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설의 자연속으로] ‘전국민 감성마을’ 국립공원에 가보니···

[아시아엔=박상설 <아시아엔> ‘인간과 자연’ 전문기자, 캠프나비 대표]?국립공원은 자연의 쉼터. 마냥 설레는 길이 있다. 이야기가 있고 생각이 머무는 길이 있다. 도시를 떠난 마음의 길···. 삶이 흔들릴 때 위안과 용기를 안겨다주는 길이다.

우리에게 삶의 소중함을 속삭여주는 유랑의 길, 그 길은 높은 산봉우리와 수도 없는 계곡을 거느린 수려한 숲과 변화무쌍한 천혜의 바다경관을 끼고도는 속세를 떠난 대자연의 순례길이다.

그곳이 한국의 국립공원이다. 늘 그 자리에서 우리 모두에게 벅찬 자유와 행복을 안겨다주는 뭇 생명의 보금자리다.

우리나라는 어딜 가나 온통 산에 둘려 쌓여있다. 국민들은 유난히 산을 좋아해 끊임없이 산을 찾는다. 산은 모든 생명을 품어주는 모태이다.

산에 들면 청량한 산새소리, 맑은 계곡의 물소리가 우리를 붙잡는다. 상쾌한 햇빛목욕을 즐기며 산의 청량한 색채들은 나에게로 와 한줄의 글을 남기게 한다. 세상의 달콤한 휴식은 모두 여기에 있다.

원시의 오지 산속은 제 스스로 아름답다. 접근성이 용이한 뛰어난 자연경관을 애정을 갖고 순차적으로 가꾸어나간다.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손길로 국민들이 더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자연의 파수꾼-국립공원’이 공력을 들여 수려한 환경을 만들어나간다. 자연과 사람이 함께 행복해지기 위해 온 국민과 인류가 자연생태계를 보전하며 ‘자연문화사적 박물관’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까닭이다.

이렇다 보니 국립공원을 찾는 탐방객수도 엄청나게 늘어났다. <한국의 국립공원> 홍보 책자에 의하면 입장료가 폐지된 2007년을 기점으로 전년 대비 46%가 증가한 약 3600명이던 입장객이 8년이 지난 올해는 5000만명을 훨씬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아웃도어 생활이 일상화 되고 국립공원의 경관이 수려한데다 이용시설의 질이 높아진 효과이기도 하다. 옛부터 산에 가는 사람들의 인성은 착하다는 말을 자주 들어는 왔지만 과연 그런가 싶기도 하다.

인성, 그 머나먼 길

여유롭고 상쾌한 기분으로 걸을 수 있는 국립공원은 찾기 어렵게 됐다. 걷는다는 것은 자기와 만나는 마음의 길이다. 마음의 길이어야 하는 국립공원이 사람들에 의한 오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한꺼번에 모여드는 탐방객의 혼잡도 문제지만 그것보다는 자연을 대하는 탐방객들의 자질부족과 문화교양의 품위가 한심한 수준을 넘었다. 등산객들은 완력과 억센 걸음으로 산을 휘젓고 경쟁하듯 빨리 걷는 것을 자랑으로 여긴다.

이 외에도 끝이 없을 정도로 우리의 산행문화를 비롯해 캠핑문화와 레저문화가 잘못돼 흠잡힐 일이 허다하다. 산행의 기초기술과 산행예절을 가르쳐주는 곳도 없고 배워본 적도 없으니 애당초 등산은 배우지 않고 제멋대로 하는 것으로 인식된 터이다.

이에 대하여 아무도 걱정을 않는다. 여론의 논쟁도 국민들의 담론도 대책도 없이 모두들 수수방관하고 있다.

이름난 탐방로일수록 길게 줄 서서 고성 잡담으로 소란을 피운다. 먹을거리를 잔득 싸와 술을 곁들여 한판 벌인다. 심지어는 쓰레기를 돌 틈에 감추어놓고 담배꽁초가 널려있다. 마치 시장터를 방불케 한다.

최소한의 양심마저 저버린 이 저속한 포퓰러리티(popularity)를 어찌해야 하나? 일본 미국 유럽 등의 국립공원을 가보면 탐방객들이 남에게 방해 안 되도록 예의바른 매너를 제일로 삼는다.

그들은 하나같이 공공질서와 법을 잘 지키며 남을 배려하는 ‘인성’을 제일로 삼아 시인의 마음으로 경관을 여행한다. 심지어는 계곡물에 손을 넣어 씻지도 않는다. 이런 성숙한 모습을 보면 얼마나 부러운지 모른다.

산을 찾는 한 사람으로서 부끄럽기도 하고 비통한 마음 가눌 길 없다. 어느 누구도 마땅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는다. 국립공원을 지정한 목적은 아름다운 자연과 생태계보전을 철저히 하여 국민에게 마음의 휴식과 몸의 건강을 돕고 올바른 인성과 정서어린 생활을 통한 국민행복에 있다.

이는 인간자신을 위한 인문주의(humanism)를 바탕으로 한 인문학적 삶의 총체적 행복지표다. 빽빽한 빌딩숲과 인간의 울타리를 넘어 고달픔을 잊게 하는 어머니 품같은 인문주의적 순례 길···. 사람들이 국립공원을 유장히 쇼핑하며 고품위의 문화를 향유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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