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목사의 산티아고 통신③] 사흘째의 단상, ‘고통에 적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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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엔=조헌정 향린교회 담임목사] ?Camino de Santiago 3일째

팜쁠로나까지 20키로를 7시간 걸렸다. 오늘은 일요일, 예배하는 마음으로 자연과 함께 천천히 걸었다. 처음에는 숲속에서, 조금 지나서는 강물과 함께, 후반부는 산등선을 따라 마지막에는 정감 넘치는 독특한 건물 양식을 보존하고 있는 오래된 도시와 함께 오늘의 도시 그 중 일부분은 빈민가였다. 그리고 지금 머무는 숙소는 옛 성채 한가운데에 있는 교회가 운영하는 숙소다. 침대가 150개나 되지만 오늘은 모두 9명이다. 새로 세 명이 더 왔는데 그중 한명은 남미를 4개월 여행하고 온 한국 젊은이다.

내가 자랄 때는 꿈도 꾸지 못한 일이지만, 어찌 되었든 젊었을 때 해외여행을 하는 것은 너무나 좋은 일이다. 직업을 바꾸면서 혹은 부모의 도움으로 왔든 젊었을 때,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이곳도 역시, 해외를 여행하는 수많은 한국 젊은이들이 있는데, 이들의 경험이 분명 한국 사회를 변화시킬 것이다. 난 지금 촛불정국에 중요한 역할을 감당하고 있는 이들이 바로 해외여행 경험이 있는 젊은이들이라고 생각한다.

작심삼일이라는 말이 있다. 삼일을 견디지 못하는 결심을 두고 하는 말이지만, 뒤집으면 무슨 일이든 삼일만 견디면 계속할 수 있다는 말이다. 단식할 때 고비는 사흘째이다. 사흘만15621872_10207917312667439_4082212945743503036_n 넘어서면 배고픔의 고통이 비움의 편안함으로 넘어간다. 예수의 죽음이 부활로 바뀌는 기간이 삼일이다

몸이 적응하고 있는 것을 느낀다. 무릎 진통도, 새끼발가락의 고통도 더 심해지지 않는다. 몸이 고통에 적응하고 있는 것이다. 나아졌다기 보다는 계속되는 진통을 신경계통에서 시간의 감각으로 줄이는 것이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었다. 1년이 지났다고 해서 헤어짐의 슬픔의 크기가 변할 수는 없다. 그러나 계속 같은 고통의 크기를 간직한다면 병으로 번질 것이다. 몸이 살아가기 위해 고통을 스스로 줄인다. 적응하는 것이다. 기억도 줄이고. 어렸을 때 일은 더 생생히 기억하면서 1년 전, 2년 전, 사랑하는 이의 떠남은 기억에서 줄어든다.(아버지를 먼저 보내신, 내 엄마를 보니까 그런 것 같다.) 물론 누구나 다 그렇다는 말은 아니다.

어제 아침 작은 동네를 빠져나가고 있는데 차가 약간 외진 집 앞에 선다. 강이 내려다보이는 매우 전망이 좋은 외딴 집이다. 그런데 가까이 가서 보니 집이 아니라 작은 공동묘지였다. 지나가면서 힐끗 보니 60대 중반에 가까운 한 남자가 중앙에 있는 십자가 비석을 매만지며 슬픈 표정을 짓고 있다. 아마도 먼저 간 사랑하는 아내를 추념하는 건 아닐까? 그는 매일 아침 이곳을 찾아오고 있는지도 모른다… 처음 몇 개월은 그러겠지만 그 이상 하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

그건 이렇다 치고,

페북 친구들 가운데 언젠가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고자 생각한 사람들이 제법 있는 것 같다. 자세히, 경험 얘기를 써달라는 사람도 있고 이것 때문에 패친 친구 요청을 사람들도 있다. 그래서 도움 얘기 한마디 하자면,

물론 이미 몇권의 소개 책자들이 나와 있고 나도 갖고 있다. 그런데 겨울 순례자를 위한 안내는 드물다. 우선 옷가지이다. 난 히말라야 트래킹을 여러번 했다. 거기는 여름이든 겨울이든 일단 고지로 올라가면 영하의 온도에서 잠을 잔다. 전기도 없을 뿐더러 숙소가 너무 허술하다. 그래서 난 이곳을 오면서 영하의 온도에서 잠을 자는 상황을15622217_10207917313827468_4342501143569717390_n 대비하여 옷가지를 챙겼다. 물론 밖은 저녁엔 영하로 떨어지고 오늘은 해가 나긴 했지만 무척 추웠다.

그래서 짐이 많아졌다. 그런데 와서 보니 겨울 숙박 시설이 거의 완벽하여 내복바람으로 잠을 잔다. 그리고 세탁과 건조시설이 되어 있어 쉽게 말해 양말 한 켤레만 갖고도 해지지만 않는다면 매일 빨래하고 말려 신을 수 있다. 또 약간 비싸긴(15유로정도) 하지만 집을 개조한 사설 숙소를 이용하면 침낭도 필요가 없다. 방안 온도도 높고 담요를 주기 때문이다. 시트도 매일 갈고 시설이 매우 깨끗하다. 그리고 간단하지만 아침을 주기에 담요와 아침을 제공하지 않고 거의 백 여개의 베드가 있는 공립시설 (8-10유로)에 비해 그리 비싼 것도 아니다. 겨울 순례를 생각하시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기를.(지금 대형 숙소인데, 양쪽에서 코를 골고 있다. 물론 사설도 어쩔 수 없는 경우도 있지만 많은 사람이 한 공간에 있으면 확율은 커진다. )

그리고 배낭이 힘에 부치는 여자 분들이나 어르신들은 처음부터 배낭을 다음 숙소지로 배송하는 서비스를 선택해도 된다. 하루 7유로인데 이 경우 차라리 한국 음식을 준비해서 직접 요리해서 먹으면 식사비가 절약이 된다. 대부분의 알베르게는 부엌이 있다. 난 조금 마른 걸 가져온 게 있어 점심을 사먹지 않고 있다. 오늘 저녁은 젊은 친구가(선글래스를 길에다 떨어뜨리고 간 걸 주어다 주었더니 감사의 표시로) 스파게티를 해주어 같이 먹었다. 그런대로 맛이 있다. 다른 두 친구는 일찍 도착해서 라면과 비빔밥을 사서 끓여 먹었다. 물론 순례용 저녁식사는 비용도 절반 값에 내용도 훌륭하니 사먹는 것도 매우 좋다.

쓰다 보니 밤 11시가 훨씬 넘어 이제 자야 할 시간이다. 좋은 하루 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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