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통령 중동 4국순방②사우디] 국왕 바뀔 때마다 화폐도안 변화···이슬람 종가 ‘자부심’

500리얄 앞뒷면
500리얄 앞뒷면

왕권 얽힌 슬픈 사연···1월 즉위 살만 국왕 초상 언제 등장할지 관심
[아시아엔=특별취재팀 알파고 시나씨 터키 <지한통신> 서울특파원,?최정아 기자] 사우디 화폐들을 분석하면 현재 중동의 정치가 소용돌이 치는 원인을 알 수 있다. 즉 사우디 화폐 속 인물과 장소를 통해 사우디와 중동역사에 대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1984년부터 쓰인 50리얄(SR)은 2007년 사라졌고, 새로운 화폐가 발행됐다. 그 돈 앞면의 인물은 이전 국왕 파드 빈 압둘 아지즈(Fahd Bin Abdul Aziz)였다. 파드 국왕은 건강이 나빠지면서 2000년부터 동생 압둘라 빈 압둘 아지즈(Abdullah ibn Abdilaziz)에게 실권을 넘겼고, 2005년 그가 사망하자 이미 권력을 이어받은 압둘라 왕세자가 국왕이 됐다. 새롭게 발행된 화폐에 자연스레 현직 국왕의 초상화가 새겨졌고, 동시에 20리얄과 200리얄이 모습을 감추었다. 이렇듯 사우디 화폐가 새롭게 발행되던 시기를 보면 국왕이 바뀔 때마다 돈도 함께 바뀐다. 사우디 지폐 중 최고액권은 500리얄이다. 한화로 약 13만원이 넘는 500리얄에는 압둘 아지즈 알 사우드(Abdulaziz Al Saud) 초대 국왕의 초상이 있다. 초대 국왕 다음에 5명이 차례로 국왕이 되었는데, 모두 다 압둘 아지즈 알 사우드의 아들이었다. 500리얄 앞·뒷면을 장식하고 있는 곳은 사우디 메카(Mecca)에 있는 이슬람 신전 ‘카바(Ka‘bah)’다. 이슬람교도들은 카바를 향하여 예배한다. 전 세계 인구 20%인 약 15억만명이 그 건물을 향해 하루 5회 예배를 드리며, 카바로 순례를 향한다. 사우디 정부는 이슬람 종교 핵심 건물인 카바를 지폐에 넣음으로써 이슬람 세계에 어떤 메시지를 던지려는 것으로 보인다.

최고액권 500리얄 앞뒷면 신전 ‘카바’ 장식
두번째로 큰 단위는 100리얄로, 한화로 약 2만7천원에 해당한다. 500리얄을 제외하면 모든 사우디 지폐 앞면에는 지난 1월 별세한 압둘라 빈 압둘 아지즈 전 국왕의 초상화가 그려져 있다. 압둘라 국왕은 형제들 중 가장 순조롭게 왕위에 오른 사람이다. 사우디 왕국에선 쿠데타가 빈번히 발생했고 초대 국왕 압둘 아지즈 알 사우드가 별세한 뒤, 뒤이어 아들 사우드 빈 압둘 아지즈가 왕이 되었지만, 반란이 일어나 왕위에서 물러나야 했다. 나머지 왕들도 같은 운명에 처해졌고, 이후로도 왕권에 얽힌 형제들의 슬픈 사연이 이어졌다. 100리얄도 500리얄처럼 앞 뒷면에 비슷한 그림이 그려져있다. 500리얄이 메카를 상징한다면 100리얄은 이슬람의 성지 메디나(Medina)를 대표한다. 100리얄에 그려진 건물은 ‘사도의 사원’이라는 의미를 가진 알 마스지드 알 나바위(Al Masjid al Nabawi)다. 알 마스지드 알 나바위는 이슬람의 첫 사원으로, 무함마드 사도의 묘지가 있는 성스러운 곳이다. 이슬람교에서 메카의 카바 다음으로 성스럽게 여기는 곳이다. 평생 한번은 성지순례를 떠나야 하는 의무를 가진 이슬람 신도들은 카바를 돌아본 후, 메디나에 가서 알 마스지드 알 나바위를 방문한다. 사우디 돈 가운데 가장 특징적인 화폐는 역시 50리얄이다. 50리얄 앞면에 있는 건물은 ‘바위돔’(Dome of the Rock)이라고도 불리는 마스지드 쿱밧 아스-사크라다. 현존하는 이슬람 건물들 중 가장 오래 됐고, 사우디가 아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에 있다. 그리고 뒤쪽에 있는 건물은 알 악사(Al-Aqsa)사원으로 이슬람에서 카바, 알 마스지드 알 나바위 다음으로 성스럽게 여기는 사원이다. 역시 이 사원도 마스지드 쿱밧 아스-사크라처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에 위치한다. 자국의 역사유적지를 다른 나라 지폐에 담긴다면 유적지 보유 국민들은 자부심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위협이 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불국사가 아르헨티나 화폐에 그려져 있다면 한국인 눈에는 자랑스러운 현상이지만, 한국과 가까운 중국이나 일본이 한라산을 자국 화폐에 새긴다면 뭔가 어색하게 느껴질 것이다. 현재까지 사우디는 다수의 이슬람 국가들처럼 이스라엘과 공식 수교를 맺지 않았기 때문에 이스라엘 입장에서는 불안감을 느낄지도 모르나 이스라엘이 이 문제에 대해 그렇게 불안해 하는 것 같지는 않다.

50SR엔 팔레스타인 지역 ‘알악사’?사원 그려···자치구 독립 의지 과시
알 악사와 쿱밧 아스-사크라 사원은 팔레스타인 자치구에 있지만, 이스라엘 정부는 애초부터 두 사원이 위치한 지역을 자국 영토에 합병하려 했다. 또한 이스라엘 정부는 2009년부터 알 악사 사원 출입을 금지하고 있다. 사우디를 포함한 많은 이슬람 국가들은 팔레스타인 자치구 독립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 사우디 왕국이 이 두 곳의 성지를 자국 화폐에 담는다는 것은 이스라엘을 협박하는 것이 아닌, 팔레스타인과 함께 이슬람문화권에서 3번째로 중요한 지역의 독립을 원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겠다. 그런데 지난 1월 하순 살만 빈 압둘 아지즈 알 사우드 국왕이 직위한 후 사우디 화폐가 바뀔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사우디 화폐에는 현직 국왕의 초상이 등장하는 전통이 있기 때문이다. 사우디 최고액권인 500리얄(한화 약 13만원)에는 사우디 왕국을 세운 압둘라 아지즈 알 사우드 초대 국왕의 초상이 있다. 초대 국왕의 아들로 2005년 즉위한 고 압둘라 국왕은 형제들 중 가장 평화롭게 왕위에 올랐다. 압둘라의 이복동생으로 왕좌에 오른 살만 빈 압둘라지즈 알 사우드(80) 국왕도 별 진통없이 계승했다. 이에 따라 당분간 압둘라 전임 국왕과 살만 새 국왕의 얼굴을 지폐에서 동시에 볼 수 있게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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