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의 아시아 탐구] 한국 영화는 역시 균형있는 작품을 잘 낸다
터키 특파원 알파고가 ‘타짜2’를 보고
얼마 전에 지난 봄 결혼한 한국인 아내와 밤늦은 시간 강남 영화관을 찾았다. 아내가 <타짜2:신의 손>을 보자고 해 필자는 조금 고민했다. 고생 해서 영화관까지 왔는데, 청불(청소년 불가) 영화는 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내가 “걱정하지마, 그런 청불 영화 아니야! 주제가 도박이어서 그러는 거야. 혹시 싫은 장면이 나오면 눈 감으면 돼요”라고 했다.
애초 큰 기대 없이 봐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매우 만족할 만한 수준의 영화였다. 침 한번 삼기지 않고, 눈 한번 깜박하지 않고 집중해서 봤던 영화들 중에 하나였다. 그런데 필자의 이런 긍정적인 평가와 여기저기 온라인에 나온 평가가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발견했다. 평가하려고 하면 일단 전편과 다르게 다뤄야 된다고 생각한다. 타짜1을 안 봐서 그런지 타짜2를 단독으로 평가하기 쉬웠다.
필자가 타짜2를 높이 평가하는 이유는 “한국영화는 역시 균형있는 작품을 잘 낸다”는 것이다. 예술과 같이 살다 보면, 항상 이러한 스펙트럼에 대면하게 된다. “예술은 생명을 위한 것인가? 아니면 예술을 위한 것인가?” 사람들은 “예술은 삶을 위한 것”이라고 대부분 말하지만 이러한 양극단의 질문을 누구도 무시하지 못한다. 도박꾼을 중심으로 영화를 찍는다면 특히 이 문제에 더 많이 신경이 쓰인다. “예술은 예술을 위한 것이다”만을 생각하고, “예술은 삶을 위한 것이다”를 무시하면 위험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예술적으로 그 아름다운 영화가 시청자들의 도박에 흥미를 끌어당기고, 도박과 관련 없는 사람들을 도박꾼으로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시청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봐 고민하면서 찍는 영화는 마치 여성가족부가 도박을 막기 위해 만든 홍보 동영상이 되어버릴 수도 있다. 이러한 예민한 주제로 영화를 만드는 것이 그렇게 쉽지 않아서 그런지 도박꾼을 중심으로 만든 영화가 그렇게 많지가 않다.
<타짜2:신의 손>은 청불 영화에도 불구하고 주변 친구들에게 추천할 만한 영화다. 예술성과 도덕성 둘 다 잘 되어 있다. 물론 감독이 그러한 걱정을 하며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도박을 아무리 잘한다고 해도, 피할 수 없는 고통들이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도박에 대한 두려움을 충분히 주면서도, 도박을 묘사할 때 나오는 예술적인 아름다움도 역시 뛰어난 작품이다.
온라인에서 네티즌들이 자꾸 전편과 비교하는 것을 보고 필자는 이틀 뒤 타짜1을 찾아서 봤다. 타짜2는 전편과 비교했을 때 완성도는 거의 차이가 없어 보인다. 오히려 타짜2는 몇 개의 이야기가 서로 얽혀 있어서 더 재미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둘 다 청불 영화인데, 타짜1보다 타짜2는 덜 야했다. 그러나 타짜2에서도 불필요한 야한 장면들이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네티즌들이 온라인에서 했던 비판들 중 하나는 “도박영화에 무슨 신세경, 최승현, 이하늬가 나오냐? 예술이 생명을 위한 것도 아니고, 예술을 위한 것도 아니고, 역시 돈을 위한 것이네”였다. 필자는 이하늬가 출현한 영화나 드라마를 본 적이 없지만, 드라마 <아이리스>와 <하이킥>의 중독자로서 말하는 것인데, 최승현과 신세경의 연기력은 타짜2에서 기대치를 넘었다.
필자는 타짜2가 요즘 도전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한국 영화산업의 위상에 알맞은 영화로 평가한다. 이제까지 할리우드 영화들 중에 도박꾼을 다룬 영화 중에 이렇게 좋은 영화가 있나 없나를 두고 궁금해 한다.
할리우드의 도박영화라면 누구나 제일 먼저 떠오르는 작품이 <카지노>일 것이다. 그러나 필자 보기에는 이 영화가 도박꾼보다 깡패를 소재로로 찍은 영화다. 작년에 개봉한 <Runner Runner>와 옛날 영화인 <The Big Town>은 예술성이 뛰어나지만 타짜처럼 도덕성이 높은 작품은 아니다. 즉 타짜처럼 시청자에게 도박의 두려움과 위험성을 주지는 않는다. 외국 영화 중에 도덕성이 높은 좋은 도박영화가 무엇이 있을까? 필자는 캐나다 영화 <Owning Mahowny>를 추천한다. 이 영화 역시 예술성 면에서 타짜와 비교가 안 될 것 같다.
필자가 타짜2를 보고 느낀 것을 요약하면 이렇다. “도박처럼 더러운 주제를 가지고 예술성과 함께 도덕성 높은 작품을 내고 있는 한국영화는 끊임없이 도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