인성을 교실에서 배웠다는 것을 보지도 듣지도 못했다.

과거에는 가정이나 학교, 사회에서 권위적으로 ‘인성’을 주입시키려는 잘못된 이념교육으로 오히려 반교육적 부작용이 팽배했다. 이를 성찰해야 한다. 인성교육은 가정, 학교, 직장 등 일상의 여가생활 속에서 해방감과 즐거움의 융화교섭을 통해 부지불식간에 사회적인 의무와 책임을 몸에 배게하는 기법이다.

이때 반드시 인문학을 곁들여 감성적이며 유연한 열린 문화설계의 커리큘럼으로 이끌어야 한다. 마치 유치원의 기초교육처럼 말이다. 반복에 반복을 거듭하며, 놀며 일하며 칭찬해주며 사람을 키우는 것이 인성교육의 기반이 되어야 한다.

아이들은 미숙해 보여도 사회지도층이나 부모와 어른들로부터 인성을 배울 게 별로 없다는 걸 잘 안다. 풍경과 자신의 몸이 하나로 여겨지는 해방감을 느끼는 국립공원을 비롯한 자연 속에 뛰어들면 ‘인성’도 자연스레 성장하게 될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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