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의 아시아 탐구] 주한 터키특파원 “때묻은 후보신발에서 희망 보았다”
한국은 60년 전과 비교하면 대단한 성장을 했다고 하는 데에 이의를 달 사람은 없다. 그 60년 동안이 군사 정권이었든 야권으로의 정권 교체였든 간에 한국인들은 이 나라를 발전시켰다.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으로서 이런 발전을 지켜보게 됐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필자는 한국의 미래에 대해 낙관하고 있다. 특히 이번에 국회의원 선거운동을 관찰하면서 이러한 생각은 더욱 확고해졌다.
필자는 서울에 상주하는 외신기자로서 좌우파, 보수진보, 적녹색 막론하고 모든 선거운동을 관찰할 수 있었다. 일단 한국의 선거운동은 터키의 선거운동보다 더 재미있는 것이 확실하다. 다양한 색의 티셔츠를 입고 춤을 추고, 후보에 대해 일반 시민이 찬조연설을 하는 것을 이번에 처음 보았다. 처음에는 선거운동원들이 그런 옷을 입고 대중 앞에서 춤을 추는 것에 대해 창피하지 않을까도 생각했었다. 그러나 똑같은 옷을 후보도 입은 것을 보고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됐다. 후보가 자신과 선거운동원을 가르지 않고 같은 옷을 입은 모습이 멋졌다.
터키 속담 “친구는 ‘머리’를 살펴보고, 적은 ‘발’을 살펴본다”
필자가 제일 관심을 가진 것은 신발이었다. 어느 후보의 선거운동을 관찰하러 갔는데 신기한 장면이 눈에 띄었다. 터키 속담 중에 “친구는 머리를 살펴보고, 적은 발을 ?살펴본다”는 말이 있다. 기자로서 관찰하는 것이니만큼 머리와 발 모두 살펴보게 된다. 그래서 무대에 나온 사회자와 후보자의 구두가 필자의 관심을 끌었다.
사진에 나와 있는?갈색 가죽 구두(오른쪽)와?검은 색 구두(왼쪽) 중에 어느 것이 후보가 신은 신발일까? 만일 다른 나라였다면 윤이 나게 잘 닦은 구두를 신은 사람이 후보였을 것이다. 그러나 이 사진에서 보이는 때묻은 검은 신발은 사회자가 아닌 후보의 것이었다. 필자는 혹시 후보가 그 신발을 선거운동 때문에 신은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었다. 선거운동이 끝난 뒤 티셔츠를 벗고 난 뒤에도 후보가 그 구두를 계속 신고 있는 것을 보고는 생각이 바뀌었다.
이렇게 발로 뛰는 후보들이 많을수록 한국은 계속 성장해 나갈 것이다. 다시 말하면 필자가 보기에?한국에 살고 있는 외국 시민으로서 한국의 미래는 낙관적이다. 이번 총선에서 왼쪽이나 오른쪽 누가 이기더라도 대한민국이 발전해 나가는 길을 막지는 않을 것이다.
한국인들은 ‘사상’이 아니라 ‘인물’로 정치인을 선택한다
이번 총선 과정을 보고 나름대로 분석을 해봤다. 한국인의 교육 수준은 투표 참가 비율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인들은 자신이 어느 정치 세력에도 속하지 않은 채 하나의 독립된 시민으로서 ‘투표를 하지 않음’으로써 정치인들에게 매우 중요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한국 시민은, 정치인들이 자신을 바꾸지 않는 한, 같은 사상을 갖고 있더라도 투표를 안 한다고 외치고 있다. 즉 한국인들은 같은 사상을 가진 사람을 통치자로 보는 것이 아니라 깨끗한 사람을?통치자로 보고 싶어 한다.
민주주의는 언제 올 것인가? 미국 교과서에 자주 나오는 말이 있다. 정권이 ‘야권에서 여권으로’, 또는 ‘여권에서 야권으로’ 교체된다면 민주주의가 수립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미국, 한국, 영국 그리고 터키를 살펴보면, 어디 제대로 된 민주주의가 있는가? 필자는 그 고전적인 이론이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후보가 원해서 출마하는 것이 아니고 국민이 원하는 후보를 억지로라도 출마시켜야 민주주의가 제대로 수립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민주주의를 수립하려면 일단 권력에?대한 욕심을 없애는 교육을 먼저 실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