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지한통신사 알파고 기자 “다문화사회? 형제국가 ‘터키’를 보라”
“다민족 국가인 터키에서 한국 다문화사회 정착 힌트 얻길”
“약 100년 전 오스만투르크 제국을 경영했던 터키는 예나 지금이나 다문화·다민족 국가입니다. 한국은 인제 막 다문화사회로 진입한 만큼 ‘형제국가’인 터키의 역사적 경험을 유심히 살펴보면 도움될 일이 많을 거예요.”
국내 첫 터키특파원이면서, 두 달 전 터키 국영방송사(TRT) 기자가 오기 전까지 한국 내 유일한 터키특파원이었던 지한(Cihan)통신사의 알파고 시나씨(25) 기자는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터키와 한국 역사를 넘나들며 8년여에 걸친 자신의 한국살이에 대해 이야기했다.
터키에서 명문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한국에서 대학과 대학원을 마쳤고 서울대 외교학과 대학원 1학기를 마친 2010년부터 터키 초대 한국특파원이라는 타이틀을 딴 그는 자신감에 충만해 있었다.
매일 기사를 쓰고 틈틈이 공부하면서 지난해까지 석사과정을 마쳤고 지금은 터키의 5·27쿠데타(1960)와 한국의 5·16쿠데타(1961)를 비교연구하는 석사논문을 쓰고 있다.
그는 지난해 대통령선거 직후에는 “박근혜 당선자가 과거 아픈 역사 피해자들의 마음을 위로해 주기 바란다”는 칼럼을 쓰기도 했다. 그는 아시아기자협회 회원들이 만드는 인터넷매체 ‘아시아엔'(The AsiaN)의 칼럼니스트이다.
그가 한국에 온 것은 터키에서 막 대학에 진학한 직후인 2004년 한국과 터키의 친선 축구경기 등으로 한국에 대한 형제국 감정이 높아질 때였다.
그는 “제가 다니던 고등학교의 정원사 아저씨가 한국전에 포병으로 참전했고 이웃에 살던 할아버지도 한국전에서 입은 총상 후유증으로 다리를 절단한 분이었다”며 “어릴 때부터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애초 과학자가 되려는 꿈을 갖고 이스탄불 기술대학에 들어갔고 이 대학과 자매관계에 있던 한국 카이스트에서 공부하고 싶어 한국에 왔지만 한국에 온 뒤 인생행로가 바뀌었다.
미국과 대만, 터키, 베네수엘라, 대만 등지에서 온 유엔군 한국어 연수단과 함께 한남대학교 어학당에 다니면서 이들 사이의 미묘한 관계를 통해 국제정치적 역학관계의 묘미를 느꼈다.
충남대 정치외교학과에 이어 서울대 대학원에 입학한 2010년 여름 또 한 번의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했다.
압둘라 귤 터키 대통령을 따라 한국에 온 기자단 통역을 맡았다가 지한통신사의 한국특파원으로 발탁된 것이다.
한국에서의 특파원 생활은 2년에 불과하지만 연평도 포격사건 등으로 여러 차례 터키 언론매체에 등장한 덕분에 그는 이미 터키 언론계에서는 알아주는 ‘한국통’이 됐다.
한국에서 외국인으로 사는 문제에 대해 묻자 그는 “한국이 너무 빨리 다문화·다민족국가로 진입한 탓에 외국인들에게 혐오감을 갖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어차피 한민족끼리만 살 수 있는 시대가 아니라면 빨리 세계시민으로서의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터키에는 아제르바이잔이나 보스니아, 코소보, 우즈베키스탄, 시리아, 이란 등지에서 온 피난민 등 여러 나라 사람이 들어와 있지만 오스만투르크 제국 시절에는 이들 나라 모두가 한 나라였다는 역사적 인식 때문에 외국인 혐오증은 아예 없다”고 덧붙였다.
얼마 전 터키의 어느 단체가 일부 불법행위를 저지른 시리아 난민들을 싸잡아 비난했다가 ‘불쌍한 난민들에게 그러지 말라’는 여론이 밀려 움찔했다는 것이다. <연합뉴스/강진욱 기자>