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목사의 산티아고 통신①] 순례 첫날 나는 묻고 또 물었다. ‘자유를 향한 길인가, 방황의 시작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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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헌정 목사는 향린교회 담임목사로 안식년을 맞아 지난해 말 스페인 산티아고 길을 순례하고 있다. 두번째 산티아고 길을 순례하고 있는 그는 “걸으며 나 스스로와 하나님과 대화하는 것이 그렇게 좋을 수 없다”고 했다. <아시아엔>은 육체적 고통 속에서 평화와 안식을 구하며 순례길을 걷는 조 목사의 글을 연재한다. (편집자)

[아시아엔=조헌정 향린교회 담임목사] 까미노 산티아고 첫째 날,?프랑스 생장드포르에서 1000m 피레네 산장까지 26km. 아침 9시 출발해서 30분 정도 쉬고 계속 걸어 저녁 6시경 도착. 아마 이 코스가 육체적으로 가장 힘든 코스가 아닐까. 출발하는 곳에 작은 돌성당이 있다. 기도하며 초를 하나 밝혔다.

짐을 줄이느라고 줄였는데도 배낭이 너무 무거워 무릎 통증이 바로 온다. 몇년 전 네팔 트래킹 후 통증으로 큰 고생을 했고 이제 조금 나아졌는데 더 문제가 될 것 같아 짐을 반으로 줄여 큰 배낭을 먼저 숙소로 보내기로 했다. 여름에는 서비스가 있는데 겨울에는 개인 택시로 보내야 한다. 40유로란다. 그런데 같이 잔 2명의 젊은 한인 친구들이 있었는데 그들도 짐 하나를 보낸다고 해서 반반씩 부담.

그래도 물에 간식을 넣으니 이 무게도 무시하기 힘들다. 오전 내내 통증이 온다. 저녁 때가 되니 조금 적응이 된다. 앞으로 어찌 될지 잘 모르겠다. 이런 식으로 계속 짐을 부치는 것도 비용이 문제가 된다. 그러나 짐을 다 지고 다니는 것 또한 문제다. 중도 탈락은 물론 돌아와서 고통에 치료비가 더 드니 말이다.

정말 순례자가 없다. 숙소에서 잔 4명이 전부다. 한국 젊은이 둘과 나 그리고 다른 한 여성은 30대로 스위스에서 정원사로 일한다고 한다. 몇년 전 산티아고까지 걸은 적이 있는데 두번째라고. 45일 계획하고 있다고. 이 두 젊은이는 5일 여정.

15578836_10207901174023983_8477586887491017995_n걷는 도중 반대편에서 오는 한명을 만난 게 전부이다. 지나가는데 말을 걸었다. 산티아고에서 오냐고. 그렇단다. 몇일째 걷냐고 물었더니 답이 없다. 조금 더 얘기하다보니 집에서부터 걸어서 돌아가는 중 5개월반을 걷는 중이란다. 자기는 겸손을 배운다고. 그래서 처음에 답이 없었던것 같다. 30대 초반으로 보이는데. 나보고 급히 걷지 마라고 충고. 자기도 가끔 너무 빨리 걸었다고. 빨리 걷는다는 뜻이 무엇일까? 자기 존재를 잊었다는 말일게다. 개랑 같이 걷는다. 6주전 자기를 쫒아와 함께 걷는 중. 자기가 계속 먹을 것을 준단다. 프라이데이라고 부른다. 만난 날이 금요일이라서. 알베르게 숙소에서는 개랑 함께 잘 수가 없어 텐트치고 노숙을 한다고 한다. 내가 목사라니까 지가 먼저 “갓 블레스 유~!” 한다. 내가 할 말을 지가 먼저 한다. 나도 함께 해주고 기념으로 사진 한장 찍고 헤어졌다.

가끔 동네를 지나가면 옆에 와서 개들이 짖기도 하여 때로 두렵기도 하지만 때로 반기는 친구도 있다. 울타리 안의 조그마한 개가 꼬리를 마구 흔든다. 틈새로 쓰다듬어 주었더니 좋아서 어쩔줄을 모른다. 더 쓰다듬어 달라고 몸을 마구 울타리에 부벼된다. 먹을 것까지 주었다.

자유와 방황은 같은가 다른가? 둘 다 무엇엔가 구애받지 않고 자기 원하는대로 사는 점에서 같다. 젊은이가 자유롭게 산다고 하지만 부모가 볼 때 방황으로 보인다. 지금 나는 자유인가 방황인가?

신학자 폴 틸리히가 한 말. 자유에는 자율 타율 신율 세종류가 있다. 자율은 자기 욕망을 따라. 타율은 외부에 의해. 그게 율법이든 주인이든. 가장 좋은 예는 그네가 순실이의 말에 무조건 복종. 신율은 신의 뜻을 따라 사는 삶. 이건 복종과는 다르다. 자기 욕망과 어긋나지 않기 때문이다. 진리 안의 자유함이다. 자기를 좇아 걷지만 목적지가 있으니 순례라고 부른다. 자유인지 방황인지는 후의 삶으로 구분될 것이다.

지금 묵고 있는 숙소는 모두 180베드가 있는 제일 높은 곳에 위치 한 제일 큰 알베르게이다. 생장드포르를 출발하는 모든 순례객이 머무는 첫번 장소이다. 다른 장소와 달리 선택이 없다. 지리산을 오르면 산장에 머물듯이. 여름에는 1400미터 산등성을 따라 겨울에는 중간에 차길이 조금 있는 계곡을 따라. 둘 다 각기 다른 맛이 있을 듯. 날은 잔뜩 흐리고 빗방울도 떨어지는데다 계곡 물소리 따라 걷는 맛이 괜첞다. 노래도 흥얼거리고 3불짜리 포도주 한병 다 마셔가면서 말이다.

오늘 숙박객은 모두 6명 첫날 4명에 두명이 더 왔다 한명은 스페인 젊은이 다른 한 친구는 한인 젊은이. 그런데 이 친구가 내 옆에서 너무 심하게 코를 골아 잠을 잘수가 없다. 방 전체가 울린다. 내일부터는 잠자리를 피해야 하겠다. 하여간 한국 사람 많은 건 소문이 나있다. 그러나 남에게 피해주는 일은 없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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