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목사의 산티아고 통신⑫] 책에는 ‘연중무휴’ 숙소, 현실에선 No!
[아시아엔=조헌정 향린교회 담임목사] 까미노 산티아고 열이틀째 날, 25Km 7시간 걸려 부르고스에 도착. 오늘은 해뜨기 전에 출발. 짙은 안개 속에 산을 오르내리기에, 팻말을 지나쳐 잘못된 길로 들어갈까 염려했는데 잘 갔다. 오늘은 오전과 오후가 완전 대비. 오전은 자갈길 산속, 오후는 도시 차로 따라 걷기. 다행히 중간에 만난 스페인 친구가 공장지대로 가는 공식 길과는 다른 강 길로 인도하여 좋았다. 시민들이 걷는 산책길을 까미노 친구들이 어지럽힐까 하여 이 길로 인도하지 않는 것 같다. 왜냐하면, 강 길로 들어섰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길로 가라고 노란색 표시가 되어 있다. 조금 너무 했다는 느낌. 나도 부르고스 시민이라면 당연히 외부인들에 대한 불평이 나오긴 하겠지만서도.
부르고스 숙박 시설은 5유로로 기부형식 빼놓고는 제일 싸면서도 최고의 시설이다. 숙박 (알베르게) 관련하여 한마디 한다면 보통 시립운영 municipal이 붙은 숙박이 싸고 좋다. 그런데 사설인 이틀 전 숙박은 6유로에 아침이 포함되었는데 아침도 그냥 빵과 커피뿐만이 아니라 사과 오렌지가 하나씩. 이보다 못한 아침 식사도 3유로이니 따지고 보면 방값은 거의 공짜 수준. 게다가 주인의 친절은 상상 이상.
그런데 어제 잔 아헤스는 municipal이 붙은 사설인데 10유로에 아무것도 없을뿐더러 따뜻한 물을 먹을 길이 없다. 주방시설이 없어도 보통은 마이크로오븐이 있는데 여기는 이것도 없다. 곧 자기 바 식당을 이용하라는 것이다. 저녁도 10유로에 기본 메뉴 하나다. 보통 순례자 메뉴에는 전식, 후식이 따라온다. 게다가 아침 일찍 출발하는데 식당이 문을 열지 않아 커피도 못 먹고 출발했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자기 집에 머문 손님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거기에 주인 남자가 보통 무뚝뚝한 게 아니다. 다시는 이곳에 오고 싶지 않다.
부르고스 대성당은 겉모습도 매우 웅장한데 내부의 화려함은 상상을 초월한다. 아래 사진을 덧붙이지만, 보면서 과연 예수님의 마음이 어떠할까 생각해 보았다.
내일은 30km를 가야 한다. 중간에 숙소가 없기 때문이다. 31일과 새해 첫날이 걱정이다. 책에는 연중무휴라고 되어 있는 숙소가 많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스페인 정부 차원에서 뭔가 조처가 필요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