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의 아시아 탐구] 김기덕 감독을 보며 ‘망명정치인’을 떠올리다
지난 달?26일 서울주교좌성당에서 김기덕 감독의 최근 작품인 <피에타>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필자는 터키 지한통신사의 유일한 한국 특파원으로서 한국 대기업과 북한을 커버하는 것처럼 한국의 문화 이슈도 관심 분야 중 하나다. (이제 본사는 기자 한 두명만 파견하면 되겠네요?!) 그래서 이번에 다른 언론사의 문화담당 기자들처럼?제작발표회에 취재하러 간 것이다. 예전에 아제르바이잔에서 이웃집에 사는?러시아 아줌마 나타샤 이모와 어느 일요일에 한번?정교회 성당에?가본 적이 있었는데, 천주교 성당은 처음이었다. 서울주교좌성당에 앉을 자리가 있어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나타샤 이모와?갔을 때는 2시간 내내 큰 고생을 했기 때문이다. 정교회 성당에는 의자가 없다는 것을 몰랐다.
제작발표회를 준비한 작가들은 많은 고생을 한 것 같았다. 필자는 제작발표회 취재가 처음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발표회는?매우 잘 준비돼 보였다. <피에타>의 주인공인 배우 이정진씨와 조민수씨는?김기덕 감독과 함께 무대에 나와 진지하게 이야기했다. 발표에 이어 질의응답이?시작했다.?발표회 전 이미 피에타 예고편을 봤기 때문에?필자의 머릿속 질문은 태어나기 전 뱃속 아이처럼 밖으로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필자가 앞쪽에 앉아서 그런지 손을 들 때는 다른 손이 없어 보였다.
김 감독은 역시 국제적인 감독으로서 모든 질문을 부드러운 마음으로 받아들였고, 답변을?나름대로 성실하게 했다. 이제까지 항상 그의 영화만을 보고 그의 사상을 이해하려고 했는데, 이번 제작발표회를 통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사실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는 김 감독의 “나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인기가 많다. 한국인들이 나의 영화를 이해하지 못한다”라는 발언 때문이다. 그 말을 들으니 갑자기 슬퍼졌다.?자신의 작품이?국내보다 해외에서 인기가 많다고 말하는 작가의 모습이 해외로 망명 당한 정치인들의 모습과 비슷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런 정치인이 생각날 때마다 불쌍해 보여서 항상 마음이 아팠다.
아무리 김 감독의 작품을 좋아한다고 해도 필자와 김 감독의 사고방식이 다른 것은 확실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감독 같은 영화감독이 터키에서도 나왔으면 좋겠다고 늘 생각해 왔다. 다른 사람의 사고 방식이 그렇게 중요한 것은 아니다. 사고방식이 어떻든 간에 그 안에서 정직하게 사는 사람들을 항상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외국인 특파원으로서 한국 사회 속에는 보물이 정말 많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한국인들이 그 보물의 가치를 모른다면 그걸 훔쳐갈 나라들도 많이 있다. 하긴, 작가라면 국적은 없다고 생각해야 할 지 모른다.?그래도 유명한 작가와 같은 국적의?여권이나 주민등록증을 가진 것은 자랑스러운 일이 아닐까 싶다.
*<잠깐~ 터키 유머> 어이없는 테멜 아저씨 이야기(7부)
①
국가정보원이 되고 싶은 테멜은 관련 기관에 원서를 내고 지원했다. 1차 관문을 통과한 테멜은 2차 시험을 위해 면접을 보러 갔다. 그 기관은 테멜이 조국을 위해 얼마나 희생할 수 있는 지를 확인하고 싶었다. 면접 담당자는 테멜에게 총을 주고 방안에 있는 테멜의 부인인 파디메를 그 총으로 죽이라고 명령했다.
테멜은 지시에 대해 조금 의심스러운 마음이 들었지만, 테멜이 방에 들어가고 난 뒤 방에서는 먼저 총소리가 났고 그 다음?유리가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자 담당자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알기 위해 방에 들어가 테멜에게 물었다.?테멜은 너무나 용감하게 답했다.
“총알이 가짜길래, 저는 파디메를 창문에서 떨어뜨렸습니다!”
②
테멜과 두르순은 어느 날 유럽행 기차를 타고 유럽 여행을 떠났다. 가는 나라마다 외국어를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었던 테멜과 두르순은 너무도 답답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테멜은 흥분하며 두르순을?깨웠다.
“두르순, 일어나! 드디어 우리 말 아는 누군가가 있어. 수탉은 우리나라 말로 소리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