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헌정 목사의 산티아고 통신] 성탄절과 주현절
[아시아엔=조헌정 향린교회 담임목사] 까미노 산티아고 스물두번째날,
서방 기독교는 성탄절을 동방 기독교는 동방박사가 아기 예수를 경배했다는 주현절을 더 성대히 지키는 전통이 있다. 날짜는 5일에서 8일까지 나라와 지역에 따라 다르다. 그런데 스페인에도 이 전통이 있어 오늘이 그날이고 가게는 모두 문을 닫는다.
전날 저녁에는 마을 주민들이 모여 큰 축제를 벌인다. 별을 따라 오는 동방박사 일행이 밴드 소리와 함께 마을 행진을 하고 성당에 들어가 경배하고 나서 아이들에게 선물을 준다. 짙은 안개에 추운 날씨지만 마음이 따뜻해진다
Astorga에서 Foncebadon 까지 25Km 세 번 충분히 쉬면서 8시간.
산정상 중턱 알베르게 화덕이 너무 좋다. 오늘 날씨는 너무 좋다.
산 중턱에서 햇볕을 쬐며 벤치에 앉아 쉬는데 팻말이 두 개 붙어 있다. 두 명의 아일랜드인이 먼저 간 가족을 기억하여 만들어 놓았다. Cornail은 12살에 하늘나라로 갔고 Johny는 태어난 해는 기록되어 있지 않다. 그런데 두 사람이 이 세상을 떠난 해는 22년의 차이가 나는데 추모일은 같다. 그 이상의 사연은 나도 모른다.
다만 추정하는 것은 사랑하는 가족이 떠났을 때 그의 관이나 묘를 비싸게 만들지 않고 이곳 외딴곳에 순례자들이 쉬어갈 수 있는 벤치를 만들어 놓았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장례 예식이나 묘지에 너무 많은 돈을 지급한다. 차라리 그 돈을 아껴 이런 식으로 기념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외국에서는 장례 부의금은 대체로 장학금이나 이렇게 공적 기념물
을 세우는 데 쓴다. 배울 필요가 있다.
돌에 새겨진 글귀 물이 되라는 문구도 좋다.
이곳 화덕 위에 놓인 이슬람 Rumi Sufi 글 또한 좋다.
Come, come whoever you are,
Wanderer, Worshiper, lover of leaving.
Ours is not a caravan of despair even if you have broken your vow one thousand times…….
Come yet again. C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