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의 아시아 탐구] 앉아 있는 자리를 양보한다는 것
아침 9시경 출근길. 봉천 고개에 있는 관악 푸르지오 아파트 정류장에서 501번 버스를 타고 광화문으로 가는 중이었다. 전날 취재를 다니느라 카메라 트라이포드를 포함한 무거운 가방을 들고 있었고, 급하게 처리해야 하는 일 때문에 자리에 앉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간절히 빈 자리가 생기길 바라고 있었다. 다행히도 숭실대입구역에서 많은 승객이 내렸고, 드디어 빈 자리가 생겼다.
그래서 빈 일반좌석에 앉아 짐을 안전하게 바닥에 놓고, 태블릿을 열고는 일을 처리하려 했다. 그러나 버스가 상도터널에 도착하기 전 또 많은 승객들이 버스에 올랐다. 버스가 정류장을 떠나자, 앉은 자리 옆에 할머니뻘로 보이는 분이 나타났다. 그 분의 등장으로 마음이 몹시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일단 필자가 앉은 자리는 일반좌석이었고, 바로 뒤에 노약자석이 있었다. 그 좌석에는 나와 나이가 비슷하거나 어려보이는 청년이 앉아 있었다. 옆에 어른이 서 있는 자체가 마음을 불안하게 했다. 노약자석에 앉아 있는 저 친구가 일어나야 되지 않을까 계속 생각했다. 그러나 그 친구는 일어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런 생각을 할 무렵 501번 버스가 상도터널을 지나갔다.
상도터널을 빠져나와 다시 햇빛을 보게 되어 그런지, 그 어른에게 자리를 양보할 것을 고려하게 되었다. 사실 양심에 비추어 말한다면, 어쩔 수 없이 자리를 양보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왜냐하면 노약자석에 앉아 있는 젊은이가 자리를 양보하지 않을 것이 뻔해 보였기 때문이다. 또 나 역시 옆에 어른이 서 계신 것을 받아들일 수는 없었다. 일반석이지만 자리를 양보해야 한다는 생각이 점점 강해지고 있었다. 다만, 자리를 양보한다면 일을 할 수가 없는데다 짐이 많다는 것이 갈등이었다.
이렇게 고민에 빠져 있는 사이 501번 버스는 한강대교를 지나가고 있었다. 원래 한강대교를 지날 때마다 한강의 풍경을 보는 것은 비록 서서 간다고 해도 즐거운 일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한강을 못 보고 태블릿 모니터를 보고 있었다. 어른이 옆에 서 있는데 필자가 편한 자리에 앉아 있다는 생각에 좀 힘들었다. 그리고 그렇게 옆에 서 있는 어른에게는 “제가 이 자리에 앉아야 해요. 짐도 많고, 일도 해야 돼요. 저는 버릇 없는 청년이 아니에요”라는 메세지를 주고 싶었다. 왜냐하면 필자가 자리를 양보하는 것은 자리 하나만 희생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또 하나의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필자는 양심이냐, 일이냐, 고민하고 있었다. 그 사이에 501번 버스가 한강대교 북단에 도착했다. 필자는 그냥 이렇게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버스가 그 정류장을 떠나는 순간 결정했다. 옆에 서 계신 어른이 다음 정류장인 신용산역까지 어디에도 앉지 못한다면, 자리를 양보하려고 했다. 일을 못 하게 되더라도, 마음 속 양심을 버리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물론 자리를 양보하려고 했었지만, 그러면서도 제발 빈 자리가 생기기를 바라고 있었다. 501번 버스가 신용산역에 도착하자 그 서 계셨던 어른은 버스에서 내렸다.
상도터널부터 신용산역까지 약 10분도 걸리지 않았는데, 필자에게는 이 기간이 한 학기만큼 오래 걸렸다. 이렇게 신경쓰이는 시간을 보낸 것과 한 학기 동안 ‘도덕의 이해’라는 강의를 수강한 것이 비슷하게 느꼈다. 꼭 이런 수련을 해서 배우게 되는 것을 우리는 더 쉽게 어릴 때부터 배울 수 있다. 노인이나 약자분들에게 자리를 양보합시다.
*<잠깐~ 터키 유머> 어이없는 테멜 아저씨 이야기(16부)
①
테멜이 명함케이스에서 명함을 한 장 꺼내 상대방에게 주려고 하는데, 갑자기 눈이 케이스 뚜껑에 걸렸다. 명함케이스 뚜껑 뒷면이 너무나 반짝반짝거려서 거의 거울처럼 보일 정도였다. 그것이 너무나 신기했던 테멜은 두르순에게 이렇게 말했다.
“야, 여기 사진에 나온 사람, 어디서 아는 사람인 것 같은데?”
그러자 두르순이 테멜의 명함케이스에 손을 뻗어 “잠깐, 한 번 볼게!” 라고 했다.
잠시 케이스의 뚜껑 뒷면을 본 두르순은 너무나 잘 아는 듯한 말투로 이렇게 말했다.
“야 바보야! 물론 알지! 이거 내 사진이야!”
②
테멜이 어느 날 다른 도시로 가기 위해?시외버스를 탔다. 그 버스에는 남성 승객이 없어서?어쩔 수 없이 한 여성 옆에 앉게 됐다. 너무나 심심했던 테멜은 썰렁한 분위기를 깨트리고 싶은 마음에 별로 예쁘지 않았던 그 여성에게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예쁜 분!”
그 여성은 테멜에게 무시하는 말투로 대답했다.
“솔직히 말하면, 난 똑같은 내용으로 대답 못하겠어요!”
이 말을 들은 테멜이 살짝 웃으면서 말했다.
“그럼 당신도 나처럼 거짓말하면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