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헌정 목사의 산티아고 통신] 덤으로 얻은 순례길, 덤으로 얻은 무로 요기 하다
[아시아엔=조헌정 향린교회 담임목사] 샌마틴에서 아스토르가까지 24Km 그런데 나는 4Km를 더 걸었다. 사연인즉 아침 일찍 해뜨기 전 출발했는데 한 시간은 차길 옆으로 가야 하는데 차 소리가 너무 싫어 표식도 없는 밭 들판 농로로 들어갔다.
트랙터가 다니는 넓은 길이지만 사유지였다. 이제는 시간과 해의 위치를 보면 대강 방향을 정할 수 있었기에 그리 하였고 정히 필요하다면 구글맵을 사용하면 되었다. 그러나 밭과 밭 사이에 난 길을 걸어야 했으므로 왔다 갔다 해야 했다. 그러나 안개 잔뜩 낀 들판을 혼자 걷는 기분만은 최고였다.
지름길을 선택하지 말라는 이틀 전 숙소의 문구가 맞았다. 가다 해서는 안될 일이지만 무밭이 있어 아침 대신 요기를 하고 대신 추수의 풍성한 축복을 빌어주었다. 그러다 보니 다음 마을에서 한 시간 늦게 출발한 동료들과 만나게 된 것이다. 두 시간 길을 세 시간 걸린 것이다. 마을 슈퍼에서 햄과 빵과 맥주와 고추 조림을 사서 셋이 먹었다. 4천 원으로 셋이 아침 겸 점심이 해결된 것이다. 우리나라에 비하면 식품값은 엄청 싸다.
산 중간에 조그마한 휴식터가 있는데 먹고 싶은 음료와 과일을 먹고 돈은 자유 기부. 두 명의 독일인이 두 달가량 머물고 있는데 원 주인은 바르셀로나 사람이란다. 그곳이 좋아 그냥 머물고 있단다.
오늘은 안개가 너무 짙다. 하루 종일 50미터 전방이 안 보인다. 24일 전 런던에서 마드리드로 올 때 9시 출발 예정 비행기가 안개로 인해 오후 3시에 출발한 적이 있다. 오늘 같은 날씨라면 하루 종일 비행기가 뜰 수 없을 것 같다. 내일부터 3일간은 산으로 들어가는데 이게 눈으로 바뀔 것 같다.
오늘 저녁은 오래간만에 비빔밥을 직접 했다. 돼지고기와 매운 양념에 양파를 썰어 비볐는데 다들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