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목사의 산티아고 통신] 아브라함을 갈대아 우르에서 불러낸 축복은?
[아시아엔=조헌정 향린교회 담임목사] 까미노 산티아고 열여덟째날, 한신대를 들어가고 나서 안병무의 ‘역사와 증언’을 읽었다. 첫 장 제목이 ‘도상의 나그네’. 아브라함을 비롯한 창세기 족장들의 이야기는 신앙의 근본이 무엇인지 밝혀준다.
야훼 하느님은 메소포타미아 제국들의 정착 농경 문화에서 떠돌이 유목 문화로 아브라함을 불렀다. 땅의 소유권에 대한 차이이다. 정착 농경문화는 땅 빼앗기 투쟁의 역사이고 유목문화는 무소유 공동체 나눔 역사이다.
나는 아브라함에게 땅을 주었다는 축복 기사는 가나안 정착 이후 왕국 역사가들의 편집으로 본다. 카인과 아벨, 에서와 야곱의 뜬금없는 편 들기 얘기 또한 이 두 문화권의 차이에서 이해된다.
성서 본래의 떠돌이 나눔 축복 문화(가장 분명한 것은 많이 거둔 자나 적게 거둔 자나 모두 같아졌다는 만나 이야기와 하루 치 양식만을 구하라는 예수의 가르침이다.)는 이후 정착 과정 이후 제국의 착복 문화로 변질이 되었고 서구 그리스 로마의 농경 정착문화권에서 성장하며 돌이킬 수 없는 자본주의 문명으로 굳어지고 말았다. 사무엘이 경고한 그대로 되었다.
난 초등학교 2학년 이후 서울로 이사한 이후 고등학교 1학년까지 할아버지가 목회하시던 무안을 방학 때면 혼자 가곤 했다. 아마 중학교 2학년부터 하루나 이틀 중간에 다른 도시를 들렸다 가곤 했다. 한번은 목포에서 여수를 가는데 밤 8시 출발하여 11시 도착이었다. 난 그걸 낮 11시 도착으로 알았다. 통금이 있던 시절 어린 나이에 처음 당하는 난감 그 자체였다.
할 수 없이 그냥 기차 안에서 하룻밤을 보내기로 했다. 엄청 추운 1월 초였다. 그때 가출한 몇몇 애들이 그렇게 잤다. 당시에는 의자에 하얀 덮개가 있었다. 기차 한량의 모든 덮개를 벗겨 온몸을 칭칭 감았다. 추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러나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 있고 그런 바가본드 기질이 강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믿음이란 보이지 않는 것을 보게 만드는 힘이라고 하는데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자본주의 정착 문화권에서 이해하는 것이 정당한 성서 이해일까? 그러나 지금은 교회 자체부터 이런 이해를 갖고 전도도 하고 선교도 한다. 하느님 나라를 Christendom으로 이해하고 있다.
아브라함을 갈대아 우르에서 불러낸 축복은 농경 축척 문화에서 땅은 물론 집조차 접었다 펴는 유목 평등 문화 축복으로 불러낸 것이다. 에리히 프롬이 40년 전에 펴낸 “To Be or To Have?”의 물음은 계속 진행형이다.
Arcahueja까지 30Km 8시간 반을 걷다. 25Km 이상은 역시 무리이다. 중간에 알베르게가 없어 할 수 없이 여기까지 왔다.
어제 함께 잔 8명 중 독일인 둘과 이탈리아인 둘은 여기서 8Km 더 가서 Leon에 머물고 나머지 셋 호주 여의사와 아르헨티나 젊은이(내 아들과 나이 같음) 그리고 한국 젊은이는 힘들다고 10Km 전 마을 숙소에 머문다. 그래서 오늘은 혼자 잔다. 18일 순례 여정 중 처음이다. 내일은 8Km만 걷고 레온시를 구경할 예정이다. 오전 중에 도착하니 시간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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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마을에서 호스텔을 알아봤더니 27유로란다. 그래서 그냥 나왔다. 그동안 5유로 혹은 7, 8유로만 내고 계속 머물다 보니 갑자기 아까운 생각이 든 것이다. 오늘 점심 새해 기념으로 한턱 쓰는 것은 아깝지 않은데 말이다.
여기 알베르게는 저녁 아침 포함 18유로이니 비싸지는 않는데 종업원이 무척 불친절하다.
오늘 아침 도시를 빠져나오면서 워낙 흐린 날씨라 땅만 내려다보고 아스팔트 길 위를 걷고 있는데 갑자기 내 앞으로 참새 한 마리가 날아들더니 훌쩍 2, 3m를 날고는 땅에 앉는다. 내가 가까이 가자 또 그렇게 한다. 그래서 나랑 같이 놀자는 줄 알았다. 그러더니 길 건너로 훌쩍 날아가 작은 표시 기둥 위에 앉는다. 그래서 쳐다보니 거기서부터 샛길 까미노가 시작하는 것이었다. 내가 길을 건너 가까이 갈 때까지 거기 있더니 훨 날아간다. 우연치고는 너무 거식하다.
순례길 처음 며칠 동안은 도시 안이나 숲속 길에서 가끔 길을 못 찾을 때가 있다. 한번은 큰길을 건너 숲속 길로 계속 가야 하는데 왼쪽 대로변 쪽으로도 노란 길 표시가 있어 그쪽으로 방향을 틀었는데 거기 자전거 순례자가 한 명 서 있더니 그리 가지 말라고 한다. 그날 만난 유일한 사람이었다. 우연일까? 도시에서도 헷갈리고 있는데 어디서 나타났는지 한 노인이 길을 안내해 준다.
5년간 걷고 있는 미가엘 독일인이 경험한 사건이다. 첫째 얘기. 3년 전 3일을 굶고 길을 걷는데 숲속 길가에 케이크 세박스가 놓여 있었단다. 그래 30분을 기다린 다음 하늘에 감사하고 이 세 박스를 다 먹었단다. 배가 너무 불러 못 일어났단다. 둘째 얘기. 한밤에 이탈리아 까미노 길을 걷는데 억수 같은 비가 이틀간이나 내려 어디에도 텐트 칠 장소를 얻지 못한 채(이탈리아는 아무 곳에나 텐트를 칠 수 없단다) 목적 마을을 향해 걷고 있는데 다리가 무너져서 할 수 없이 20Km를 왔던 길을 되돌아 걸어가는데 갑자기 차 한 대가 서더니 젊은 여자 하나가 자기 얼굴을 유심히 쳐다보더니 어제 꿈속에서 봤다고 하면서 자기 집에 데려가 저녁을 먹이고 차로 목적지까지 데려다주었단다. 믿거니 말거나 그런데 나는 믿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